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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천고사설] 사도세자 사건의 진실

사도세자 조회수 : 3,226
작성일 : 2015-09-25 16:56:50
http://www.hankookilbo.com/v/5bd37591fe614569b8de019d4d869989
(중략)

정조 즉위 직후 홍봉한 탄핵 상소가 쏟아졌다. 동부승지 정이환은, 세자 살해에 가담한 ‘화완옹주의 양자 정후겸’보다도 홍봉한이 반드시 죽여야 할 더 큰 역적이라고 지목했다. 정이환은 “홍봉한의 천만 가지 죄악 중에서 가장 크고 극악한 죄가 바로 임오년에 범한 죄’라면서, 일물(一物), 즉 뒤주를 홍봉한이 올렸다고 폭로했다”(‘정조실록’ 즉위년 3월 27일). 이는 새삼스런 폭로가 아니었다. 영조 47년(1771)에도 청주 사람 한유(韓鍮) 등이 도끼를 들고 대궐문에 엎드려 홍봉한이 목기(木器ㆍ뒤주)를 올려 세자를 죽였으니 목을 베야한다고 상소했다가 되레 사형 당했다.

노론 영수 홍봉한은 세자가 뒤주에 갇혀 신음하던 영조 38년(1762) 윤 5월 17일 소론 영수였던 전 우의정 조재호(趙載浩)를 죽음으로 몰았다. 조재호가 “한쪽 사람들(노론)이 모두 소조(小朝ㆍ세자)에 불충하였으나 나는 동궁(東宮ㆍ세자)을 보호하고 있다”(‘영조실록’ 28년 6월 22일)고 말했다는 이유였다. 야당 영수 조재호가 “나는 동궁을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가 사형 당한 이 사건이 사도세자 살해 사건의 근본적 프레임을 잘 보여준다.

거대 수구집권세력의 개혁세력 제거작전의 희생양이 사도세자였다. 홍봉한을 사형시켜야 한다는 상소가 쏟아지자 정조는 ‘홍봉한에게 극률(極律ㆍ사형)을 내리면 자궁(慈宮ㆍ혜경궁)께서 불안해하시고 자궁께서 불안해하시면 나도 불안하다(‘정조실록’, 즉위년 3월 30일)’는 논리로 죽이지는 않았다. 대신 동생인 좌의정 홍인한을 죽이고 홍씨 집안을 조정에서 축출하는 것으로 억울하게 죽어간 부친의 영혼을 위로했다. 혜경궁 홍씨가 나중에 ‘한중록’에서 ‘사도세자 사건은 정신병자인 사도세자와 정신병자에 가까운 영조가 충돌한 결과이지 우리 친정은 책임이 없다’고 구구절절 변명했던 것은 사실을 왜곡해서라도 친정을 신원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

소설이든 드라마든 실제 생존했던 인물들을 그릴 때는 실제 행적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지금 우리처럼 시대의 진로를 고민하면서 살아갔을 선인들의 인생과 역사에 대한 예의다. 그런데 지금 상영 중인 영화 ‘사도’는 놀랄 정도로 사실과 너무 다르다. 수구세력에게 살해당한 사도세자를 아무나 마구 죽이는 미친 살인마로 둔갑시켰고, 세자 살해의 주범 홍봉한은 세자를 살리려고 노력하는 장인으로 변개시켰고, 나경언은 사도세자가 여동생인 궁녀를 죽여서 고변하는 인물로 창작했다. 심지어 영조가 생명의 은인이었던 대비 인원황후 김씨와도 대립하는 것으로 거꾸로 묘사했다.

자극적 장면의 연속이지만 영화 ‘암살’같은 감동을 느꼈다는 사람이 드문 것은 이 시대에 던지는 메시지 자체가 없거나 잘못 되었기 때문이다. 대한제국을 팔아 넘긴 마지막 노론 당수 이완용이 고종에게 사도세자 살해에 가담한 정후겸의 신원을 여러 차례 요청한 데서도 이 사건의 본질은 명확하다.

지금의 국정 국사교과서 논쟁처럼 역사 왜곡이나 조작에는 반드시 그를 통해 얻고자 하는 이득이 있는데 이 영화는 무엇을 위해 역사왜곡의 길을 택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때마침 ‘300년 전 죽은 세자를 위한 진혼곡’이란 머리말과 함께 1차 사료를 토대로 사도세자 사건의 진실을 추적한 김수지의 ‘영조와 사도’라는 책이 나왔다. 사실 자체를 조작하려는 거대한 구조에 맞서 한 사람이 외롭게 진실을 외쳐야 하는 이런 비정상적인 사회구조가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지도 묻고 있는 듯 하다.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IP : 222.233.xxx.22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래서요?
    '15.9.25 4:59 PM (110.47.xxx.239) - 삭제된댓글

    이상하네.
    영화 사도가 높으신 분의 비위라도 건드렸나?
    왜 난데없이 알바들이 붙었지?

  • 2. 조언
    '15.9.25 5:14 PM (116.40.xxx.2)

    이덕일 선생은 좋아하는 재야의 대표적 역사문인이지만,
    적어도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해서 만큼은 지나치리만치 외골수의 주장을 펼치시는 듯.

    그분의 책 첫 줄이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라고 했던 정조 즉위 후 첫 발언인데, 이를 모티브 삼아 사도세자가 당시 정쟁의 희생양, 시대가 낳은 비극의 주인공으로 몰아가죠.

    한중록이 세자빈인 혜경궁 홍씨의 의도된 거짓서술인 것 처럼 말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구요. 영화 는 매우 중립적인 시각에서 바라 본 영화라 생각해요.

  • 3.
    '15.9.25 5:20 PM (14.52.xxx.171)

    이덕일은 역사학자가 아니라 소설가죠

  • 4. 이덕일
    '15.9.25 5:22 PM (175.120.xxx.27)

    이야기가 거의 소설 수준이라는게 중론입니다

  • 5. 사도세자
    '15.9.25 6:26 PM (222.233.xxx.22)

    이덕일의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
    http://blog.naver.com/gift_tree/145730143

  • 6. no
    '15.9.25 6:28 PM (1.247.xxx.247)

    이 소설가는 사도세자의 죽인 100명은. 인간으로 보이지도 않나봐요?

  • 7. ㅇㅇ
    '15.9.25 6:42 PM (59.23.xxx.202) - 삭제된댓글

    자의적 해석으로 우리나라 사학계를 오염시키고 있는 사람이죠.

  • 8. 사도세자
    '15.9.25 6:42 PM (222.233.xxx.22) - 삭제된댓글

    ‘사도’, 끝끝내 해소되지 않는 궁금증 하나
    http://www.entermedia.co.kr/news/news_view.html?idx=4827

    요컨대 는 1990년대 이후 대중문화를 휩쓸던 이덕일의 관점을 폐기하고 의 가치를 복원시킨다. 이는 을 통해 이덕일을 강하게 비판한 정병설의 입장을 따른 것이다. 정병설은 영조가 사건 직전에 쓴 를 근거로 사도세자는 무고한 사람들을 여럿 죽인 광인이며, 종국에는 영조를 죽이려한 반역죄를 저질러 죽을 수밖에 없었음을 분명히 밝힌다. 그는 이 정치적 목적에 의해 집필된 책이라 할지라도 다른 자료와의 비교를 통해 여전히 사료적 가치가 높다고 판단한다. 오히려 정조가 즉위한 후 사도세자에 대한 역사왜곡이 이루어졌다고 본다. 정조 즉위 직전에 의 관련 대목이 삭제되었고, 정조가 쓴 사도세자 행장에는 사도세자에 대한 미화가 반영되었다고 본다.

    ---------------------
    결국 영화 사도는 국문학자 정병설의 입장을 대변한것으로 한중록을 문자그대로 충실하게 해석한 영화라고
    보면 되겠군요. 거기에 대한 반론이 바로 이덕일의 입장이 되는것이구요.

  • 9. 사도세자
    '15.9.25 6:43 PM (222.233.xxx.22)

    ‘사도’, 끝끝내 해소되지 않는 궁금증 하나

    http://www.entermedia.co.kr/news/news_view.html?idx=4827

    요컨대 는 1990년대 이후 대중문화를 휩쓸던 이덕일의 관점을 폐기하고 의 가치를 복원시킨다. 이는 을 통해 이덕일을 강하게 비판한 정병설의 입장을 따른 것이다. 정병설은 영조가 사건 직전에 쓴 를 근거로 사도세자는 무고한 사람들을 여럿 죽인 광인이며, 종국에는 영조를 죽이려한 반역죄를 저질러 죽을 수밖에 없었음을 분명히 밝힌다. 그는 이 정치적 목적에 의해 집필된 책이라 할지라도 다른 자료와의 비교를 통해 여전히 사료적 가치가 높다고 판단한다. 오히려 정조가 즉위한 후 사도세자에 대한 역사왜곡이 이루어졌다고 본다. 정조 즉위 직전에 의 관련 대목이 삭제되었고, 정조가 쓴 사도세자 행장에는 사도세자에 대한 미화가 반영되었다고 본다.

    ---------------------
    결국 영화 사도는 국문학자 정병설의 입장을 대변한것으로 한중록을 문자그대로 충실하게 해석한 영화라고
    보면 되겠군요. 거기에 대한 반론이 바로 역사학자 이덕일의 입장이 되는것이구요.

  • 10. ㅇㅇ
    '15.9.25 7:47 PM (59.23.xxx.202)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란 문구 많이들 좋아하시는데, 그런 논리에 따르면 실제론 사도의 아들 정조가 승자이므로 사도가 훨씬 미화되고 악행은 감추어졌다라는 썰도 성립되죠.
    한중록과 실록을 교차검증해도 딱딱 들어 맞을 정도로 정확한 기록이라고 하더군요.

  • 11. 윗님
    '15.9.26 7:57 AM (222.233.xxx.22)

    59.23.xxx.202

    어떤것을 믿던 님의 개인판단이죠.. 국문학자 정병설이 맞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것이죠.
    하지만..역사학자 이덕일의 논리도 분명한 사료에 의한것이니..어느것을 믿던 님이 스스로 생각해서 판단하여 믿으면 됩니다. 어떤 역사를 하나만 옳다고 강요하면 안되는것이지요.

  • 12. 역사교과서
    '15.9.28 12:49 PM (39.7.xxx.229) - 삭제된댓글

    역사에 기록된 사료를 근거로 하고
    사도세자에 관한 이야기가 전개 되는 거잖아요

    그렇기에 양쪽 이야기를 동시에 경청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미첫다!
    아니, 미치게 만들었다!

    이렇듯 평가가 상반되는 커다란 사건이 사도세자거든요
    그러니 양쪽 입장을 함께 봐야죠

    사도세자에 관한 현재의 논쟁이야말로
    역사교과서가 한권이어서는 안 되는 좋은 예죠

  • 13. ^~^
    '15.9.28 12:53 PM (39.7.xxx.229) - 삭제된댓글

    황진미님의 사도 평론 링크 해 주셔서 즐거이 읽었어요 예전 씨네 21 로 이분 글 자주 만났는데 여전히 글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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