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 사대주의를 이용해 조선의 권력을 쥐었던 노론의 마지막 당수는 이완용이다. 이완용은 친일파의 우두머리가 된다. 조선 멸망 당시 일제에 작위와 은사금을 받은 76명 중 56명이 노론이었다. 역사관으로 보면 중화 사대주의와 식민사관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해방 이후 친일세력은 청산되지 않고 그대로 명맥을 이어 군부독재 세력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대한민국 역사학계의 주류세력은 이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들은 주변 강대국 관점에서 역사를 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들은 자신들의 역사관을 ‘사실 그대로의 역사’를 주장한 랑케의 실증주의라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을 따라가면 한나라(한 무제)가 세운 식민통치기구인 한사군(일제시대로 보면 조선총독부 역할)이 고조선을 통치·정복했으며 일본은 한반도 남부를 지배한 고대사가 된다. 독도는 일본 땅이 된다.
독도의 한국 영토 표기누락을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는 동북아역사재단 동북아역사지도 편찬위원회 위원 구성은 편찬위원 윤병남(서강대, 편찬위원장), 김유철(서강대), 배우성(서울시립대), 임기환(서울교대) 등 4명, 전문위원회 노중국(전 계명대, 위원장), 노태돈(전 서울대), 김영하(성균관대), 주보돈(경북대) 등 41명, 편집위원회 하일식(연세대), 김병준(서울대), 김선민(숙명여대) 등 18명으로 총 63명으로 이뤄져있다.
이덕일 소장은 이에 더해 지난 2013년까지 동북아역사지도 책임자였던 배성준 연구위원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국사학과에서 학위를 받은 배성준 박사의 ‘독도 문제를 보는 비판적 시각을 위하여’에는 이같은 부분이 있다.
“독도 문제에 관한 글을 읽다보면 모든 문제는 ‘독도는 우리 땅’ 노래 가사같이 간단명료해 보인다. 마치 신라의 우산국 정벌 이래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말은 ‘주장’이 아니라 ‘진실’인 것처럼 보인다. 독도가 우리 것일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독도에 대한 ‘진실’이 얼마나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선입관에 결박돼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독립운동사 사라진 한국 주류 사학
동북아역사지도의 문제점은 이뿐이 아니다. 이 소장은 “윤관의 9성도 표기 되지 않았고, 독립운동사를 반영하지 않았으며 일제 강점기 행정구역만 잔뜩 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명나라 태조주원장은 조선과 국경선을 정할 때 윤관의 9성을 중심으로 획정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 역시 동북공정을 주장하는 쪽에 빌미를 줄 수 있다. 독립운동사를 배제하는 움직임은 최근에도 계속됐고 국사편찬위원회가 초안을 마련한 ‘2015년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안’ 초안에도 반영됐다. 교육부가 한국 근현대사 비중을 줄이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북아역사지도 편찬 작업은 잠정 중단된 상황이다. 하지만 비판의 시선이 사라지면 언제 또 다시 진행될지 모른다는 게 ‘재야사학자’들의 우려다. 동북아역사재단 홈페이지에는 ‘임나일본부설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정설이었다’고 소개돼 있었다. 이는 지난해 12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윤관석 의원이 지적했다.
당시 국감에서 동북아역사재단 김학준 이사장이 “저희가 임나일본부설을 강력히 부인한다”고 하자 윤 의원은 “홈페이지에 그렇게 돼 있다”고 따졌다. 그러자 김 이사장은 “일본 학계에서는 통설이 됐으나 그 뒤 부인하는 많은 설이 나왔다는 것을 소개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홈페이지에는 임나일본부설에 대한 비판학설에 대해 “학설로서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돼 있었다. 현재 홈페이지에는 “우리는 임나일본부설의 허구성을 지적해 우리의 역사를 바르게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내용이 수정됐다.
김학준 이사장은 5공화국 때인 1985년부터 집권당인 민주정의당 전국구로 국회의원 활동을 했던 인물이다. 노론사관과 식민사관을 충실하게(?) 반영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교육부 산하 재단의 이사장이 군부독재 집권당에 의해 발탁됐던 인물이라는 점은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는 명제를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