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아가들 떠나보낸 마음 아픈 얘기들이 많이 올라와서
보면서 마음이 아리다가.. 상상하면 귀엽다가..
우리 집에도 그렇게 사랑 덩어리 존재가 있어서 한 번 써봅니다.
샵에서 큰 돈 주고 데려온 혈통 좋은 아이 아니구요..
유기견 데리고 오자니 상처 있는 아이 잘 보듬어줄 여유는 없어서
키우다가 못 키우게 된 아이 올려놓는 사이트에서 보고 데려왔어요.
유기견 전단계라고 할까요... ㅎ
저희 집 상황상 다 큰 아이 / 덩치도 좀 있는 아이 / 남자아이 원했는데
그런 조건이 맞았구요,
순종 아닌 믹스라도 전 상관없어서 사진 보고 애아빠랑 차타고 한시간 정도 가서 데려왔어요.
그 집에서 유독 따른다던 엄마가 아닌 아빠가 안고 나오셔서 안겨주는데
눈을 마주치는 순간..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오갔어요.
강아지는 겁도 났겠고.. 이 사람이 날 키워주는 건가 싶었을 거고
저는 그 순한 눈망울 보고 한 눈에 아 내가 평생 거둬야 할 내 아이구나 하는 심정이었구요.
그렇게 데려 와 지금 1년 넘게 키우는 동안 애착은 참 잘 되어 있어요.
저희 집이 주택이라 아들 방이 반층 아래 있는데 일찍 자는 아들 방에서 자다가
제가 자려고 침대에 누우면 귀신같이 알고 와서 같은 베개에 머리 탁 올려놓고 잡니다.
하루는 밤 늦게 다 자는데 혼자 욕실에서 반신욕하고 있었더니 자다 깼는지 토도도도 하는 발소리가 들려요.
아들방에서 안방으로 도도도도도.. 제가 없으니까 다시 안방에서 딸방으로 도도도도..
또 아들방으로 도도도도... 몇 번 오가는 소리 들으며 웃음을 참고 조용히 있는데
갑자기 욕실 앞에서 멈추더니 노크를 하대요 ㅎㅎㅎㅎㅎㅎ
앞발로 투두둑 투두둑 긁길래 어~ 엄마 여기 있어~ 하니까 그제서야 조용..
그 뒤로는 낮에도 제가 화장실 들어가는 걸 못 봤는데 한참 안 보인다 싶으면
꼭 와서 노크를 해요.. 문 열거나 대답할 때까지 ㅋ
그리고 질투는 얼마나 심한지
제가 아들이나 딸을 안으면 멍멍 짖고 앞발로 긁고 난리가 납니다.
누워서 안고 있으면 와서 앞니로 머리카락이랑 귀를 양양양양 무는 공격을 해요.
문다기보다.. 긁는 것처럼 공격해서 못 견디고 떨어지면 그 사이로 쏘옥 들어와요.
물이나 사료가 떨어지면 코로 밀어서 덜그럭거리고..
빨리 안 채워주면 소리가 점점 커져요.
- 어느 님이 반려견 떠나 보내고 새벽에 이런 소리 들으셨다 해서 마음이 아릿하더군요.
강아지들이 그렇듯 제일 어린 막내는 또 얼마나 무시하는지..
막내가 안으려고 하면 우우웅.. 하면서 투덜거려요.
안고 있는 내내 아우웅.. 으으응.. 으르르.. 투덜투덜투덜..
참.. 보고만 있어도 웃음나고 재미있는데 글로 쓰니 이상하네요.
암튼 얘가 오고 나서 우리집은 웃음도 더 많아지고..
중이병 걸린 아들놈도 강아지 때문에 힐링 좀 하는 거 같고..
애들 아빠가 강아지한테 혀짧은 소리 하는 거 보면 웃기기도 하고..
아직 멀었지만 얘 보내면 어떡하나.. 싶다가도
우리 그 동안 서로 행복하게 해줬으니 얼마나 고마운 시간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이런 소소한 행복함들.. 오래오래 느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