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청소하다가 상자에 담아 뒀던 연애편지를 들추게 되었네요. 당연히 남편과의 연애시절 연애 편지를 말합니다.
그냥 살짝만 봤어요.
결혼한지 20년 정도 되었는데...중간에 위기가 왔었죠. 남편의 외도 때문에...그것도 결혼한지 15년 정도 되었을때 제가 알게 되어서...
그게 그 전 부터 있었던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확실한건 결혼 10년간은 저희 부부의 사이가 매우 좋아서, 부부싸움 이란 걸 해 본적도 없었고, 부부싸움 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갈 지경이였죠.
이런게 쭉 이어지는건지 알았는데...너무 믿었던 사람이였던지라 충격이 어마어마 했어요. 정말 물 한모금이 넘어가질 않더라구요.
남편이 잘못한 건가, 내가 잘못한건가 알 수도 없었고, 상황 판단도 안 되었고, 외도 했으면 이혼인건가 끝나는 건가, 애들은 어떡하지, 나는 어떻게 되는 건지...저 남자는 왜 나랑 살고 나와 말을 하는 건지...
항상 땅이라고 믿었던 곳이 사실은 땅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정말이지...하하 뭐라고 말할 수가 없네요.
어찌 어찌 살아가고 있습니다. 전 병든 몸을 가지게 되었고, 남편은 잘 모르겠지만 가정에 많이 신경을 쓰려고 더 노력하는 듯 한데...모르는 거죠. 내가 다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사람은 알 수가 없네요. 모르는 사람이에요.
예전에는 정말 알콩달콩 연애하고 눈만 마주쳐도 통하고, 전공도 취향도 다 비슷비슷해서 잘 놀기도 하고 그랬는데...
제가 연애편지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 그걸 차곡차곡 모아 뒀었는데, 다시 보기는 무안해서 다시 보지는 못하고, 그냥 상자 안에 담아 뒀었는데...오늘 이 상자를 다시 보게 되니...
버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편지와 함께 둘이서 찍은 사진들도 참으로 많이 들어 있네요.
둘이 이런 시절이 있었는데, 다 거짓이 된 거죠. 부끄러운 시절이 되어 버렸잖아요.
버려야할 것 같은데...왜 이렇게 미련 떨까요? 왜 못 버리는 걸까요? 근데 편지는 다시 못 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