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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제 집나오려다 만 아줌마에요....

자유부인 조회수 : 5,281
작성일 : 2015-10-02 19:59:15

기세좋게 나왔으나 카페 문닫고 나니 왠지 기가 팍 죽고 날씨도 춥고 해서 억지로 억지로 시간을 끌며 거리를 헤매다가 몸살이 나는듯할때쯤 집으로 돌아갔어요. 모양빠지죠? ㅠ.ㅠ    심지어 새벽에는 기침까지 쿨럭쿨럭..오늘은 열도 나요.

집에 가보니 남편놈은 이미 오래전에 잠들어서 푹푹 자고 있고 애는 눈치보면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짜증섞인 얼굴과 안심하는 얼굴이 교차했어요. 제 속을 긁어대는 말을 하면서 한다는 소리가, 자기는 엄마가 집에 돌아와서 고맙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엄마는 자기 마음 몰라준대요.  결국 가출을 완성하지 못한 탓에 아침에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저혼자 부어터져있으면서 자는척하는데 남편이 부시럭부시럭 역시 불만에 찬 얼굴로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을 간단히 차리더군요. 자는척하는 저를 깨워서는 얘기좀 하자고 하더니, 뭐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 양 오늘과 주말에 자기가 뭐뭐는 해결하겠다고 하더라구요. 난 지금까지 마치 싱글맘처럼 나혼자 일하면서 살림하면서 해결하면서 애 키우면서 살았는데 고작 그 두 개로?


전 가을을 타는 것 같지는 않은데 뭔가 올것이 온 것 같아요. 정말 꼬박꼬박 집에 뛰어들어왔는데 이러고 있네요. 오늘도 집에 안가고 바깥에서 저혼자 저녁먹었어요. 부모도 형제도 말고 남편도 말고 자식도 말고, 오직 나혼자만을 위한 시간을 꼭 갖고 하루에 단 십분이라도 나혼자만을 위해 행복해야겠다는 다짐이 막 생깁니다. 왜 쇼핑을 하나도 안했나 생각해보니 직장과 가정을 병행하느라고 늘 급히 다녀야해서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늘 단화에 통짜 원피스만 입었어요. 아마 옷에 빵꾸나도록 입은 사람은 저밖에 없을거예요.    


동네를 천천히 걸으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듭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네 구석구석에 이렇게 가게가 많은 줄도 몰랐어요. 늘 정신이 없고 힘들었고 피곤했기에, 얼른 집에 가서 저녁챙겨야했고, 학원도 챙겨야했어요.  남편이 총각같은 자유를 누리며 살던 동안 저는 인생 막 피폐해졌더라구요. 


어제 댓글에 여행다녀오라는 말씀이 너무 마음에 남아서 이번달 중에 제주도라도 다녀오려고 막 검색을 했어요. 하루를 자고 오더라도 이 생활에서 좀 벗어나려구요. 어젠 82님들 정말 너무나 고마웠어요. 모니터로 서로 만나고 있지만 그냥 가까이서 누군가가 제 등을 토닥토닥해주는 느낌이었어요.

IP : 112.221.xxx.84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5.10.2 8:03 PM (1.230.xxx.176)

    홧팅~^^
    가을 제주도 좋네요~

  • 2. 그대
    '15.10.2 8:06 PM (220.85.xxx.210) - 삭제된댓글

    집은 나오려다 말았지만
    자신을 찾으시는군요
    저처럼 너무 늦어 화한에 싸이지 마시고
    소중한 자신 꼭 이뻐해 주세요
    오래 힘들었잖아요

  • 3. 그대
    '15.10.2 8:07 PM (220.85.xxx.210)

    집은 나오려다 말았지만
    자신을 찾으시는군요
    저처럼 너무 늦어
    회한에 싸이지 마시고
    소중한 자신 꼭 이뻐해 주세요
    오래 힘들었잖아요

  • 4. 어머... 저는 어제 글에
    '15.10.2 8:15 PM (122.60.xxx.238) - 삭제된댓글

    방금 댓글 달았어요. 요점은 쓰고 사시라고... 제발...
    아들 하나인 모양이고 어느 정도 다 큰 거 같은데요 너무 매여 살지 마세요.
    누구 좋으라고....
    본인 위해 사세요. 하고 싶은 거 하면서요.
    막상 집 뛰쳐나왔는데 혼자 다니기는 너무 쓸쓸할 때 그저 동반자 해주는 비지니스 차릴까 하는 생각까지 해본사람이에요. 그런 서비스 있음 이용하겠다라는 생각도 해본 사람이구요. ㅎㅎ
    호텔 들어가면 또 그 호텔비가 아까워서 못 들어가잖아요. 들어가셨어야 하는데.
    찜질방이라도 가셔요. 용산에 (서울 사시면) 가면 dragon hill이라는 찜질방 있어요. 엄청 커요. 그러고보니 그런데서 집 나온 아줌마들 위한 특별 위로 서비스 뭔 아이템 같은 거 하나 만들어두 될 거 같네요. ㅎㅎ 아 참 그 안에 노래방도 있더라구요. 저 갔을때 그건 몰랐는데 그 사이 새로 생긴건지는 몰라도...

  • 5. ^^
    '15.10.2 8:17 PM (220.73.xxx.63)

    너무 바빠서 그동안은 계절이 오가는것도 잘 못느끼셨죠.
    가을 제주도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제주도... 꼭 다녀오세요.
    가서 맛있는 것도 드시고 좋은 풍경 보면서
    마음도 몸도 쉬면서 충전하고 오세요. ^^

  • 6. 직딩맘
    '15.10.2 8:20 PM (118.37.xxx.175)

    충분히 누리실 자격이 있어요.
    우리 자신을 소중하게 대접하며 살아요.
    꼭 제주도 여행가세요.
    가족과 떨어진 땅덩어리에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 꼭 가지시길 바래요.

    자유부인님, 응원합니다.

  • 7. 으음
    '15.10.2 8:22 PM (119.70.xxx.159)

    원글님의 쓸쓸한 이 글, 남편도 보셨으면 하는 생각이...

  • 8. 일년에
    '15.10.2 8:28 PM (121.136.xxx.159)

    한번이나 두번.. 아니면 각자 정해서 나에게 선물을 주면 어떨까요?
    전 생일만큼은 하루 맛사지받거나 네일하거나 좋은옷 하나는 사요.
    일년에 한번은 나만을 위해서 살도록 우리 약속해요^^

    나이먹어보니 남편, 자식도 예전같지 않고 전 요즘은 친구가 젤로 좋네요.
    밥도 같이먹고 영화도 보고 산에도 가고 가끔 번개로 호프한잔도 할수있는 친구가 있어서 행복해요.
    원글님도 가끔은 모든것 내려놓고 친구와 하루 즐기고 들어가시길~~
    생각보다 스트레스 많이 풀리고 집에 들어가면 가족들에게잘해주게 되는 효과가 있답니다^^

  • 9. 잘하셨어요.
    '15.10.2 8:29 PM (125.177.xxx.27)

    저도 오늘 모처럼 쉬는 날이어서 동네 낮은 산등성이 공원에 갔다 왔어요. 운동기구에 누워서 바라보는 하늘..나뭇잎 사이로 햇살과 바람이 흔들리는데...가을이 오면 눈부신 햇살에 비치는 그대의 --- 이문세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지더군요. 또 동네 새로 생긴 인테리어샵, 백화점 도서관 등 돌아다녔어요.
    대학생 중학생 있지만...제가 올해 좀 몸이 아프면서 내 인생이 중하지. 너네가 중하더냐..이렇게 바뀌었어요.
    남편과도..처음 15년간은 맞추면서 마음이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그 이후 이혼해도 좋다 라는 깨달음이 생긴 후..그런 기운을 느낀 남편과의 역학관계에서 균형을 맞추어 이제 불편함이 없어요. 물론 집안 일이나, 다른 것이 평등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억울함을 느끼고 살지는 않는다는 의미에요.
    억울하게 살지 마세요. 남편에게 아이에게 억울한 마음이 들면..내가 행복하지 않아요. 그럼 몸도 약해지더군요. 지금 분위기 좋아요. 저 기운을 느끼면 남편이 변한답니다. ㅎㅎ

  • 10. 친구와
    '15.10.2 8:31 PM (121.136.xxx.159)

    제주도 같이가세요.
    혼자는 넘 외롭잖아요^^
    여자끼리 가면 더 재밌어요.

  • 11. 저기, 있잖아요...
    '15.10.2 8:41 PM (110.14.xxx.140)

    아이 명문대 입학하고 남편 대기업 승승장구 하다가 승진 발령인데 집에서 멀다는 이유로 그만 둔다고 땡깡부리던 남편이요 전업주부였는데 워킹맘 저리 가라 싶을 정도로 오로지 남편 아이들 밖에 모르던 사람이 더이상 손길 필요치 않은 시기일때쯤 쓸쓸한 빈집증후군(?) 앓던 아마도 갱년기였던게 아닐까 싶어요 무튼 인생이 참 허탈하고 서글프단 말에 답변이 뭐였냐면...ㅠ 누가 그렇게 살랬나? 였대요 ㅠㅠㅠ
    우선은 내가 제일 중요해요 내가 행복해야하고 즐거워야 합니다 여행도 좋고 쇼핑도 좋고 한잔 술도 좋지요 제발 행복하세요

  • 12. 저기, 있잖아요...
    '15.10.2 8:43 PM (110.14.xxx.140)

    주말에 자유부인 야무지게 즐기세요 애들은 좋은세월 많이 남았답니다^^

  • 13. 저기, 있잖아요...
    '15.10.2 8:44 PM (110.14.xxx.140)

    대리만족이라도 하게 후기 남겨주심 감사요 ㅠ
    슬프게도 전 자유부인 하기엔 아직 애가 넘 어려요 ㅠㅠㅠㅠ
    언니, 화이팅~

  • 14. T
    '15.10.2 8:45 PM (39.7.xxx.254) - 삭제된댓글

    딱 요맘때 경주도 멋집니다.
    대중교통이용해서 혼자 여행하기도 좋구요.
    꼭 자신만의 시간을 갖으시길 바래요.
    내가 나를 사랑해야 남들도 나를 사랑하게 되더라구요.
    꼭 자신을 만나 보시길 바래요. ^^

  • 15. ..
    '15.10.2 8:58 PM (1.229.xxx.206) - 삭제된댓글

    화이팅.. 응원합니다^^
    내가 행복해야 세상도 행복한거죠

  • 16. 아고..
    '15.10.2 9:12 PM (223.62.xxx.129)

    그럴때 반일짜리 휴가라도 내서 동대문 쇼핑을 해도 좋더군요. 웃기게도 하루짜리 휴가면 아이 도우미에게 설명도 해야 하고 일만 많아지고 그치만 반일짜리 휴가라도 내면 기분이 정말 좋아져요.

    저도 시골 회사 다니느라 집 셔틀버스 회사 그리고 밤 늦게. 이 생활의 반복이니 저를 위한 건 없더라구요. 전 개인 약속이 7월말에 한 번 있었나... 일년에 몇 번도 안 됩니다.ㅜㅡㄴ

  • 17. 깡통
    '15.10.2 9:16 PM (112.170.xxx.241)

    잘하셨네요.
    그렇게 하나씩 실천하면됩니다.
    남편과 자식과 살림에 거리를 두고
    마음의 여유를 찾아보세요^^^^^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은 모두에게 좋지안아요~~

  • 18. 자유부인
    '15.10.2 9:20 PM (112.221.xxx.84) - 삭제된댓글

    전 결혼하고 애키우는 동안 저녁시간에 집이 아닌 곳에서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있었던 적이 없었어요. ㅠ.ㅠ 정말 친한 친구들과는 점심에 아주 짧게 그것도 몇년에 한번... 요즘은 난 왜 그렇게 살았나 싶은 생각을 해요. 그래도 아이는 남편보다는 좀 나아서, 조금전에 전화해서 뭐뭐가 고맙다는 얘기를 다 하네요. 생각해보면 전 제 아이가 너무나 아깝고 귀해서 저 자신을 막 희생하면서 살았고, 남편이나 제 아이는 저라는 한 인간의 희생을 늘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마치 부엌구석탱이에 늘 당연히 있는 밥솥이나 후라이팬처럼 매일매일 쓰면서도 너무 당연해서 딱히 귀하지도 않고 막 대해도 되는 그런 존재가 저였던 것 같아요.

  • 19.
    '15.10.2 9:40 PM (39.119.xxx.171) - 삭제된댓글

    참으로 현실적인 마무리라서 마음이 놓이네요.

  • 20. 아~
    '15.10.2 10:15 PM (110.70.xxx.41)

    전 원글님처럼 안살고 회사다 공부다 하면서 저 하고픈거 하고 살아서 후회되는데 결국 이래도 저래도 후회하긴 마찬 가지인가봐요. 결국 자신이 선택한 삶이 최선이다 하고 살아야 할듯...

  • 21. ***
    '15.10.3 10:55 AM (110.70.xxx.229)

    원글님 글 읽으면서 왜 눈물이 나는지ㅜㅜ
    옷도 좋은 거 사시고 피부마사지도 받아보세요. 나를 위해 돈을 써봤다는 게 위로가 돼요. 여행도 떠나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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