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회담 후의 남북관계 전망
오늘 새벽에 나온 남북 고위급 회담 합의문이 국민의 기대치에 다소 미흡한 것이라고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초강경 입장 견지와 국민들의 지지가 예상외로 높아 너무 합의의 기대치가 한껏 높아진 것에 연유한 것으로 보입니다. 상대적으로 그 기대치에 비해 합의내용이 다소 낮아 보여서 그렇지 역대의 북한측 유감 표명 중에서는 가장 강도가 높은 것으로 사건의 규모나 피해 정도를 감안한다면 북한측으로서는 최대의 양보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까지의 유감 표명은 그 주체를 명시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북측은>이라는 주어를 분명히 명시하고 <남측 지역에서>라는 도발지역을 명시하면서 유감 표명을 했다는 것은 유의미한 것이라고 보아야 하겠지요.
혹자는 재발방지에 대한 보장이 없다고 비판하지만, 3항에서 <비정상 상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단서를 달고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한다고 했음으로 이 단서야말로 재발방지의 약속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측(김정은)에서 기를 쓰고 막으려는 것으로 도발하면 곧바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남측에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저 단서가 재발방지 약속을 담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더구나 <비정상 상태>라는 다소 애매모호하고 포괄적인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그 해석을 남측이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음으로써 사소한 도발이나 의심받을만한 도발도 북측이 쉽게 할 수 없게 해 놓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번 합의문에 대해 제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한 것은 한반도의 긴장의 근본 원인인 북핵문제의 타결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는 북측(김정은)의 최후의 카드를 버리라는 요구로써 제 요구가 너무 과한 것에 기인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북핵문제를 다룰 기회였는데 거기까지 못 간 것이 못내 아쉽긴 합니다.
이번 합의문까지 나오게 된 결정적인 배경은 박근혜 대통령의 초강경 입장과 단호한 의지의 표명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는 이것보다는 이번에 국민들이 보여준 의연한 자세와 차분한 대응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역장병들의 자진 잔류 의사를 밝히는 등 우리 군의 흔들림 없는 대처가 한 몫을 했다고 보지요.
사실 예전과 같이 남남갈등이 일어나고 근거 없는 음모론이 횡행했더라면 아마 북측의 대화 제의도 없었을 것이고, 설혹 이번과 같이 먼저 대화 제의를 했다 하더라도 이번 합의문과 같은 내용을 이끌어 내지 못했으리라 봅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북한에게 더 이상 뻥카는 남한에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시켰구요.
이번 고위급 회담 합의를 계기로 남북관계는 예전과는 많이 다른 양상으로 흐르고 원하든 원치 않든 통일도 앞당겨질 듯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의 통일을 우리는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독일과 같이 어느 순간 스르르 통일이 앞에 와 있을지 모릅니다.
제가 이렇게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국민들이 북한을 보는 입장이 확고해졌고 무엇보다도 일전불사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냈음으로써 앞으로도 북한 도발에 강경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번 사건이 전례가 되어 정권이 바뀐다 하더라도 이런 기조는 바꿀 수 없게 되어 북한측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상당히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그 동안 북한에 우호적이거나 북측의 입장에 호응해 오던 이석기 등의 경기동부연합의 주사파들과 얼치기 진보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되고, 북한이 이들을 통해 남남갈등을 유도하고 대남정책을 펴오던 것이 사실상 이제는 무력화되었다는 것은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리라 봅니다.
(만약 통진당 해산을 하지 않고 이석기 등의 경기동부연합을 구속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 사태를 맞았더라면 지금과는 사뭇 다른 양태로 흘렀을 것이고 경기동부연합의 주사파들에 의해 국내의 주요시설이 타격을 받게 되어 자칫 국지전이나 전면전으로 까지 갈 가능성이 있었다고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북측의 선제 도발이 아니라 국내의 주사파들의 준동 때문에 전쟁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이석기 등의 경기동부연합은 결정적 시기에 국내 주요시설을 파괴하려 모의하다 적발되어 구속되었지요. 이번 상황은 이석기가 결정적 시기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대한민국은 참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는 한미공조가 공고하고, 중국이 더 이상은 북한 편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고, 남한 대중들의 對북한인식이 어떻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주변정세가 북한(김정은)에게 갈수록 불리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느꼈을 것입니다. 이것은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군부)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향후 남북관계 전략에도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김정은은 이란의 핵무기 해결을 지켜 보았고, 국제사회에 이제는 북핵만이 문제가 되고 있음도 알고 있습니다. 시시각각 김정은을 조여오고 있으며 시간도 북한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더 깨닫게 되겠지요. 저는 조만간 김정은이 이란과 유사하게 북핵 타결을 전제로 경제지원을 요구하는 대타협안을 제시하리라 봅니다. 사실 이 시나리오가 김정은도 살고 북한도 살면서 우리와 국제사회가 모두 사는 길이죠. 저는 이 시나리오를 내심 기대해 봅니다.
북한 정권(김정은 체제)의 붕괴도 가시권에 왔다고 보여집니다. 김정은이 북핵문제를 계속 쥐고 가고 현재의 긴장상태를 지속하는 정책을 유지할 경우, 내부의 반발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김정은이 겉으로는 군부와 당을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보이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김정은의 위상이 많이 손상되고 북한을 보는 국제사회의 인식도 확인되어 당이나 군부의 김정은에 대한 충성도가 예전까지는 못할 것입니다. 중국이 국경접경지역에서 장갑차와 전차를 동원한 것은 김정은 뿐아니라 북한의 당이나 군부에게도 충격을 주었을 것입니다. 이번 사태로 확인된 주변 정세와 남한의 태도는 김정은 주변 인물들을 흔들리게 할 수 있다고 보지요. 남북관계나 북핵문제에서 북한 내부에서 전략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김정은은 종전의 방식을 계속 고집하면 내부 갈등이 일어나고 그 수위가 높아지면 정변(쿠데타)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통일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멀지 않은 시간에 올 수 있다고 보여 우리도 이에 대해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