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아래 청솔모 굶는 얘기 나와서..
조금 다른 얘긴데, 작년 가을 기억이 나서글 올려봅니다.
우리집 뒷산에 쪼매난 말티 데리고 등산 겸 산책을 갔습니다.
등산로 중간에 약간 휴게터 같은 곳이 있어요.
냉차도 팔고.. 거기 아름드리 밤나무가 몇 그루 있는데
가을이라.. 아줌마 아저씨들이 밤도 엄청 따고... 조그만 벤치도 있는 갈림길 같은 곳이에요.
거기 도착해 벤치에 앉아 잠시 쉬는데
우리 말티가 요기 조기 냄새 맡고 나무 밑둥 아래 영역표시도 좀 하고(그냥 뒷다리만 들고 폼만 잡는 거니 개 오줌 운운 태글 사양할게요~)
그러고 있는데..
밤나무 꼭대기에 청설모 한 마리가 잣송이 같은 걸 들고 앉아 있는 거에요.
지나던 다른 주민들이나 아이들이 그거 발견하고 '아, 다람쥐다~''아니야, 저건 청설모라고 하는 거야' 운운 하며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는데
요 청설모가 우리 강아지 머리 위로 잣송이를 떨어트린 거에요. 꽤 높은 나무라.. 가속도가 붙어 툭 하고 소리도 크게 낫음.
청설모 쳐다보던 사람들도 깜짝 놀라고 우리 강아지도 깜짝 놀라고
우연인 줄 알았는데, 다른 나무 아래 가서 놀고 있는 강아지 위로 이 청설모가 또 잣송이를 떨어트림 ㅎㅎㅎ
이거 아주 따라다니며 잣송이를 떨어트리네요.
냉차 팔던 아주머니 말로는 요 청설모가
잣송이가 끈적거리니까 땅에 떨어트려 흙을 좀 묻힌 뒤 그걸 까먹는다고 하던데
강아지가 있으니 일부러 강아지한테 맞힌 모양이라며
괘씸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ㅎㅎㅎㅎ
화들짝 화들짝 놀라며 영문도 모른 채 머리통에 한번 허리께에 한번 잣송이 가격 당한 우리 강아지도 안스러운데 귀엽고 ㅎㅎㅎㅎ
가을이 다가오니 그 때 생각이 났습니다.
그 청설모는 아직도 그 나무 위에서 살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