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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무리 남자가 애라지만..

열받아요 조회수 : 911
작성일 : 2015-10-24 22:51:51

남자가 이기적인거 사실 결혼전엔 잘 몰랐습니다.  언니만 있었고 아빠도 상당히 가정적인 편이셨기 때문에. 

근데, 정말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는 남자랑 결혼한 저는, 평소에 잊고 지내던 묵은, 눌러 놓았던 그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날에는 정말 어떻게 견뎌야 할지 막막하고 답답해 집니다.

 

오늘의 발단은.. 제가 아프다는 거였어요.  사람이 살다보면 아플 수 있잖아요.  제가 무슨 중병환자도 아니고 매일 누워있는 사람도 아니고, 몸살이 너무너무 심해서 오늘 안 자던 낮잠을 잤고, 빨래가 꽤 많이 쌓이게 되었어요. 

 

감기약을 먹고 온몸이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픈 와중에도 애들 세 끼 간단하지만 다른 찬으로 밥해 먹이고, 치우고, 특히나 밥을 물고 돌아다니는 둘째 때문에 정말 너무 화가 났는데, 그 애를 간식에 세끼에 먹이는 거 정말 진심 중노동인데, 쳐다도 안 보고 핸드폰만 들여다 보고 있는 거에요.  약을 먹고 저녁에 너무 죽겠길래 애 재우다 제가 돌린 빨래 좀 혹 나 잠들면 널어달라 부탁을 했는데.....

 

세탁기 문 열면서 쌍욕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왜 이렇게 빨래를 쌓아 놨느니, 뭐라느니... 도저히 너무 맘이 불편해서 제가 널으려고 나갔습니다.  죽일 듯 노려보더니 도대체 빨래를 왜 이렇게 쌓아놓냐 이러는 겁니다.  물론 주말이니 본인도 쉬고 싶은 맘 이해 못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빨래를 본인이 돌린적도, 널은 적도 손에 꼽습니다.  왜냐? 그건 제 일이기 때문이죠.  제 일이 본인에게 넘어가서 순수한 분노로 개 랄을 치고 있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넘어가면 안된다.. 지금 소리지르면 싸움이다.. 주문을 걸며 걸며 걸며... 최대한 낮게, 좋게 이야기 했지만(이런적 정말 드물고 아파서 그런건데 너무하다.. 했더니) 그럼 수, 목, 금은 뭐했냐는 겁니다. 

 

수요일은 진심 빨래가 너무 없었으며

목요일은 영화 보자 해서 영화 보고 집 보러 돌아다닌 후, 일하고 (재택입니다)애들 먹이고 치우고

금요일은 시댁 일이 있어 애들 끝나자마자 뛰쳐가서 즐거운 맘으로 다녀왔고

토요일은 아픈 몸을 이끌고 일하는 거(재택이라서요) , 애들 돌보고 장 보는 거 지 눈으로 다 확인했습니다. 

 

이런 싸이코랑 안 싸우려면, 전 365일 안 아파야 하고 , 365일 제 일을 항상 , 완벽히 해 놓아야 하는 거.  그게 답일 거에요.

애들에게 자상하고 돈은 잘 버는(물론 아주 잘 벌지도 않지만) 편이지만, 성격적 결함, 작은 일에 파르르 분노해서 지랄 발작하는 저 성질머리 또한 계집질이나 주사 만큼 사람을 피폐하게 하네요.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없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가며 결국 노년에 아플때 서로 위하고 보듬어야 할텐데, 저 인간은 날 내다 버릴거 같은 feel 이 강하게 오네요.  조용히 , 조용히 .. 독립을 준비해야 할 듯 싶어요.  지금은 나중을 위한 일보 후퇴 쯤으로.  제가 화난 다고 애들 아빠 자리를 뺏으면 안되니까요.. 참 서글프네요.  서글프고 외로운, 그리고 화나는 밤입니다.. 따뜻한 , 둥근 성정을 지닌 남편분이랑 인생을 같이 걸어가는 분들 얼마나 좋을까요?  너무 부럽습니다...

IP : 115.139.xxx.249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하하.
    '15.10.25 12:01 AM (118.44.xxx.220)

    저는 진짜 내일입을 옷이 한벌도 없지않고서야
    남편에게 안시킵니다.
    괜한 분란 안일으키는게 제 철칙.

    우리남편도 애는 봐줘도
    빨래는 안할거같아요.
    아니면...세탁실의 무질서나 다른 꼬투리를
    언젠가는 잡을 위인이라서.

    애들에게 자상하고 돈 잘벌고
    계집질, 주사는 없습니다.
    성질머리때문에 이혼할뻔했는데
    그때 생각해보니 위의 장점도 크긴하더군요.
    물론 그후로 본인도 성질많이 고쳤긴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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