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높으나 현실은 늘 시트콤인 직장맘인데요. 어디 얘기할 데가 없어 하소연 좀 하려구요.
남편은 참 성실하고 정 많은 사람이지만 참 단순하달까...
대화, 소통의 필요성을 그닥 못 느끼는 거 같아요. 그저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자고 직장생활, 학교생활 열심히 하면 뭐가 문제인가... 그러죠. 대부분의 남자가 그런가요?
게다가 한 1년 이상을 게임에 푹 빠져 살고 있어요. 중딩, 초딩 아들 둘을 둔 아빠가요.
저는 집, 회사, 가족 밖에 없는 사람이고요. 취미도 띄엄띄엄 제 멋대로 하는 독서 빼면 하루 종일 스마트폰 끼고 살기가 취미이자 여가생활의 전부예요.
전 남편과 속 깊은 대화도 자주 하고 싶고 최소 한달에 한번 정도는 가벼운 여행하며 콧바람 못 쐬면 폭발할 거 같은데
남편은 평일엔 7시 출근, 퇴근은 거의 10시, 11시.. 주5일을 그럽니다.
주5일 중 최소 하루는 술로 떡실신 돼서 들어오고, 어쩌다 일찍 들어와서 9시 정도 들어오게 되면 빨리 씻고 최소 11시, 12시까지 게임 삼매경에 빠지죠.
또 주말엔 주말대로 호시탐탐 게임만 하죠. 얼추 하루에 5-8시간은 하는 거 같아요.
남편이 워낙 부지런한 사람이라 사실 전 주말에 밥 차려 주고 설거지만 하는 정도고, 청소는 함께, 빨래는 남편이 전담할 정도예요. 그니까 가사를 완전 등한시하는 건 아니죠.
그렇지만 아들 둘과 남편이 번갈아 가며 서로 이제 자기 할 차례라며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주말이 다 지나가버리네요.
지난 주엔 남편을 좀 압박했더니 금요일 저녁에 애들은 배달음식 시켜주고 둘이 외식을 하자더군요. 근데 그날따라 감기몸살기에 옷도 너무 추레하고 입고 출근했었기에 일단 집에서 보자고 했죠. 일단 퇴근했다가 집 근처에라도 나가려구요. 근데 남편은 일단 집에서 보자는 제 말에 잘됐다 싶었는지 집에 오자 배달치킨만 냉큼 먹더니 바로 또 게임하러 직행하네요.
제가 원한 건 남편이 예약한 뷔페 한 끼가 아니라 남편과 둘 만의 시간과 대화였는데요.
네, 누구보다 제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합니다. 남편 말마따나 그럼 진작 제가 원하는 걸 정확히 말해야 했다는 거 알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런 걸 일일이 말로 해줘야 하냐 이 인간아, 10년 넘게 살고도... 그런 울화가 치밀어 오르네요.
제가 포기하는 것, 제 여가는 남편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돌보는 것, 이게 유일한 정답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