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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노처녀 일상 넋둘

잼잼 조회수 : 4,274
작성일 : 2015-10-03 00:48:00
일기장에 쓰려다가 여기에 적어봅니다.
외로운 처자 넋두리

#1 대학에서
3년전 헤어진 성격나쁜 남친을 마지막으로 독수공방
새학기수업에 남친 업그레이드버전처럼 똑같이 생긴 예쁘장한 남학생등장. 흠칫 소스라치게 놀랐으나 곧 마음을 진정시키고 수업 시작
헤어질 때 넘넘 안 좋게 헤어져서 볼때마다 마음이 괴롭고
안좋은 기억들이 요동을 침. 심장에 안 좋다는 생각을 함
결석 많이 해서 결국 내 수업 그만뒀음 좋겠다 생각했는데
웬걸 한번도 안 빠지고 출석하더니 성적도 탑클래스
다신 평생평생 안 봤음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학기에 내 수업을 또 등록함. 미춰
(참고로 전 학기 때 클래스 120명 중에서는 2명이 재등록했는데
그눔이 2명중 한 명임. 왜..?)
별 웃기지도 않는 말인데 내가 뭔 말만 하면 막 웃음을 터뜨림
엄청 모범생 타입이라 웃는 것도 소심하게 입가리고 큭큭큭큭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성실하고 머리좋은 학생이라 어쩔 도리가 없음
수업중 까닭모를 부아가 치밀어 올라도
아.. 얘는 죄없지 하며 온화한 얼굴로 수업진행
뭔 악연이야.
(참고로 전 마흔가까이 된 해외거주 시간강사. 학생들은 19세, 20세라
아들딸손주뻘이지요. 그 아~~무런 사심도 생기지 않는건 당연하구요)

#2
몇년전 늦잠을 자버려서
대충 걸치고 미친듯 뛰쳐나간 적이 있는데
전철에 앉아 학학거리고 있는데
맞은편 여자가 내 발을 힐끗거리길래
내 구두가 글케 탐이 나요? 하며 ㅎㅎ 내려다보니
왼쪽은 진녹색 마녀구두
오른쪽은 둥글한 검은구두

종일 교탁에 서서 발을 감추고 수업.
평소 교실 안을 휘젓고 돌아다니는데 그날은
칠판 근처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날 지도교수랑 논문 땜에 저녁 약속이 있었다
종일 너무 바빠서 운동화 사러 나갈 시간도 없었다
딱히 나에게 신발 빌려줄 사람도 못 찾고
어둑한 저녁이니 대충 식사하고 얼렁 집에 가믄 되지
뻔뻔하게 만났다
예상대로 길을 걸을 때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예약해 놓은 아주 맛난 유명한 중국식당으로 갔다
입구에서 신발을 벗게 돼있어서(놀랬지만 침착)
미적미적 늦게 들어가는 시늉을 했다
보통 자기신발 자기가 넣고 가는데
여기는 현관 양옆에 직원이 4명 늘어서서
내가 구두 벗는 장면을 일제히 지켜보고 있다
숨길 재간이 없다
그냥 미친사람처럼 행동했다. 열심히 벗었다
모두들 내 구두를 한참 노려보더니 소중하게 가져간다. 직원이
ㅠㅠ
날 싸이코로 생각하겠지. 아님 패션테러리스트..?
나갈 때도 친절하게도 현관 입구에
내 짝짝이 구두가 잘 닦여
똭 놓여있다
교수는 상황을 알아차리고 구두계에 새로운 패션바람이 불지도 모른다며 거짓위로를 한다
속으론 칠칠맞은. 욕했겠지

#3 비오는 날
나는 일본에 온 첫날 자전거 타고나가 후들후들 자빠진 후 안 탄다
그러던 어느날
어떤 여대생이 폭우 속에서 집채만한 자전거를 끌고 쌩쌩 달리는 광경을 목격
우산도 받치고 핸드폰 들고 수다떨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공포심을 느꼈다
일본인들은 자전거가 몸의 일부인 듯 싶다
잘 타고 싶다 나도

#4 지겹다
업무얘기 잘만 하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ㅅㄲ들이 간혹 있다
진작에 이런 세계인 줄 알았다면 절대 들어오지 않았을 거다 퉷
물론 덕분에 교수길은 포기하고 최소한의 생계유지 관련활동만 대충 하고 있다. 아주 고맙게 생각한다
평소 아들 얘기 많이 하길래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라 생각했던 어느 노교수. 대학일로 할 얘기있다더니 슬슬 사적인 질문. 취미가 뭐냐 왜 여태 가정을 꾸리지 않느냐. 난 이혼해서 현재 독신이라고. (안물었는데)
지겹다
그래 근데 뭐 당신이 독신이니 누구한테 연애를 걸던 무슨 짓을 하든
법에 저촉될 일 없으니 난 상관할바아닌데 왜이리 서글픈거지.
난 연하남성에게 관심없고 오로지 연상남자 바라봤고 지금도
내또래나 연상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20살 이상 차이인 나를 쉽게 보는 건 좀 너무하는거 아닌가
유럽 유학물을 오래 먹어서 그런지 평소 쿨했던 학자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남자로서 다가오려는 몸짓이 참 애잔하다
그래 내가 그렇게 좋다면 고백 정도야 얼마든지 받아줄수 있다
내가 그리 잘나고 어린 여자도 아니고.
하지만 업무를 핑계삼아 끊임없이 권력을 부각시키며
한편으로 남자를 어필하려는 모습들이 참 역겹기들 하다
이 세계에 들어와서 노교수. 학자. 연구자 이런것들에 대한 환상이 깨진지 오래다. 어느 세계든 안 이럴까.. 환멸을 느낀다
그리고 어제 서글펐던 건
예전엔 얘기가 즐겁고 유머코드가 통하면 그 남자와 사랑에 빠질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게 도저히 안된다는 걸 느꼈다
더더 서글픈 건
내가 이 남자들이 늙고 추해 보인다면
마흔을 바라보는 나를 바라보는 젊은이들의 시각 또한 그러하겠지.
슬프네. 젊음이 아쉽다

나이들어 혼자면 똥파리 들끓는다는 건 예쁜 여자들한테나 해당되는 말인줄 알았다. 근데 아니다
서른 초반까지만 해도 날 젊은이 어린애 취급하던
50대 60대 사람들이
마흔 가까이 되자 갑자기 동급으로 맞먹으려 한다
생각해 보니 30대까지만 딱 젊은이.
40대부터는 모두 같은 세대로 치나 보다.
왜지 살아온 시대가 각각 다른데...

암튼 어제도 한명의 학자를 수첩에서 또 삭제했다
나는 욕심없다. 딱. 밥값 월세만 벌면 된다.
신정아 같은 여자들을 제일 경멸한다
사랑은 사랑이고 권력은 권력인데
분간을 못하고 늘 섞어버리는 인간들이 있다
권력을 가진 늙은 남자와 욕망이 목구멍에 차오르는 젊은 여자들
사이에 거래가 많이 이루어진다
서로 아닌 것을 알면서도 그 달콤함에 취해 독을 마시는 듯
근데
놀랍게도 세상의 요직에는 그렇게해서 출세한 여자 남자들이
너무 많다는 것. 그렇게 올라온 이들은 또다시 그런 후임을 양산한다
그들이 받았던 혜택을 다른 이들에게 베풀려고..

내가 혹시라도 딸을 낳는다면
절대 험한 사회에 내보내지 않을거다
입에 풀칠할 정도만의 지식을 가르친후
일찍 시집보내 아내로서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조용히 살다 가길 바란다

암튼 나의 이번 생은 망했지만..
망한 생도 생인지라 끝까지 끌고가는 볼 것임

개그로 시작해서 다큐로 끝나 미안해요.
65세 남성분에게 대쉬받고 심란해서 미친글 올려봤어요
조지클루니 정도였다면 70이라도 심란하지 않았을까요?
내가 아직 덜 늙어서 정신을 못 차린 걸까요?
곰곰이 생각중이에요
타국에서





IP : 119.104.xxx.80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달려라호호
    '15.10.3 1:24 AM (112.144.xxx.193)

    짝짝이 신발 정신으로 힘! 내셔요. 노교수가 미쳤나...교수면 60대도 다 통하는 줄 아나...ㅁㅊ
    님, 거울 보고 자신에게 방끗 웃음 선물해주셔요! 화사한 내 미소에 기분도 오렌지처럼 상큼해지시길

  • 2. 열심히 살면서 견디다 보면
    '15.10.3 1:27 AM (121.161.xxx.82)

    원하시는 것을 다 이루실 날이 오실거예요. 집에서 곱게 자라다가 좋은 남자와 결혼해도 또 나름의 고충이 있을거예요. 저도 외국에서 학교 다녀서 가끔 치받치는 외로움과 고충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원글님은 열심히 사는 자신을 자랑스러워 하셔도 됩니다. 한번도 치열하게 살아보지 못하고 무의미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요. 힘 내세요.

  • 3.
    '15.10.3 3:11 AM (121.132.xxx.31) - 삭제된댓글

    무슨 말씀인지 어떤느낌인지 알겠어요. 원글님 홧팅하세요. 저는 요즘 너무힘든 여러일들로 과거를 후회하면서 드는생각이 치열하게 살지못했구나 입니다. 윗님 말씀처럼요. 또 제자신을 사랑하지않구나. 그래서 그래서 상황은 바꿀수 없지만 내 마음을 바꾸어야겠다. 그래야 내가 숨쉴수 있겠다 싶어 매일 매일 웃는 연습하고 일부러 웃을려고 하고 있어요.

    원글님 열심히 살고 있으니 오늘만 힘들어하고 내일부턴 원글님 자신 많이 사랑해주세요 그럴자격 충분히 있습니다.

    인생은 내의지대로 흘러갈수도 있고 안그럴수도 있으니 그저 열심히 살뿐이다라는게 요즘 또 드는 생각입니다
    그냥 순리대로요. 다 나름 고통한두가지는 안고 사는거니깐요

    아참 원글님 자전거 다시 도전해보는건 어떨까요
    저는 서른여덟에 자전거 배워 고급수준은 아니지만 중급정도는 됩니다. 이건 제 의지였네요^^

  • 4. 이라
    '15.10.3 8:59 AM (175.223.xxx.23)

    일기는 일기장에

  • 5. 행복하시길
    '15.10.3 9:56 AM (116.127.xxx.180)

    윗님 자유게시판에 이정도도 못쓰나요ㅡ자유민주주의국가인데
    일기라고 써놨는데 읽고 그러시는 건 야박하심

    많이 배우고 아는 게 많을수록 변태도 많고 이상한 놈 많다니 학식과 인격은 별개로 생각하세요
    맞춤법딴지 죄송하지만...칠칠하다는 좋은 뜻입니다ㅡ칠칠하지 못하게가 맞는 표현이라네요

  • 6. 공주
    '15.10.3 2:36 PM (122.35.xxx.176)

    잼있게 읽었어요

    감사해용....

    축복합니다.

  • 7. ...
    '15.10.3 2:39 PM (112.214.xxx.49)

    꼴에 멋진여자는 눈에 보이나부지. 훗!!! 비웃고 말아요 이상하게 남자는 늙을수록 자신한테 주위 여자들이 관심있는줄알더군요. 우웩

  • 8. 어머
    '15.10.3 7:14 PM (119.104.xxx.19)

    댓글 달아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열심히 살게요 거울도 보고 자전거도 타고
    ^^
    낮에 보니 얼굴 화끈거리는 중구난방 일기네요
    삭제하려다가 댓글 달려 있어서..
    당분간 살려두고 차후 삭제할게요

    맞춤법 지적 넘 감사해요
    오류인 거 알고 있었는데 습관적으로 말이 나와 버렸네요
    칠칠맞지 못하게. 로 고쳐야 맞겠죠
    ^^

  • 9. coon
    '15.10.4 7:34 PM (180.67.xxx.15)

    정말 재밌게 읽었고, 담에도 또 보고 싶어서(어쩐지 기운이 나게 해요) 스크랩 하려고 보니
    나중에 삭제하신다고요ㅠㅠ
    종종 글 올려주세요. 맘에 듭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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