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발이 뭉개진채 올해 봄쯤 ... 처음 봤던 길냥이
이제 막 독립한 듯해보였고..새끼때부터 저랬으면 어미가 자연스레 도태시켰을텐데, 그래도 성묘 가까이 큰걸 보니 다 커서 차 바퀴 같은데 깔린 것 같단 말을 신랑이랑 주고받았었어요
왼쪽 앞발이 눌려서 나머지 세발로만 절뚝절뚝 걷고요...다친 발은 아예 틀어져서 발바닥이 하늘을 보고 있어요
데려가서 치료를 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길냥이들 병원 자주 데려갔었는데 병원비로 어느정도 나갈지 대충 예상이 되기에..솔직히 외면했었어요.
가장 최근엔 목에 철끈이 걸려서 점점 조여가던 애를 구조해서..정말 이것도 고민고민하고 데려간거예요 ..
병원에 갔더니 하루만 늦게 왔어도 위험했겠다고 하더군요..살에 철사가 파고들어서 이미 목에 고름이 가득했었어요.
근데 그 애도 비실비실거리다가 2주 정도 입원 시키고 그 후에도 꾸준히 케어해주니 결국 살아나더니....요즘에도 동네에 잘 보이더라구요. 6개월 할부 병원비 영수증은 남았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아까운 생각은 하나도 안들더군요
그 정도도 병원비가 그렇게 많이 들었는데, 앞발이 그렇게 된걸 보니 솔직히 절단..아니면 방법이 없을 것 같은데 지금 있으나마나한 발이라도 있는게 낫지 않을까.싶은 생각도 들고...내가 집에 들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니...암튼 한달 가까이 처음 그 길냥이 봤을땐 정말 밤잠을 못이루고 그랬었네요. 생긴게 정말 이뻐요..치즈태비에 눈이 땡글땡글...까만 보석같아요
그런데 오늘 추석 연휴라 밥을 며칠 못주고..오늘 갔는데 (참고로 동네에 몇분이 밥을 주세요 그래서 애들이 마냥 굶지는 않아요. 전 일부러 매일 가지는 않고요..일부러 하루정도 건너뛰다 갈때도 많아요. 갑자기 밥주는 사람이 없어지면 적응력이 떨어진다해서요)
세상에...그 녀석이 절뚝절뚝 하면서 제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기어나오는거예요.
사실 한 2주 넘게 못봤거든요. 그래서 좀 체념하고 있었어요. 결국 무지개다리 건넜나보다...하면서요
그런데 오늘 나와서 보니 힘은 좀 없어보이지만 그래도 영 마른 채는 아닌게..살아는 있었더라구요
항상 걔 보면 주려고 캔을 무조건 한개씩 더 갖고 다니는데..다른 애들 밥 주고 걔만 따로 캔 따서 주니 찹찹 잘 먹더군요 ㅎㅎㅎㅎ 입맛이 있는걸보니 아직은 씩씩하게 잘 살아있겠다..싶네요.
제발 씽씽 달리는 차들만 조심해서 잘 다녀주었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