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결국엔 사랑했고..종국엔 행복했다

노희경 조회수 : 2,099
작성일 : 2015-09-27 19:02:13

인생은 사랑하고 행복하면, 더는 다른 목적 없이 끝나도 좋은 것

-노희경 


<괜찮아, 사랑이야>를 쓰며

내 맘을 가장 아프게 한 지적은

‘사람들을 참 많이 불편하게 하는 작가’라는 말이다.


사실 이 지적은 20년 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쓸 때부터

들어왔던 말이다.


주인공 인희(나문희 분)의 말기 암을

수술하기 위한 수술실에서 의사 남편 정철이

고작 한 일이라곤 배를 가르고 난 후,

‘그냥 덮어라’였고,


아내가 피를 토하며 변기를 잡고 울며,

‘여보, 나 왜 이래?’ 할 때도

 기껏 안아주는 일뿐이었다.


사람들은 그 장면을 잔인하다 했고,

나는 대놓고 변명했다. 그게 내가 본 인생이에요.


다행이죠, 무너질 기대는 별로 없으니. 
다시 한 번 그 변명을 하고 만다.

이번에도 본 대로(과장은 드라마라 자위하고)썼다.

절대 낮잠을 안 자는데,

글 쓰다 순간이라도 낮잠을 자면 정확히 10분 후,


가위에 눌려 불규칙한 심장박동과

호흡곤란을 동반하며 깨는 내 별스런 신경증,

몇 달 전 급작스레 생긴 언니의 불안증,

친구들의 우울증과 알코홀릭,

수면장 애와 식사장애, 공황장애,

방어기제로 인한 인간관계 부적응,

마더 콤플렉스,

가정 폭력과 유년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한

갖가지 인격장애,

가족을 잃은 후의 분리불안,

퇴직을 눈앞에 둔 남자들의

공포에 가까운 남성 갱년기 우울증,

여자로서의 인생을 마감하고 새로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여성 갱년기 증후군 등등…….

내 주변은 그렇게

환자와 환자가 모여 떠드는 세상이다.


그리고 그 건 상대는 미쳤고,

자신만이 언제나 정상이라고 우기며 충돌하는

세상 보다 지극히 덜 위험하고

통쾌하고 감동적이고 재밌다.


환자임을 아니,

치료받길 당연시하고, 지적 받길 당연시한다.

(굳이 병원을 말하는 건 아니다,

위안받을 수 있는 곳이면,

산이든 바다든 절이든 집이든

성당이든 교회든 학교든 상관없다)


물론, 나를 비롯해 주변인들도

순간순간은 미쳐서(?) 자신들의 병증을

인정 못하고 나는 정상이라며

발악을 할 때도 있지만,

우린 그게 치유 과정임을 알기에

큰 흉을 잡진 않는다.

나는 이 드라마 <괜찮, 사랑이야>를 쓰며

많은 사람들이 제 상처와 남의 상처를

관대하고 자유롭게 보길 바랐다.


우리가 진짜 경계하고 멀리해야 할 대상은

드라마 속의 환자가 아니라,

자신이 늘 정상이라고 말하는 사람,

자신도 남도 다 안다고 말하는 사람,

상처 받은 인간을 나약한 자라고 말하는 사람,

약자를 짓밟고 번번이

승자만이 되려는 사람이 아닐까.

드라마 쓴 지 20년.

작품 쓸 때마다

늘 새로운 걸 추구하는 창작가이지만,

늘 새로울 거 없는 원점이다.


당연하다 싶다.

삶이란 게,

부모님의 임종 직전 마지막 말처럼

진짜 별스러울 것 없는 것일 테니까.


임종 순간 어머니의 마지막 말은

가족 모두를 ‘사랑한다’였고,

아버지의 마지막 말은 ‘행복했다, 여한 없다’였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결국 사랑하고, 행복하면,

인생은 끝나버려도 좋은 것이다.


원망과 질투,

야망과 자격지심과 자책,

교만과 상처는 괜한 감정임을

두 분은 일깨워주셨다.


나는 그분들보다 좀 더 배웠으니까,

글줄이나마 쓰고,

철학도 종교도 공부하는 작가니까,


그분들보다 더 많은, 깊은,

인생의 다른 목적, 비밀을 알게 되겠지 하며

긴 시간 나름 삶을 치열히 버티고 파고

뒹굴었는데, 오십 나이에 고작 그분들만큼만 안다.

인생은,

사랑하면 되고, 
행복하면,

더는 다른 목적 없이 끝나도 좋은 것.

쓰는 내내,

여타의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처럼

당연히 중간중간 고통도 불행도 찾아왔지만,

결국엔 사랑했고 종국엔 행복했다. 


출처 : http://blog.naver.com/noh_writer/220491338591


[출처] 기부연재 27. 인생은 사랑하고 행복하면, 더는 다른 목적 없이 끝나도 좋은 것 (노희경)|작성자 노작가

IP : 222.233.xxx.2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로그인
    '15.9.27 7:39 PM (110.8.xxx.28)

    괜찮아 사랑이야...
    제 인생 드라마예요.
    노희경작가님의 드라마를 전부 좋아하지만 / 괜찮아 사랑이야/ 를 가장 좋아합니다.
    열 번 정도 본 것 같아요.
    누군가는 보는 이의 삶이 작품의 감동과 맞다아 있다고 한다지만.. 제 삶은 그리 처벌하자는 않았지만 노작가님의 메세지가 굉장히 잘 전달되더라구요.
    한 번 볼때와 다르게 볼때마다 보이는 것들이 참 많았던 드라마였어요.
    조인성이라는 배우의 연기도 훌륭했구요.

    노 작가 정도면 회당 5000~ 1억 정도의 원고료를 받는다던데, 노작가의 그렇게 안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제작비는 정해져있는데 본인이 가져가면 다른 사람의 몫이 줄어든다고..

  • 2. 로그인
    '15.9.27 7:45 PM (110.8.xxx.28)

    그런데..
    노희경 작가의 / 거짓말/ 이라는 드라마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저는 아무리 찾아도 찾을수 없던데.. 아시는 분 계시면 알려주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92375 카톡 괴담에 절대 속지 맙시다 3 dd 2015/10/21 2,236
492374 미국사시는 분들 est. 1989 place라는 브랜드 아시나요.. 2 .. 2015/10/21 1,435
492373 상대방에게 케 묻기만 하는사람.. 7 예법 2015/10/21 2,276
492372 아이허브 코코아버터스틱 어찌써요?? 1 ........ 2015/10/21 905
492371 관심가는남자분이 있는데 전 몸매컴플렉스가있어요.. 7 에휴 2015/10/21 3,733
492370 카톡 친구추천 해제기능!! 이거 있으나 마나네요 1 ... 2015/10/21 2,427
492369 친정부모님이 집을 증여해주신다면 누구명의로 해야할까요? 17 에펠탑 2015/10/21 4,426
492368 2009년식 SM5 중고차가격 좀 봐주세요. 6 100만년만.. 2015/10/21 2,835
492367 이민시 아이 적응문제? 12 ... 2015/10/21 2,278
492366 쨰즈음악중 가사는 없고 악기연주만 있는건데 16 째즈음악 2015/10/21 1,187
492365 그럼 웰 다잉하는 방법은?? 49 80넘어 2015/10/21 1,115
492364 리얼극장 이파니 보셨어요? 31 .. 2015/10/21 13,647
492363 발신번호표시제한으로 걸려 오는 전화 차단법? 5 ..... 2015/10/21 14,261
492362 마인드브릿지광고에서 성준 얼굴 광고 2015/10/21 872
492361 나는 집받은적이 없는데 시부모님은 집을 사주셨다 생각하세요. 53 .. 2015/10/21 20,182
492360 노유진들으니 정부가 팟캐스트 없애려고 하는거죠? 2 dd 2015/10/21 1,369
492359 여드름치료제를 먹었는데 월경증후군이 없어졌어요 3 쇼설필요해 2015/10/21 1,192
492358 영어유치원 나와서 영어 레벨.. 어쩌고 하는거요 13 123 2015/10/21 4,135
492357 국민 몰래 만들고 있었다 18 rmsp 2015/10/20 3,714
492356 폼롤러 사이즈요. 추천 2015/10/20 2,214
492355 류혜영이라는 배우, 1 111 2015/10/20 1,468
492354 토요일 8시쯤 동백에서 과천 가는 길, 오래 걸릴까요? 9 룰루랄라 2015/10/20 615
492353 국경없는 기자회, 산케이 지국장에 징역형 선고 말 것을 사법부에.. light7.. 2015/10/20 555
492352 연애 권태기 극복방법이요. 1 권태기 2015/10/20 1,733
492351 [펌] 나는 왜 친정엄마가 편하지 않을까 3 ... 2015/10/20 3,4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