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재산 별로 없고 아들 편애하는 집에서 태어나
5살 위 오빠 밥 차려줘가면서 초중고를 다닌 40대 여자입니다.
다행히 공부를 곧잘 했고 부모님이 대학은 보내주셔서
이후 전문직 비슷한 쪽으로 풀려 그런대로 잘 살고 있어요.
남편도 같은 직종에 종사하고 있고
남편이 좀 잔소리가 많고 시집에 다소 휘둘리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안정적으로 살고 있는 편이죠.
저희 부부에게 문제가 있다면 바로 아이들이에요.
제가 직장에 다녀서 더 섬세하게 신경을 못써준 탓일까요.
아님 어쩌다보니 그냥 공부머리가 없는 걸까요.
저희 아이들 둘은 둘 다 의지도 약하고 공부를 잘 못해요.
손재주들은 있는 편이어서 큰 아이가 먼저 미술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고
이어서 둘째도 자기도 미술이나 하겠다고 해서 미술 공부를 한지 반년쯤 되었네요.
그런데 둘째가 좀... 제가 보기에는 아이가 허황돼요.
그냥 철없어서 하는 소리라고 보기에는 걱정이 되네요.
어제 모처럼 자기랑 진로 상담 좀 하자 그래서 이야기를 했어요.
요는 자기는 폼나는 대학교에 가고 싶은데 자기 실력으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더구나 좋은 대학교를 나와도 디자인 전공이면 연봉 2000 받기도 어렵다던데
자기는 그러고 싶지 않다고, 자긴 돈 많이 벌고 사람들이 우와 이러는 학벌과 직업을 갖고 싶대요.
내실이 어쩌구 하지만 자기한테는 주변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바가 더 중요하대요.
그러면 지금부터라도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을 확 올리라고 했더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며 신경질을 바락바락 내는 모습에 정말이지 할 말을 잃었습니다.
한참 울고불고 짜증내더니 문 쾅 닫고 들어가 오늘 아침에는 아침도 안먹고 나갔어요.
저는 좀 곰처럼 성실하고 우직한 스타일이라
진짜로 제 딸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고, 솔직히 말해서 좀 정이 떨어져요.
도대체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요? 제 아이에게도 희망은 있을까요?
제 주변 사람들 아이들 보면 하나같이 진짜 공부도 잘하고 자기 앞길 알아서 닦던데
정말이지 주변 어디에도 말할 수가 없네요.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는 것도 좀 민망하지만
저렇게 건강하지 못한 생각을 가진 아이로 키웠다는 게 더 창피해요.
뭐라도 조언을 좀 주세요. 죽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