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달새 반대 38%→58%까지 확산
수도권·30~40대 무당층 결집
교육부가 지난 12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행정예고한 이후, 찬반이 팽팽하던 국정화 여론지형에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찬성 여론의 결집력이 약화되는 사이, 반대 여론은 수도권과 30~40대 지지정당이 없는 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결집하는 모양새다.
20일 새정치민주연합이 공개한 교과서 국정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정화 반대 여론은 54.7%로 찬성여론(37.6%)을 17.1% 포인트 앞섰다. 새정치연합이 여론조사기관 타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6~17일 전국 유권자 1131명을 상대로 벌인 조사 결과다. 이 조사에서 반대 여론은 일주일 전에 견줘 6.6% 포인트 상승한 반면, 찬성 여론은 6.4%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화 반대여론은 무당층과 새정치연합 지지층, 연령별로는 30~40대, 지역으로는 호남·수도권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9일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의 휴대전화 여론 조사(17~18일, 전국 1000명)에서도 국정화 반대여론이 57.5%로 찬성여론(33.7%)을 크게 앞섰다. 에스티아이는 “새누리당 지지층 안에서도 30% 가까이 (국정화보다) 검정제도 내실화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며 “국정화를 둘러싼 여권 지지층 내부의 균열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결과는 국정화 찬반 여론이 팽팽했던 한국갤럽과 리얼미터의 지난주 조사와 차이가 확연하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한 정책이었음에도 최근까지도 찬성여론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며 “수치상으로 찬반이 팽팽했지만, 여론의 저변에는 반대 기류가 더 강했던 것”이라고 풀이했다. 정부여당이 색깔론까지 동원해가며 대대적인 국정화 여론몰이에 나섰음에도 국정화 찬성여론이 40% 중반대에 고착된 것은 애초부터 국정화의 동력 자체가 크지 않았음을 방증한다는 것이다.
국정화 반대여론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지더라도 60% 이상의 압도적 우세를 점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국정화를 주도했기 때문에 국정화 문제는 처음부터 정치화된 이슈로 출발했다”며 “시간이 갈수록 찬반이 확연하게 갈리겠지만, 이른바 ‘박근혜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30%는 견고하게 찬성론을 떠받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희웅 센터장은 “정부여당의 공세에도 국정화 반대론이 위축되지 않은 것은 야당의 역할보다는 학계와 시민사회, 30~40대 학부모들의 적극적 목소리에 힘입은 바가 크다”며 “이 점은 무당층에서 국정화 반대론이 확장성을 갖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