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엄청 무서워했어요.
물에 뜨는 사람들이 젤 신기하고 부러웠답니다.
10년 전 신혼여행 가서 스노쿨링 시도했다가 무서워서 울면서 포기했던 적이 있어요.
덕분에 물 좋아하는 신랑까지 스노쿨링을 제대로 못해 두고두고 미안하더라구요.
아이 데리고 물가나 수영장,해수욕장을 가도 절대 물에 들어가지 않았어요.
수영이 가능하면 세상을 조금은 더 즐겁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살도 찌고 시간도 없고 나따위가 어떻게 뜰 수 있겠어..싶어 시도조차 못했어요.
근데 엄마들이 꼭 그런게 있죠?
난 못해도 내 자식은 했으면 좋겠다~하는거.
좀 더 크면 수영을 꼭 시켜야지 했는데 딸아이가 외할머니랑 주말마다 목욕탕을 다니면서
목욕탕 아줌마,할머니들한테 야매로 수영을 배워온거에요ㅎㅎㅎㅎㅎ
물놀이를 너무 좋아하는데 엄마아빠가 물놀이 한번 안데리고 가니 얼마나
목이 말랐겠어요. 그래서 주말이면 외할머니가 있는 시골에 꼭 보내달라더라구요.
목욕탕에서 물놀이한다고ㅠㅠ
(완전 시골이고 다들 동네분들이라 찬물에서 다들 수영하고 노세요)
여기서 반전은..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지방이라 안비싸요)에 실내수영장이 있다는겁니다ㅋㅋㅋㅋ
작지도 않아요. 25m레인 4개에 유아풀까지 있는 꽤 근사한 곳입니다.
입주한지 2년이 되어가는데 그동안 매달 20회 무료 이용권을 한번도 사용하지 않고 날려먹었지만요.
엎어지면 코 닿을데 수영장을 놔두고 제 아인 2년을 시골 목욕탕에서 물놀이를 했다는거죠.
참 한심하죠? 내 몸뚱아리 창피하고 물에 못 뜬다고 애 물놀이 한번 못 시켜줬으니...
그래서 8월 중순에 결심을 했습니다. 난 못해도 아이 물놀이는 시켜줘야겠다.
근데 얼마나 가겠냐 싶어서 수영복도 집더하기에서 만원대로 구입하고 수경도 수모도 완전 싸구려로 샀어요.
여기서 또 반전은...
물도 무서워하고 제일 가기 싫어했던 제가 한번 가면 3시간씩 물놀이를 하며 놀았다는겁니다ㅋㅋㅋ
첫날은 죽어도 안뜨더라구요. 킥판 잡아도 귀에 코에 물 들어갈것 같고 몸이 경직돼서 쭉 가라앉아요.
둘째날은 딸이 물속에서 자유롭게 노는걸 보면서 '쟤도 하는데 나라고 못하겠어?'이런 마음으로 몸에 힘을
안주니 둥둥 뜨지 뭡니까! 으아~세상에 물놀이가 이런 맛이구나!!! 몇년 후면 마흔인데 이 나이가 되도록
이런 즐거움을 모르고 살았다니 갑자기 너무 억울해지고 지나간 세월이 아깝고 날려버린 무료이용 회차가
손떨리게 아쉽더라구요.
그렇게 보름쯤 거의 매일 가다시피 하며 물과 친해지니 어찌저찌하여 25m레인 반쯤은 갈 수 있게 됐어요.
중,상급자 레인을 보는데 어찌나 부럽던지요. 나도 저렇게 손동작 멋있게 정식으로 할 수 있음 좋겠다~
그리하여 큰 맘 먹고 9월 1일부터 정식으로 기초반에 등록을 했지요.
일을 하고 있어서 일주일에 2회. 한달에 만원입니다!
큰 부담도 없고 선생님도 시원시원하셔서 정말 좋아요.
고작 2회..발차기,물에서 일어서기,호흡하기 이런것만 배웠지만 나이가 먹어도 뭔가를 배운다는건 정말
행복한 일이네요. 세상이 달라보이고 인생을 더 즐겁게 살 수 있을것만 같아요. 평생을 할 수 있는
내 인생운동을 발견한 느낌?(물론 중간에 좌절할수도? ㅎㅎㅎ)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신혼여행때처럼 풀빌라 놀러가자고 약속했는데 그땐 튜브 끼고 놀았지만
이젠 튜브없이도 두렵지 않아요.
물 무서워하시는 분들. 몸이 안뜬다고 두려워하는 분들.
저 같은 몸치도 물에 뜰 수 있더라구요! 늦었다 생각하지 말고 꼭 도전하세요!!
40~60대분들도 계시는데 젊은 사람들보다 더 잘 하세요.
제가 몇년 전까진 160에 51~2킬로 몸무게를 항상 유지하다가 (인생 최고,만삭 최고 몸무게도 59킬로)
2~3년 전부터 먹는거에 푹 빠져서 살이 60킬로까지 쪘거든요.
근데 보름동안 물놀이 좀 했다고(먹는건 똑같) 4킬로 정도가 빠졌네요.
역시 몸을 움직여야하나 봅니다.
수영 잘하시는 82분들 정말 부럽구요.
저도 열심히 해서 물개처럼 레인을 오가고 싶습니다. 으하하하~행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