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는 화를 내 본 적이 없어요. 소리를 지른 적도 없고, 고함을 친 적도 없고, 마음이 슬펐던 적도 없어요.
왜 이리 내 마음이 평화로운가 생각해보니 강아지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그전에는 남편때문에 화나고 아이들 문제로 지치고 할때 참 힘들었는데 그런게 싹 다 없어졌어요. 강아지를 키우면서, 제 인생과 가족들의 인생을 구분하게 되니 마음이 참 편안하더라구요. 제 마음이 편하니 애들대하는 것도 안정감이 있구요. 중년아줌마들에게는 반드시 강아지를 키우라고 권해주고 싶네요.
와...글 올리고 나오니 많은 분들이 같은 마음이시네요. 강아지키우면서 정말로 새로운 인생이 열린 것 같아요. 저는 동네에 강아지들 뛰어다니던 것 참 싫어하던 사람이었어요. 놀이터에 강아지데리고 들어온 가족에게 심하게 항의를 한 적도 있고 (원래는 그러면 불법이에요), 목줄없는 강아지들에 대해서는 늘 이를 갈았어요. 그런데 제가 강아지랑 한 침대에서 자네요...ㅎㅎㅎ 제가 강아지를 몹시 싫어했던 과거에 있기 때문에 늘 굉장히 신경을 쓰는 건 사실이에요. 꼭 목줄을 하고 데리고 다니고, 동네 산책할때도 사람많은 곳은 잘 안가요.
욕할때 개년, 개새끼 이런소리하는 거 들으면 정말 화나요. 제가 강아지 키우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강아지가 훨씬 더 섬세하고 깊은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걸 나눌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이거든요. 가족들이 못 느끼는 감정도 강아지는 금방 알아요. 또 강아지에게 배운 것도 있지요. 강아지키우면서 마음속에 초조함이 사라졌어요. 강아지는 그냥 그 순간 집중해서 행복해하고 즐거워하고 그 순간 힘들면 피하기 때문에 일어나지 않은 미래로 불안해하는 법이 없쟎아요...가족들에 대해서 늘 그런 마음때문에 힘들었는데 지금은 강아지처럼 생각하고 살아요. 아이가 공부를 안하고 놀아도 그냥 둬요. 잔소리해도 안하는 건 안하는거니까요. 앞으로 성적이 그 아이에게 미칠 영향 생각안하고 그냥 강아지랑 놀죠.
쓰다보니 제가 정말 개아줌마인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ㅋ
옛날에는 강아지나 고양이는 균덩어리라고 생각해서 강아지 키우는 집에 가서는 물도 안마셨는데, 지금은 딱히 사람들이 강아지보다 더 깨끗하다는 생각이 안들어요. 양치질 안하는 사람투성이이고, 손안씻는 사람투성인데다가, 휴대폰은 변기보다 더 더럽다고 하고.... 식당은 재활용음식 주기 일쑤이고, 설거지 제대로 안된 그릇들을 줄 때도 많고 물컵에는 고추가루 떠있고... 그런거에 비하면 제 강아지는 사람보다 이빨도 깨끗하고, 세수도 저보다 더 열심히 잘하고, 용변보고 뒷처리도 아주 깨끗이해서..(제 생각엔 남편보다 깨끗할 것도 같아요) 딱히 제가 강아지보다 더 깨끗하다는 증거가 없어요.
아...해도 넘 했네요....개아줌마 진정하고 학원라이드나 다니렵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