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앵커가 인터뷰한 최동훈 감독의 얘기를 듣던 중 저의 생각과 딱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어서 써 봅니다.
손석희 왈 " 사람들이 1930년대 광복군 얘기를 올드하다고 생각하고
관객이 들지 않을거라고 충무로에서 흔히 생각하는데 혼자서 생각을 달리했느냐"
는 질문을 합니다.
최동훈 감독 왈 "이 영화는 망할 것이다 라고 하는 의견들이 많았다.
한국사람들은 일제강점기를 돌아보는 것을 고통스러워하거나 즐길 수 없을 것이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달랐다..................
1930년대를 패배의 시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압록강을 건너 만주, 상하이로 독립운동을 하러 갔고 무장투쟁은 1945년까지 계속되었으며
쿠바, 미국,멕시코 같은 데서도 노동을 해서 돈을 모아 독립운동자금으로 보냈다.
나라가 없어졌다고 손놓고 있지 않았고 싸우고 있었고 나는 그것을 관객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평소 제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과 100% 일치하는 의견이라 너무 반가웠어요.
일제강점기 외부의 환경은 암흑이었고 일본제국주의가 무자비하고 너무나 혹독하고 강력했지만
밤하늘에 별들이 빛나듯이 어두운 시대에 수많은 걸출한 인물들이 살아서 빛났습니다.
어두운 역사라고만 치부하기엔 그들은 너무나 존경스럽고 고통을 짊어지고 청춘과 인생을 바쳤어요.
일제강점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군요 라고 손석희 앵커가 잠깐 얘기했는데,
일제강점기를 수난으로만 가르치지 말고 그 고난에 맞서 수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얘기해야 될 것 같아요.
영화 암살을 극장에서 2번 보았는데, 좀더 완벽한 영화가 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운 점도 있지만
한국영화 감독 중에 이만한 역사의식을 가진 감독도 없습니다.
일제강점기에 대한 주제의식을 압축해서 정리해서 보여줍니다.
하나는 어두운 시대에 태어나 독립을 위해 애쓰다 밤하늘의 별처럼 스러져 간 수많은 사람들
-대부분 1945년 해방을 맞기 전에 감옥이나 만주벌판,이국땅에서 세상을 떠납니다.
살아서 돌아온 사람들은 20~30% 되었을까요?-을 잊지 말자는 것이고,
두번째는 친일파와 일본앞잡이를 처단하지 못한 역사의 실책을 돌아보는 겁니다.
그 동안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들이 있긴 했지만, 그 영화들이 실패한 것은
일제강점기를 다루어서가 아니라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감독의 역사의식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해요.
댓글에도 잠깐 썼지만 박해일, 김혜수 주연의 <모던보이>는 일제강점기에 대한 통찰력이나
역사의식은 거의 없고 그냥 영화 배경이 일제강점기일 뿐입니다. 독립운동이니 폭탄이니 하는 것은
그냥 영화의 배경으로밖에 역할을 하고 있지 않고 영화스토리 자체의 완성도 도 떨어지구요.
아나키스트 는 장동건, 정준호, 김상중 등 유명배우들이 출연해서 나름 만들었지만
그들이 왜 그렇게 살아야 했는지에 대한 배경은 전혀 나오지 않아요. 아주 못 만든 작품은 아닙니다.
그 동안 일제강점기에 대한 제대로 된 영화가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 암살이 나와서 너무 반가왔고
너무 늦게 나온 감이 없잖아 있어요. 그 동안 충무로에선 뭘했는지.....
하긴 1920,30년대를 재현하는 데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가고 흥행은 보증할 수 없으니
충무로에서 기피했던 것도 이해는 가지만, 일제강점기에 대해 제대로 된 시각을 가진
감독도 없었습니다.
일제강점기의 1920년대, 1930년대를 살아간 수많은 걸출한 인물들을 조명하는 시대가 되길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