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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가장 좋아하는 시..조금씩

좋아하는 시 조회수 : 6,619
작성일 : 2015-08-13 20:33:07
조금씩 가을이 걸어오고있네요
가을을 더 타기전에^^
제일 좋아하는 시 조금씩만 구경시켜주세요
먼저 제가~~

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살면서 이 시의 이대목이
왜이리 좋은지 모르겠어요
욕심내지말고 포기할건
얼른 내려놔라~하는것 같아요

선배님들의 좋아하는 시~
자랑해주세요
IP : 119.207.xxx.189
14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는 낙화의 저 구절을 볼 때마다
    '15.8.13 8:37 PM (121.142.xxx.244)

    떠나가야 할 때를 분명히 알면서도 끝까지 혼자 하려고 발악을 하다가
    결국
    마지막이 매우 아름답지 않았던 어느 독재자가 생각나요.

  • 2.
    '15.8.13 8:39 PM (175.211.xxx.2)

    도종환시 담쟁이 중구절요~

  • 3. 에이~
    '15.8.13 8:39 PM (119.207.xxx.189)

    절대로 그런의미로 쓴거 아니랍니다^^
    그냥 이대목만 좋은거예요

  • 4.
    '15.8.13 8:40 PM (175.211.xxx.2)

    괄호쳤더니 글이빠져버렸네요ㅠ.ㅠ

    ...결국그담을 넘는다 ...

  • 5. 냉면
    '15.8.13 8:42 PM (1.231.xxx.66)

    국수

    - 백 석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느 양지귀 혹은 능달쪽 외따른 산 옆 은댕이 예데가리 밭에서
    하로밤 뽀오얀 흰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불이 뿌우현 부엌에
    산멍에 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이것은 아득한 녯날 한가하고 즐겁든 세월로부터
    실 같은 봄비 속을 타는 듯한 녀름 속을 지나서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 속을 지나서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의젓한 마음을 지나서 텁텀한 꿈을 지나서
    지붕에 마당에 우물 둔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여늬 하로밤
    아베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베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기사발에 그득히 사리워오는 것이다.
    이것은 그 곰의 잔등에 업혀서 길러났다는 먼 녯적 큰 마니가
    또 그 집등색이에 서서 자채기를 하면 산넘엣 마을까지 들렸다는
    먼 옛적 큰아바지기 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끊는 아루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枯淡)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 6. 아~~너무
    '15.8.13 8:43 PM (119.207.xxx.189)

    너무 좋습니다

  • 7. .....
    '15.8.13 8:49 PM (175.223.xxx.25) - 삭제된댓글

    운석처럼
    - 신석정

    외로운 밤에는
    자꾸만 별을 보았다.

    더 외로운 밤에는
    찬란한 유성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곱디곱게 타다간
    너 심장 가까운 곳에
    운석처럼 묻히고 싶었다.

    -----
    아~~옛날에 아주 애절하게 읽혀서 외우고 다닌 시였는데
    십수년만에 다시 보니 아무 감흥이 없네요.
    제가 많이 늙었나봐요 ㅜㅜ

  • 8. 가을
    '15.8.13 8:49 PM (112.161.xxx.11)

    산산조각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 9. .....
    '15.8.13 8:53 PM (175.223.xxx.25) - 삭제된댓글

    운석처럼
    - 신석정

    외로운 밤에는
    자꾸만 별을 보았다.

    더 외로운 밤에는
    찬란한 유성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곱디곱게 타다간
    그렇게 낭자하게 타다간

    네 심장 가까운 곳에
    운석처럼 묻히고 싶었다.

    -----
    아~~옛날에 아주 애절하게 읽혀서 외우고 다닌 시였는데
    십수년만에 다시 보니 아무 감흥이 없네요.
    제가 많이 늙었나봐요 ㅜㅜ

  • 10. ..
    '15.8.13 8:54 PM (59.20.xxx.157) - 삭제된댓글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것은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이 시, 매해 다이어리 첫장에 쓰곤 했어요.

  • 11. 시몬
    '15.8.13 8:55 PM (222.110.xxx.185)

    좋은시 많네요. 저도 한국시가 더 좋더라구요

  • 12. ...
    '15.8.13 8:57 PM (182.213.xxx.248) - 삭제된댓글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 원 때문에 십 원 때문에 일 원 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일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난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 13. ...
    '15.8.13 8:59 PM (182.213.xxx.248)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만 일에는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 간 소설가를 위하여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십사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르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있다 절정위에는 서있지
    않고 암마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 원 때문에 십 원 때문에 일 원 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일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난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 14. 아~
    '15.8.13 8:59 PM (119.207.xxx.189)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것은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너무좋네요

  • 15. 시조의 향기
    '15.8.13 9:00 PM (115.137.xxx.109)

    사랑이 거짓말이 님 날 사랑 거짓말이
    꿈에 와 뵈단 말이 긔 더욱 거짓말이
    날같이 잠 아니 오면 어느 꿈에 뵈리오.

    _김상용 _

  • 16. 댓글시인 제페토
    '15.8.13 9:03 PM (61.106.xxx.48)

    http://media.daum.net/foreign/america/newsview?newsid=20110326060309105

    노년을 아프게 하는 것은
    새벽 뜬 눈으로 지새우게 하는
    관절염이 아니라
    어쩌면,
    미처 늙지 못한 마음이리라

    ----------------------------
    마음은 여기 홀로 두고, 육신과 함께 저멀리 먼저 가버린 세월을 더 늦기전에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시/입니다.

  • 17. ...
    '15.8.13 9:03 PM (182.213.xxx.248)

    게슈탈트 기도문

    나에게는 나의 일

    당신에게는 당신의 일

    내가 당신의 기대에 부응해서 살기위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당신도 나의 기대에 부응해서 살기 위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당신은 당신, 나는 나

    만약 우연히 우리가 서로를 이해한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일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

  • 18. ....
    '15.8.13 9:04 PM (39.7.xxx.191)

    어떤 결심 - 이해인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아플 때
    한 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어떤 경우에도
    남의 탓을 안하기로 했다

    내게 주어진 하루만이
    전 생애라고 생각하니
    저 만치서 행복이
    웃으며 걸어 왔다

  • 19. ...
    '15.8.13 9:06 PM (203.226.xxx.139)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 정호승 / 수선화에게

  • 20. 주입교육 딱 하나 고마운 시
    '15.8.13 9:08 PM (1.231.xxx.66)

    창(窓) 밖이 어른어른ㅎ거늘 님만 너겨 펄떡 뛰어 뚝 나서 보니,

    님은 아니 오고 으스름 달빛에 녈 구름 날 속였고나.

    마초아 밤일세망정 행여 낮이런들 남 우일 뻔하여라.

  • 21. 옹따
    '15.8.13 9:09 PM (58.125.xxx.132)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거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있으랴

    흔들리며 피는 꽃/도종환

  • 22. ...
    '15.8.13 9:10 PM (58.125.xxx.132)

    흔들리는 야간버스 안에서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저장된 이름 하나를 지운다

    내 사소한 사랑은
    그렇게 끝났다

    - 배홍배,「그리운 이름」



    견딜 수 없는 날들은 견디지마라

    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마라


    그리움을 견디고 사랑을 참아

    보고싶은 마음 병이된다면 

    그것이 어찌 사랑이겠느냐

    그것이 어찌 그리움이겠느냐


    견딜 수 없이 보고싶을때는 견디지 마라


    견딜수없는사랑은견디지마라/강재윤

  • 23. 제제
    '15.8.13 9:12 PM (119.70.xxx.159)

    좋은 시 감사합니다

  • 24. 진주귀고리
    '15.8.13 9:13 PM (122.37.xxx.25)

    내 스무 살 때 ㅡ 장석주


    참 한심했었지,

    그 땐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고

    하는 일마다 실패투성이였지

    몸은 비쩍 말랐고

    누구 한 사람 나를 거들떠보지 않았지

    내 생은 불만으로 부풀어 오르고

    조급함으로 헐떡이며 견뎌야만 했던

    하루하루는 힘겨웠지,

    그 때 구멍가게 점원자리 하나

    맡지 못했으니

    불안은 수시로 나를 찌르고

    미래는 어둡기만 했지

    그랬으니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내가 바닷속을 달리는

    등푸른 고등어처럼

    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랬으니, 산책의 기쁨도 알지 못했고

    밤하늘의 별을 헤아릴 줄도 몰랐고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한다'는 따뜻한 말을

    건넬 줄도 몰랐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무지로

    흘려보내고 그 뒤의 인생에 대해서는

    퉁퉁 부어 화만 냈지

  • 25. ..
    '15.8.13 9:15 PM (218.209.xxx.228)

    사랑을 놓치다 - 윤제림

    …내 한때 곳집 도라지꽃으로
    피었다 진 적이 있었는데,
    그대는 번번이 먼 길을 빙 돌아다녀서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내 사랑!
    쇠북 소리 들리는 보은군 내속리면
    어느 마을이었습니다.


    또 한 생애엔,
    낙타를 타고 장사를 나갔는데, 세상에!
    그대가 옆방에 든 줄도
    모르고 잤습니다.
    명사산 달빛 곱던,
    돈황여관에서의 일이었습니다.

    음.. 그리고 다음은 이덕규 시인의 시집 서문 인데요.
    아! 하고 가슴을 울리는 대목이라서 늘 기억을 하고 있죠.


    스무 살 가을밤이었다.
    어느 낯선 간이역 대합실에서 깜박 잠이 들었는데 새벽녁,
    어떤 서늘한 손 하나가 내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왔다.

    순간 섬뜩했으나, 나는 잠자코 있었다.
    그때 내가 가진 거라곤 날선 칼 한 자루와 맑은 눈물과 제목 없는 책 따위의 무량한 허기뿐이었으므로.
    그리고, 이른 아침 호주머니 속에선 뜻밖에 오천 원권 지폐 한 장이 나왔는데,
    그게 여비가 되어 그만 놓칠 뻔한 청춘의 막차를 끊었고, 그게 밑천이 되어 지금껏 잘 먹고 잘 산다.

    그때 다녀가셨던 그 어른의 주소를 알 길이 없어......,
    그간의 행적을 묶어 소지하듯 태워올린다.


    화성에서
    이덕규

  • 26. 원글님
    '15.8.13 9:16 PM (221.149.xxx.157) - 삭제된댓글

    찌뽕~ 저도 낙화 얘기하러 왔는데...

    안도현시인의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군가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그리고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이십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가로놓여 있다.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너어스들 앞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개의 울음 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떨어지는 은행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絶頂) 위에는 서 있지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그리고 조금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이발쟁이에게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야경꾼에게 이십 원 때문에 일 원 때문에우습지 않으냐 일 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바람아 먼지야 이것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정말 얼마큼 적으냐

  • 27. ..
    '15.8.13 9:17 PM (211.179.xxx.78)

    좋은시들 감사합니다

  • 28. 바람이분다
    '15.8.13 9:22 PM (211.106.xxx.43)

    
    나는 유서도 못 쓰고 아팠다 미인은 손으로 내 이마와 자신의 이마를 번갈아 짚었다 "뭐야 내가 더 뜨거운 것 같아" 미인은 웃으면서 목련꽃같이 커다란 귀걸이를 걸고 문을 나섰다
    
    한 며칠 괜찮다가 꼭 삼 일씩 앓는 것은 내가 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내는 일이라 생각했다 어렵게 잠이 들면 꿈의 길섶마다 열꽃이 피었다 나는 자면서도 누가 보고 싶은 듯이 눈가를 자주 비볐다
    
    힘껏 땀을 흘리고 깨어나면 외출에서 돌아온 미인이 옆에 잠들어 있었다 새벽 즈음 나의 유언을 받아 적기라도 한 듯 피곤에 반쯤 묻힌 미인의 얼굴에는, 언제나 햇빛이 먼저 와 들고 나는 그 볕을 만지는 게 그렇게 좋았다
    

    ─ 박준, 「꾀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2012

  • 29. 정화되는 마음
    '15.8.13 9:22 PM (220.89.xxx.238)

    대구에 갑작스런 폭우로 집으로 오는 길에 번잡했던 마음이 힐링되네요 . 원글님, 그리고 좋은 시 올려우신 분들 감사드려요~

  • 30. ..
    '15.8.13 9:24 PM (218.209.xxx.228) - 삭제된댓글

    에고 윤제림 시 옮겨 적다 보니 빠뜨린 글자가 있었네요.
    밑에 똑바로 된 시, 다시 링크 합니다.

    윤제림 - 사랑을 놓치다.
    http://files.thinkpool.com/files/bbs/2015/08/13/yo.jpg

    이덕규 시인 시집 서문
    http://files.thinkpool.com/files/bbs/2015/08/13/poem.jpg

  • 31. ......
    '15.8.13 9:25 PM (121.171.xxx.183)

    양말을 벗으며 정양

    머리맡에 양말을 벗어놓으면 꿈자리가 사나운 법이라면서
    양말 벗어던지는 내 버릇을 어머니는 생전에 늘 못마땅해 하
    셨습니다 젊어서 객지로 떠돌닐 적에는 돈이나 떨어지면 어
    머니가 보고 싶었고 머리맡에 양말 벗어던지는 그 버릇은 나
    이 들도록 무심히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나이 들수록 꿈자리는 더 사납고 오늘밤도 꿈자리보다 더
    모질고 사나운 중년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지며 문득 사무치도
    록 어머니가 그립습니다

  • 32. tods
    '15.8.13 9:25 PM (59.24.xxx.162)

    가을날 -라이너 릴케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던져 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살이 찌도록 마련해 주시고,
    그들에게 이틀만 더 따뜻한 날을 베풀어주소서,
    열매들이 무르익도록 해 주시고,
    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단맛을 돋구어 주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앞으로도 집을 짓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 홀로 있는 사람은 오랫동안 외롭게 그러합니다.
    잠이 깨어, 책을 읽고, 길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나뭇잎이 떨어질 때면, 불안스레
    가로수 사이를 이리 저리 헤맬 것입니다.

  • 33. 윤후명
    '15.8.13 9:28 PM (49.174.xxx.143) - 삭제된댓글

    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

    이제야 너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너무 늦었다
    그렇다고 울지는 않는다
    이미 잊힌 사람도 있는데
    울지는 못한다
    지상의 내 발걸음
    어둡고 아직 눅은 땅 밟아가듯이
    늦은 마음
    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
    모두 떠나고 난 뒤면
    등불마저 사위며
    내 울음 대신할 것을
    이제야 너의 마음에 전했다
    너무 늦었다 캄캄한 산 고갯길에서 홀로

  • 34. 바람이분다
    '15.8.13 9:29 PM (211.106.xxx.43)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이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해야겠다.
    이제 밝아 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소리를 듣기 위하여
    따스한 햇살과 바람과 라일락 꽃 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
    새벽 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새벽 편지 - 곽재구

  • 35. 호러
    '15.8.13 9:32 PM (112.154.xxx.180)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36. ................
    '15.8.13 9:32 PM (14.39.xxx.38) - 삭제된댓글

    중국 최고의 명시 감상 ― 도연명의 《귀거래사》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7&cn=0&num=1343184&page=2&searchType...

  • 37. ......
    '15.8.13 9:32 PM (14.39.xxx.38) - 삭제된댓글

    중국 최고의 명시 감상 ― 도연명의 《귀거래사》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7&cn=0&num=1343184&page=2&searchType...

  • 38. 우....기형도 김수영
    '15.8.13 9:34 PM (1.231.xxx.66)

    고맙습니다

  • 39. ^^
    '15.8.13 9:35 PM (1.238.xxx.101) - 삭제된댓글

    새 한마리 젖으며 먼 길을 간다 

    하늘에서 땅끝까지 적시며 비는 내리고 

    소리내어 울진 않았으나 

    우리도 많은 날 피할 길 없는 빗줄기에 젖으며 

    남 모르는 험한 길을 많이도 지나왔다 

    하늘은 언제든 비가 되어 적실 듯 무거웠고 

    세상은 우리를 버려둔 채 낮밤없이 흘러갔다 

    살다보면 배지구름 걷히고 하늘 개는 날 있으리라 

    그런 날 늘 크게 믿으며 여기까지 왔다 

    새 한마리 비를 뚫고 말없이 하늘 간다

    - 도종환



    20대 끝자락에 우기 걷힘을 기다리던 시기에 힘을 주던 시였어요. 그 새가 나인양 ...

    지금은 스콜 속에서 삽니다 -_-;;
    그래도 시는 지금도 좋네요. 4학년 중반인데도^^

  • 40. 7시기상
    '15.8.13 9:35 PM (218.53.xxx.221)

    내가 만일 다시 젊음으로 되돌아 간다면
    겨우 시키는 일을 하며 늙지는 않을 것이니
    아침에 일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
    천둥처럼 내 자신에게 놀라워하리라

    신은 깊은 곳에 나를 숨겨 두었으니
    헤매며 나를 찾을 수밖에
    그러나 신도 들킬 때가 있어
    신이 감추어 둔 나를 찾는 날 나는 승리하리라

    -구본형

  • 41. ^^
    '15.8.13 9:36 PM (1.238.xxx.101) - 삭제된댓글

    새 한마리 젖으며 먼 길을 간다 

    하늘에서 땅끝까지 적시며 비는 내리고 

    소리내어 울진 않았으나 

    우리도 많은 날 피할 길 없는 빗줄기에 젖으며 

    남 모르는 험한 길을 많이도 지나왔다 

    하늘은 언제든 비가 되어 적실 듯 무거웠고 

    세상은 우리를 버려둔 채 낮밤없이 흘러갔다 

    살다보면 배지구름 걷히고 하늘 개는 날 있으리라 

    그런 날 늘 크게 믿으며 여기까지 왔다 

    새 한마리 비를 뚫고 말없이 하늘 간다

    - 우기 - 도종환



    20대 끝자락에 우기 걷힘을 기다리던 시기에 힘을 주던 시였어요. 그 새가 나인양 ...

    지금은 스콜 속에서 삽니다 -_-;;
    그래도 시는 지금도 좋네요. 4학년 중반인데도^^

  • 42. 호러
    '15.8.13 9:36 PM (112.154.xxx.180)

    안도현 시  


    그대에게 가는 길이 
    세상에 있나 해서 
    길 따라 나섰다가 
    여기까지 왔읍니다 


    끝없는 그리움이 
    나에게는 힘이 되어 


    내 스스로 길이 되어 
    그대에게 갑니다 

  • 43. ^^
    '15.8.13 9:37 PM (1.238.xxx.101)

    새 한마리 젖으며 먼 길을 간다 
    하늘에서 땅끝까지 적시며 비는 내리고 
    소리내어 울진 않았으나 
    우리도 많은 날 피할 길 없는 빗줄기에 젖으며 
    남 모르는 험한 길을 많이도 지나왔다 
    하늘은 언제든 비가 되어 적실 듯 무거웠고 
    세상은 우리를 버려둔 채 낮밤없이 흘러갔다 
    살다보면 배지구름 걷히고 하늘 개는 날 있으리라 
    그런 날 늘 크게 믿으며 여기까지 왔다 
    새 한마리 비를 뚫고 말없이 하늘 간다

    - 우기 - 도종환



    20대 끝자락에 우기 걷힘을 기다리던 시기에 힘을 주던 시였어요. 그 새가 나인양 ...

    지금은 스콜 속에서 삽니다 -_-;;
    그래도 시는 지금도 좋네요. 4학년 중반인데도^^

  • 44. 원글님
    '15.8.13 9:38 PM (221.149.xxx.157) - 삭제된댓글

    찌찌뽕~ 저도 낙화 얘기하러 왔는데...
    또 안도현시인의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군가에게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그리고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옹졸하게 분개하고

  • 45. 바람이분다
    '15.8.13 9:40 PM (211.106.xxx.43)

    가을 햇살이 좋은 오후
    내 사랑은 한 때 여름 햇살 같았던 날이 있었네
    푸르던 날이 물드는 날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을 해야지
    그대 오는 길목에서
    불 붙은 산이 되어야지
    그래서 다 타 버릴 때까지
    햇살이 걷는 오후를 살아야지
    그렇게 맹세하던 날들이 있었네.
    그런 맹세만으로
    나는 가을 노을이 되었네
    그 노을이 지는 것을 아무도 보지 않았네

    가을날 - 김현승

  • 46. 로버트프로스트
    '15.8.13 9:40 PM (175.204.xxx.208)

    가지 않은 길이요.

    갈래길에서 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어떻게되었을까..

  • 47. 고맙습니다
    '15.8.13 9:41 PM (119.207.xxx.189)

    한권의 시집를 읽는것같아 너무 좋네요

    다좋다 -김인중--
    내성적인 학생은 진지해서 좋고
    사교성이 적은 학생은
    정직하고 과장 되지않아서 좋고
    소심한 학생은 실수가 적고 정확해서 좋고
    질투심이 많은 학생은 의욕이 넘쳐서 좋고
    말이 많은 학생은 지루하지 않아서 좋고
    자신감이 없는 학생은 겸손해서 좋고
    직선적인 학생은 속정이 깊어서 좋고..
    다 좋다...

  • 48. 호러
    '15.8.13 9:43 PM (112.154.xxx.180)

    정호승] 부치지 않은 편지

    그대 죽어 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푸른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이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
    언 땅에 그대 묻고 돌아오던날
    산도 강도 뒤따라와 피울은 울었으나
    그대 별의 넋이 되지 않아도 좋다.
    잎새에 이는 바람이 길을 멈추고
    새벽 이슬에 새벼 하늘이 다 젖었다
    우리들 인생도 찬비에 젖고
    떠오르던 붉은 해도 다시 지나니
    밤마다 인생을 미워하고 잠이 들었던
    그대 굳이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 49. 호러
    '15.8.13 9:44 PM (112.154.xxx.180)

    백창우씨가 작곡해서 김광석씨가 부른 노래

    -부치지 않은 편지-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 50. 바람이분다
    '15.8.13 9:45 PM (211.106.xxx.43)

    내가 인간세계에서 승도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듯이
    새의 세계에서 새들이 너를 부르는 이름을 알고 싶다
    새들이 너를 부르듯 나도 너만의 이름을 부르고 싶다

    오래도록 마음의 문을 닫고 세상을 멀리하며 나는 살아왔다
    아침이야 아침이야 네가 햇살보다 먼저 찾아와 창문 앞에서
    나를 불러 아침을 안겨주었듯 저기 저 산, 네가 사는
    숲에 들어가 나도 너의 둥지 옆에서 너의 이름을 불러, 막
    잠에서 깬 너의 눈이 나를 보는 것을 보고 싶다
    그때 너는 놀라며 나의 이름을 부르겠지......승도야

    나의 새 - 유승도

  • 51. 밤하늘의 총총한 별들
    '15.8.13 9:48 PM (121.161.xxx.4) - 삭제된댓글

    < 지리산의 봄1 > -고정희-


    ...오월의 찬란한 햇빛이
    슬픈 깃털을 일으켜세우며
    신록 사이로 길게 내려와
    그대에게 가는 길을 열어줍니다
    아득한 능선에 서계시는 그대여
    우르르우르르 우레 소리로 골짜기를 넘어가느 그대여
    앞서가는 그대 따라 협곡을 오르면
    삼십 년 벗지 못한 끈끈한 어둠이
    거대한 여울에 파랗게 씻겨내리고
    육천 매듭 풀려나간 모세혈관에서
    철철 샘물이 흐르고
    더웁게 달궈진 살과 뼈 사이
    확 만개한 오랑캐꽃 웃음 소리
    아름다운 그대 되어 산을 넘어갑니다
    구름처럼 바람처럼
    승천합니다

  • 52. 음...
    '15.8.13 9:49 PM (211.196.xxx.205)

    서시_나희덕

    단 한 사람의 마음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 53. 나물씨
    '15.8.13 9:55 PM (211.202.xxx.107) - 삭제된댓글

    밀어/ 황순원

    내 가슴속은 묘지
    묘지기는 나


    내게 한끝 줄을 남기고 간 이들을
    나는 내 가슴속 묘지 안에
    부활시켜 놓는다
    나는 죽음에 대한 얘기가 듣고 싶은데
    그들은 자꾸 어떻게 사느냐는 얘기만 한다

    ----------------------------------------
    귀뚜라미가 우는 소리를 들으니 최승자시인의
    가을이라는 시의 한구절도 생각나네요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
    매독같은 가을
    .
    .

    ㅎㅎㅎㅎㅎㅎㅎㅎㅎ

  • 54.
    '15.8.13 9:55 PM (39.119.xxx.171) - 삭제된댓글

    삶과 죽음의 길이 예 있으니

    가노라 말도 못다이르고 가는가?

    어느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저기 흩날리는 잎처럼

    한가지에 나고서

    너가는곳 모르겠구나..

    아 극락에서 만날 나는 도닦으며 기다리련다

    월명사 - 제망매가

  • 55.
    '15.8.13 9:57 PM (39.119.xxx.171) - 삭제된댓글

    삶과 죽음의 길이 예 있으매 두려워

    가노라 말도 못다이르고 가는가?

    어느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저기 흩날리는 잎처럼

    한가지에 나고서

    너가는곳 모르겠구나..

    아! 극락에서 만날 나는 도닦으며 기다리련다.

    제망매가- 월명사

  • 56. 바람이분다
    '15.8.13 9:57 PM (211.106.xxx.43)

    이 저녁엔 노을 핏빛을 빌려 첼로의 저음 현이 되겠다
    결국 혼자 우는 것일 테지만 거기 멀리 있는 너도 오래전
    부터 울고 있다는 걸 안다 네가 날카로운 선율로 가슴 찢
    어발기듯 흐느끼는 동안 나는 통주저음으로 네 슬픔 떠
    받쳐주리라 우리는 외따로 떨어졌지만 함께 울고 있는
    거다 오래 말하지 못한 입, 잡지 못한 가는 손가락, 안아
    보지 못한 어깨, 오래 입맞추지 못한 마른 입술로……

    엄원태 - 애가

  • 57. ...
    '15.8.13 9:57 PM (116.39.xxx.210) - 삭제된댓글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 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 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 곽재구,

  • 58. 나물씨
    '15.8.13 9:58 PM (211.202.xxx.107)

    밀어/ 황순원

    내 가슴속은 묘지
    묘지기는 나


    내게 한끝 줄을 남기고 간 이들을
    나는 내 가슴속 묘지 안에
    부활시켜 놓는다
    나는 죽음에 대한 얘기가 듣고 싶은데
    그들은 자꾸 어떻게 사느냐는 얘기만 한다

    -------------------------------------
    귀뚜라미가 우는 밤이라 최승자 시인의 시도 생각납니다

    개 같은 가을이/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
    매독같은 가을
    .
    .
    .

    ㅎㅎㅎ 모두들 좋은 밤 되세요

  • 59. ...
    '15.8.13 9:58 PM (116.39.xxx.210) - 삭제된댓글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 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 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 곽재구,

  • 60. ...
    '15.8.13 9:59 PM (116.39.xxx.210) - 삭제된댓글

    곽재구

  • 61. ...
    '15.8.13 10:00 PM (116.39.xxx.210)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 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 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 곽재구, 사평역에서

  • 62. ...
    '15.8.13 10:02 PM (39.7.xxx.12)

    흑흑흑 이렇게 좋아하는 시를 적어보라는데 답을 적을 수가 없네요.
    예전엔 시집도 들여다보던 소녀였는데 이젠 감성도 메말랐나봐요ㅠ
    적어주신 시들 열심히 볼게요.
    감사합니다

  • 63. ....
    '15.8.13 10:05 PM (1.241.xxx.162)

    너무 좋은 시네요.....

  • 64. 리멤
    '15.8.13 10:07 PM (175.223.xxx.226) - 삭제된댓글

    흰 바람 벽이 있어

    희망의 문학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샷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을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아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골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 65. 리멤
    '15.8.13 10:08 PM (175.223.xxx.226)

    흰 바람 벽이 있어

    -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샷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을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아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골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 66. ditto
    '15.8.13 10:09 PM (39.112.xxx.142)

    Drink wine, This is life eternal
    this, all that youth will give to you
    It is the season for wine, roses, and drunken friends
    Be happy for this moment
    This moment is your life


    영화 언페이스풀에 나온 시예요 제목도 작가도 모르겠지만 해마다 장미가 피는 계절이면, 와인이 마시고플 때면 생각나는 시예요

  • 67. 바람이분다
    '15.8.13 10:14 PM (211.106.xxx.43)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공상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 말 없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생각이 - 오규원

  • 68. 즐거운 편지
    '15.8.13 10:15 PM (175.210.xxx.248)

    - 즐거운 편지 -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메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다시 읽어 보아도 참 좋네요^^

  • 69. chelsea
    '15.8.13 10:25 PM (180.65.xxx.221)

    시한편..두고두고 읽어볼게요..감사해요.

  • 70. kazoo
    '15.8.13 10:28 PM (121.153.xxx.45)

    지난주 역사저널 동학운동편 너무 슬펐습니다
    이 시도 기억에 남구요 시는 일부입니다

    서울로 가는 전봉준
    - 안도현

    그대 떠나기 전에 우리는
    목 쉰 그대의 칼집도 찾아 주지 못하고
    조선 호랑이처럼 모여 울어 주지도 못하였네
    그보다도 더운 국밥 한 그릇 말아 주지 못하였네
    못다한 그 사랑 원망이라도 하듯
    속절없이 눈발은 그치지 않고
    한 자 세 치 눈 쌓이는 소리까지 들려오나니

    그 누가 알기나 하리
    겨울이라 꽁꽁 숨어 우는 우리나라 풀뿌리들이
    입춘 경칩 지나 수군거리며 봄바람 찾아오면
    수천 개의 푸른 기상나팔을 불어제낄 것을
    지금은 손발 묶인 저 얼음장 강줄기가
    옥빛 대님을 홀연 풀어헤치고
    서해로 출렁거리며 쳐들어 갈 것을

    우리 聖上 계옵신 곳 가까이 가서
    녹두알 같은 눈물 흘리며 한목숨 타오르겠네
    봉준이 이 사람아
    그대 갈 때 누군가 찍은 한 장 사진 속에서
    기억하라고 타는 눈빛으로 건네던 말
    오늘 나는 알겠네

  • 71. 달개비꽃
    '15.8.13 10:31 PM (121.161.xxx.4) - 삭제된댓글

    -고정희-

    오월의 찬란한 햇빛이
    슬픈 깃털을 일으켜세우며
    신록 사이로 길게 내려와
    그대에게 가는 길을 열어줍니다
    아득한 능선에 서계시는 그대여
    우르르 우르를 우레 소리로 골짜기로 넘어가는 그대여
    ------------------------------------------------------

    -허수경-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
    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
    을 닫으면 또 다른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
    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
    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
    으로 돌아감 당신......,
    ---------------------------------------------------------

    -이성복-

    거기서 너는 살았다 선량한 아버지와
    볏짚단 같은 어머니, 티밥같이 웃는 누이와 함께
    거기서 너는 살았다 기차 소리 목에 걸고
    흔들리는 무우꽃 꺾어 깡통에 꽂고 오래 너는 살았다
    더 살 수 없는 곳에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우연히 스치는 질문- 새는 어떻게 집을 짓는가
    뒹구는 돌은 언제 잠 째는가 풀잎도 잠을 자는가,
    대답하지 못했지만 너는 거기서 살았다
    -----------------------------------------------

    -나희덕-

    배추에게도 마음이 있나보다
    씨앗 뿌리고 농약 없이 키우려니
    하도 자라지 않아
    가을이 되어도 헛일일 것 같더니
    여름내 밭둑 지나며 잊지 않았던 말
    - 나는 너희로 하여 기쁠 것 같아
    - 잘 자라 기쁠 것 같아

    -----------------------------------------
    시 전문은 길어서 좋아하는 부분만 실었습니다.
    좋은 시들 정말 많네요~~감사합니다. 잘 읽어볼게요!!

  • 72. 호러
    '15.8.13 10:35 PM (112.154.xxx.180)

    우울한 편지 
      
     황 지 우 


    한때 나는 저 드높은 화엄(華嚴) 창천(蒼天)에 오른 적 있었지 
    숫개미 날개만한 재치 문답으로! 
    어림 턱도 없어라 

    망막을 속이는 빛이 있음을 모르고 
    흰 빛 따라가다 
    철퍼덕 나가떨어진 이 궁창;진흙-거울이어라 

    진흙-마음밭에 부리 처박고 머리털 터는 오리꼴이라니 
    더욱 더러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니 
    신간은 편하다만 

    이렇게 미친 척 마음 가지고 놀다 
    병 깊어지면 이 어두운 심통(心筒), 
    다시 빠져 나갈 수 있을지 아슬아슬하다 

  • 73. 마종기 시
    '15.8.13 10:39 PM (222.108.xxx.83)

    바람의 말

    우리가 모두 떠난뒤
    내 영혼이 당신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하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괴로움이
    꽃잎되어서 날아가 버릴꺼야

    꽃잎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수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건가

    가끔 바람부는쪽으로 귀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마
    아득히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마종기의 이 시...조용필이 "바람이전하는말"이라는 노래로
    불렀죠

  • 74. .....
    '15.8.13 10:39 PM (39.116.xxx.111) - 삭제된댓글

    선천성 그리움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함민복

  • 75. .....
    '15.8.13 10:40 PM (39.116.xxx.111) - 삭제된댓글

    선천성 그리움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함민복

  • 76. .....
    '15.8.13 10:40 PM (39.116.xxx.111) - 삭제된댓글

    선천성 그리움
    함민복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 77. .....
    '15.8.13 10:41 PM (39.116.xxx.111)

    선천성 그리움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함민복

  • 78. ..
    '15.8.13 10:43 PM (116.39.xxx.210)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 노희경
    나는 한 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 때면 더 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가볍게 하자, 가볍게 보고는 싶지 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 라고 말하고 변할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시키자. 그래서 헤어질 땐 울고불고 말고 깔끔하게, 안녕.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그것이 상처받지 않고 상처 주지 않는 일이라고 진정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드는 생각.. 너, 그리 살어 정말 행복하느냐?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 싶어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랑은 내가 먼저 다 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주지 않았다.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 잔과 같았다. 내가 아는 한 여자, 그 여잔 매번 사랑 할 때마다 목숨을 걸었다. 처음엔 자신의 시간을 온통 그에게 내어주고 그 다음엔 웃음을, 미래를, 정신을 주었다. 나는 무모하다 생각했다. 그녀가 그렇게 모든 걸 내어주고 어찌 버틸까 염려스러웠다. 그런데, 그렇게 저를 다 주고도 그녀는 쓰러지지 않고, 오늘도 해맑게 웃으며 연애를 한다. 나보다 충만하게 그리고 내게 하는 말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 79. 모큐
    '15.8.13 10:52 PM (125.176.xxx.144)

    남신의주 유동 박씨봉방 ㅡ백석ㅡ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굿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고 자리에 누어서,
    머리에 손깍지벼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턴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그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디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어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시들이 전부 주옥같아요. 그 중에서 정호승 시인의 시구절 중 '산산조각나면 산산조각을 얻지'에 큰 깨달음을 얻습니다.

  • 80. 평생 좋아하 시....
    '15.8.13 10:56 PM (182.209.xxx.38)

    지금은 남의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중략...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이시는 모두 아실듯^^
    전 이구절이 넘 좋아요~


    그리고 하나더.


    네가 보고 싶어 바람이 불었다-안도현

    네가 내 옆에 없었기 때문에 나는 아팠다.
    네가 보고 싶었다.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네가 보고 싶어서 물결이 쳤다.
    네가 보고 싶어서 물속의 햇살은 차랑차랑 하였다.
    네가 보고 싶어서 나는 살아가고 있었고,
    네가 보고 싶어서 나는 살아갈 것이었다.

    누군가가 보고싶어 아파본 적이 있는
    이는 알 것이다.
    보고 싶은 대상이 옆에 없을 때에
    비로소 낯선 세계속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싶은
    호기심과 의지가 생긴다는 것을

    그렇게 나는 너에게 가고 싶었다.

  • 81. 롱펠로우
    '15.8.13 10:59 PM (119.104.xxx.77)

    화살과 노래

    화살 하나 공중에 쏘았네.
    땅에 떨어졌으련만, 어딘지 알 수 없어라.
    너무도 빨리 날아, 날아가는 화살을
    눈으로 좇아갈 수 없었네.

    노래 하나 공중에 띄워보냈네.
    땅에 떨어졌으련만, 어딘지 알 수 없어라.
    어느 눈이 그처럼 날카롭고 강하여
    날아가는 노래를 좇아갈 수 있으랴.

    오랜 뒷날 한 참나무에
    아직도 성하게 박혀 있는 화살을 보았네.
    노래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벗의 마음 한 가운데 그대로 남아 있었네.  

  • 82. 하이쿠/어느 일본 선승
    '15.8.13 11:03 PM (119.104.xxx.77)

    내가 죽거든 술통 밑에 묻어줘
    운이 좋으면 밑둥이 샐지도 모르니

  • 83. 류시화
    '15.8.13 11:04 PM (119.104.xxx.77)

    눈위에 쓴 시

    누구는 종이 위에 시를 쓰고
    누구는 사람 가슴에 시를 쓰고
    누구는 자취 없는 허공에 대고 시를 쓴다지만

    나는 십이월의 눈 위에 시를 쓴다
    눈이 녹아 버리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나의 시

  • 84. 결코 빠질 수 없는 시인
    '15.8.13 11:13 PM (121.160.xxx.172)

    최승자
    --삼십세--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시큰거리는 치통 같은 흰 손수건을 내저으며

    놀라 부릅뜬 흰자위로 애원하며.




    내 꿈은 말이야, 위장에서 암세포가 싹 트고

    장가가는 거야, 간장에서 독이 반짝 눈뜬다.

    두 눈구멍에 죽음의 붉은 신호등이 켜지고

    피는 젤리 손톱은 톱밥 머리칼은 철사

    끝없는 광물질의 안개를 뚫고

    몸뚱아리 없는 그림자가 나아가고

    이제 새로 꿀 꿈이 없는 새들은

    추억의 골고다로 날아가 뼈를 묻고

    흰 손수건이 떨어뜨려지고

    부릅뜬 흰자위가 감긴다.




    오 행복행복행복한 항복

    기쁘다 우리 철판깔았네




    _ 최승자, 이 시대의 사랑(문학과지성시인선16), 1981

  • 85. ....
    '15.8.13 11:13 PM (121.133.xxx.12)

    시 감상 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86. 결코 빠질 수 없는 시인
    '15.8.13 11:14 PM (121.160.xxx.172)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헉 하고 숨이 막혔던 적이~~

  • 87. 시를
    '15.8.13 11:15 PM (126.255.xxx.9) - 삭제된댓글

    시를 그렇게도 사랑했던 자
    뭘 그리도 좋아했었는지
    이제는 하나도 생각 안나는
    비참한 최후
    소싯적 눈시울 적시며 깨알같이 옮겨적은 공책들
    어디에 다 처박아 놓고
    손 안에 스맛폰만 데굴데굴 굴리며

    이렇게 많고 많은 방대한 정보가
    내 손 안에 한줌으로 있는데
    정작
    단 한 편의 시가 떠오르지 않아
    멍하니 앉아 있는 밤

    버튼 하나로 해결되지 않는 일이 있었구나
    스맛폰을 끔찍이 사랑하게 돼버린 나
    지금 이 순간
    디지털 휴지 조각
    바보 잡스

    원글님 감사합니다 댓글님들 감사해요 필사나 다시 시작해봐야겠어요

  • 88.
    '15.8.13 11:18 PM (220.81.xxx.227)

    지하인간.......장정일

    내이름은 스물 두 살
    한 이십년쯤 부질없이 보냈네

    (중략)

    쓸쓸하여도 오늘은 죽지말자
    앞으로 살아야 할 많은 날들은
    지금껏 살았던 날에대한
    말없는 찬사이므로

  • 89. 스님과 아이 - 원재훈
    '15.8.13 11:25 PM (222.104.xxx.98)

    스님. 아이가 스님을 부른다
    아가. 스님이 아이를 부른다

    초저녁 별처럼 조용한 사찰 앞마당엔
    꽃들이 서로의 이름을 속삭이며

    건너편엔 나무가 나무를 부르고
    하늘위에는 구름이 구름을 부르고

    바라보기만 하는 내앞에는 그대가 없어
    나는 벙어리처럼 눈빛만 맑아진다

    한평생을 바라보면
    그들처럼 그대를 불러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사랑한다는 한마디를 할 수 있을까

    물소리 들린다
    지금 내 곁에는 아무도 없지만

    오랫동안 그러했던 것처럼 물소리가 들려온다

    아주 오랜만에 무척 오랜만에
    산에 왔는데 물소리만 들린다

  • 90. pmhlhy
    '15.8.13 11:28 PM (123.136.xxx.12) - 삭제된댓글

    나를 위로하는 날 / 이해인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네
    큰일 아닌데도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죽음을 맛볼 때
    남에겐 채 드러나지 않은
    나의 허물과 약점들이
    나를 잠 못 들게 하고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에
    문 닫고 숨고 싶을 때
    괜찮아 괜찮아
    힘을 내라구
    이제부터 잘하면 되잖아
    조금은 계면쩍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며
    조용히
    거울 앞에 설 때가 있네
    내가 나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너그러워지는
    동그란 마음
    활짝 웃어주는 마음
    남에게 주기 전에
    내가 나에게 먼저 주는
    위로의 선물이라네

  • 91. 김소월
    '15.8.13 11:30 PM (126.255.xxx.9)

    ■ 먼 후일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 92. pmhlhy
    '15.8.13 11:30 PM (123.136.xxx.117) - 삭제된댓글

    하늘은 지붕 위로

    저렇듯 푸르고 조용한데

    지붕 위에 잎사귀를

    일렁이는 종려나무



    하늘 가운데 보이는 종

    부드럽게 우는데

    나무 위에 슬피

    우짓는 새 한 마리



    아하, 삶은 저기 저렇게

    단순하고 평온하게 있는 것을

    시가지에서 들려오는

    저 평화로운 웅성거림



    뭘 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울고만 있는 너는

    말해봐, 뭘 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네 젊음을 가지고 뭘 했니?



    [하늘은 지붕 위로-폴 베를렌]

  • 93. 윤동주
    '15.8.13 11:34 PM (126.255.xxx.9)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프랑시스 잠,라이너 마리아 릴케,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서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 94. 윤동주
    '15.8.13 11:35 PM (126.255.xxx.9)

    편지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잠못 이루는 밤이면
    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고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

  • 95. 윤동주
    '15.8.13 11:36 PM (126.255.xxx.9)

    쉽게 쓰여진 시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륙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줄 알면서도
    한줄 시를 적어 볼가,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여지는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륙첩방은 남으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96. 읽다보니 가슴이
    '15.8.13 11:43 PM (125.178.xxx.133)

    시가 마구 쏟아져 나오네요.
    썰렁한 가을 초입 가슴이 ㅅ려요.
    시를 읽는건 가슴 한켠에 옿달샘이 흘러 넘치는거 같아요.

  • 97. ...
    '15.8.13 11:49 PM (115.140.xxx.189)

    저는 좋아하는 시가 너무 많은 사람이라,,,지금 현재 와닿는 시 한 편 올릴께요

    노숙---------------김사인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 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낯선 땅 후미진 구석에
    순한 너를 뉘였으니
    어찌하랴
    좋던 날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
    네 노고의 험한 삯마저 치를 길 아득하다
    차라리 이대로 너를 재워둔 채
    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묻는다
    어떤가 몸이여

  • 98. 안도현
    '15.8.13 11:57 PM (119.104.xxx.77)

    양철 지붕에 대하여


    양철 지붕이 그렁거린다, 라고 쓰면
    그럼 바람이 불어서겠지, 라고
    그저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삶이란,
    버선처럼 뒤집어 볼수록 실밥이 많은 것

    나는 수없이 양철 지붕을 두드리는 빗방울이었으나
    실은, 두드렸으나 스며들지 못하고 사라진
    빗소리였으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절실한 사랑이 나에게도 있었다

    양철 지붕을 이해하려면
    오래 빗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맨 처음 양철 지붕을 얹을 때
    날아가지 않으려고
    몸에 가장 많이 못자국을 두른 양철이
    그 놈이 가장 많이 상처 입고 가장 많이 녹슬어 그렁거린다는 것을
    너는 눈치채야 한다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말은 증발하기 쉬우므로
    쉽게 꺼내지 말 것
    너를 위해 나도 녹슬어 가고 싶다, 라든지
    비 온 뒤에 햇볕 쪽으로 먼저 몸을 말리려고 뒤척이지는 않겠다, 라든지
    그래, 우리 사이에는 은유가 좀 필요한 것 아니냐?

    생각해 봐
    한쪽 면이 뜨거워지면
    그 뒷면도 함께 뜨거워지는 게 양철 지붕이란다

    -----
    원글님, 댓글님들 감사해요
    배경 음악 틀어놓고 천천히 감상하면 너무 좋겠네요 ♡

  • 99. 대각
    '15.8.14 12:00 AM (66.249.xxx.182)

    좋은시..감사합니다..

  • 100. 9월을 앞두고
    '15.8.14 12:14 AM (210.180.xxx.223)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 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구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사랑도 강물처럼 익어 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 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안도현/구월이오면

  • 101. 소중한
    '15.8.14 12:35 AM (14.34.xxx.160)

    좋은 시..마음이 따뜻해 집니다

  • 102. 바람이분다
    '15.8.14 12:36 AM (211.106.xxx.43)

    社稷公園(사직공원) 비탈길,
    벚꽃이 필 때면
    나는 아팠다
    견디기 위해
    도취했다
    피안에서 이쪽으로 터져나온 꽃들이
    수은등을 받고 있을 때 그 아래에선
    어떤 죄악도 아름다워
    아무나 붙잡고 입맞추고 싶고
    깬 소주병으로 긋고 싶은 봄밤이었다

    사춘기 때 수음 직후의 그
    죽어버리고 싶은 죄의식처럼,
    그 똥덩어리에 뚝뚝 떨어지던 죄처럼,
    벚꽃이 추악하게, 다 졌을 때
    나는 나의 생이 이렇게 될 줄
    그때 이미 다 알았다

    이제는 그 살의의 빛,
    그 죄마저 부럽고 그립다
    이젠 나를 떠나라고 말한,
    오직 축하해주고 싶은,
    늦은 사랑을
    바래다주고 오는 길에서
    나는 비로소
    이번 생을 눈부시게 했던
    벚꽃들 사이 수은등을 올려다본다


    수은등 벚꽃 아래 - 황지우

  • 103. 바람이분다
    '15.8.14 12:38 AM (211.106.xxx.43)

    함께 젖다 - 윤제림


    봄이 오는 강변, 빗속에
    의자 하나 앉아 있습니다
    의자의 무릎 위엔 젖은 손수건이 한 장
    가까운 사이인 듯 고개 숙인 나무 한 그루가
    의자의 어깨를 짚고 서 있지만
    의자는 강물만 바라보고 앉았습니다
    영 끝나버린 사랑은 아닌 것 같은데
    의자는 자꾸만 울고
    나무는 그냥 듣고만 있습니다
    언제나 그칠까요
    와락, 나무가 의자를 껴안는 광경까지
    보고 싶은데

    손수건이 많이 젖었습니다
    그새

  • 104. 바람이분다
    '15.8.14 12:42 AM (211.106.xxx.43)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첩에다가 뭐라고 써 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 마시지 말자
    고 써 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반성 16 - 김영승

  • 105. 가을이
    '15.8.14 12:44 AM (222.97.xxx.193)

    오나 봅니다.^^

  • 106. 바람이분다
    '15.8.14 12:45 AM (211.106.xxx.43)

    그날 마구 비틀거리는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너무도 가까운 거리가 나를 안심시켰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기억이 오면 도망치려네
    사내들은 있는 힘 다해 취했네
    나의 눈빛 지푸라기처럼 쏟아졌네
    어떤 고함 소리도 내 마음 치지 못했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모든 추억을 쉴 곳을 잃었네
    나 그 술집에서 흐느꼈네
    그날 마구 취한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사내들은 남은 힘 붙들고 비틀거렸네
    나 못생긴 입술 가졌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벗어둔 외투 곁에서 나 흐느꼈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그토록 좁은 곳에서 나 내 사랑 잃었네


    그집 앞 - 기형도

  • 107. 바람이분다
    '15.8.14 12:54 AM (211.106.xxx.43)

    이십 대에는
    서른이 두려웠다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 있었다
    마흔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삼십대에는
    마흔이 두려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슬프게 멀쩡했다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리라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 박우현

    --------------------------------------

    82님들 덕분에 좋은 시 많이 봤네요. 감사합니다.
    김사인의 노숙은 심장을 저격하네요.
    자리 마련해주신 원글님께도 감사를.

  • 108. 들꽃
    '15.8.14 12:54 AM (222.110.xxx.133)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 109. .......
    '15.8.14 12:59 AM (175.118.xxx.182)

    감사합니다. 간직할게요.

  • 110. 생각나는 시
    '15.8.14 1:12 AM (222.97.xxx.193)

    로트렉의 고향 알바를 지나 툴루즈로 가는길
    편도나무 우거진 길에 긴팔 넝쿨장미인양
    휘어감은 젊은 연인들의 십오분간의 입맞춤

    불현듯 떠오르는 싯귀인데
    제목도 모르겠고 시인도 모르겠고
    싯귀도 제대로 모르겠어요
    어느분이...제대로 알려주시면 감사

  • 111. 시가 좋아~~~
    '15.8.14 1:17 AM (182.209.xxx.38)

    뒤에야ㅡ중국 명나라 문인 진계유


    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
    평상시의 마음이 경박했음을 알았네

    침묵을 지킨 뒤에야
    지난날의 언어가 소란스러웠음을 알았네

    일을 돌아본 뒤에야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냈음을 알았네

    문을 닫아건 뒤에야
    앞서의 사귐이 지나쳤음을 알았네 

    욕심을 줄인 뒤에야
    이전의 잘못이 많았음을 알았네 

    마음을 쏟은 뒤에야
    평소에 마음씀이 각박했음을 알았네

  • 112.
    '15.8.14 1:53 AM (87.146.xxx.120)

    시 모음.

  • 113. 저도 한편
    '15.8.14 2:39 AM (111.198.xxx.80)

    비가 온다
    이쯤에서 너도 왔으면 좋겠다
    보고 싶다


    비가 온다 / 김민호

  • 114. 외울수 있는 유일한 시^^;
    '15.8.14 5:07 AM (223.62.xxx.106)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

    그나마 틀린부분 있음 죄송합니다.

  • 115. 친구가 필요해
    '15.8.14 7:54 AM (81.141.xxx.227)

    흑흑. 모두들 멋지십니다. 너무너무 좋아요

  • 116. 우와
    '15.8.14 8:36 AM (61.98.xxx.15)

    좋은시 저장합니다.

  • 117. 그 꽃
    '15.8.14 9:07 AM (211.227.xxx.58) - 삭제된댓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


    고은

  • 118. 귀천
    '15.8.14 9:20 AM (211.117.xxx.235)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119. 가장 좋아하는 시..조금씩
    '15.8.14 9:53 AM (61.78.xxx.137)

    가장 좋아하는 시..조금씩
    저장해 놓고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120. 어머나..
    '15.8.14 10:40 AM (119.207.xxx.189)

    몇년전 올린 녹색대표이후로
    이렇게 댓글 많이 달린거 처음이네요
    그때도 여러분들 도움으로
    학교 녹색대표일 잘 처리하고 해결했는데요
    고맙습니다~~♡.♡
    아직..머리속에 외우고있는
    시가 몇편 있다는게
    다행스러울뿐입니다
    모쪼록 댓글다신 모든분들
    읽으신 모든분들
    건강하세요~~^^

  • 121. ..
    '15.8.14 11:22 AM (222.107.xxx.234)

    좋은 시 많죠~
    저도 요즘 고은씨 시집 읽고 있어요.
    노벨 문학상 후보 얘기 나올 때마다
    잘 몰라서 그 정도야? 했었는데
    읽어보지도 않고;;;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 122. 저도 동참..
    '15.8.14 11:36 AM (58.124.xxx.181)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러고도 남은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속에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뒤에 있다



    사랑법-강은교

    20여년전 대학 교양국어시간에 암송 발표하라고 해서 급 외웠던 시...
    그때 동기들은 다 어디로.... ㅠㅠ

  • 123. 시가 좋네요~~
    '15.8.14 11:57 AM (211.209.xxx.18)

    부 부/문정희

    부부란 여름날 멀찍이 누워 잠을 청하다가도
    어둠 속에서 앵 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는 사이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만 한 연고를
    손끝에 들고 나머지를 어디다 바를까 주저하고 있을 때
    아내가 주저 없이 치마를 걷고
    배꼽 부근을 내미는 사이이다
    그 자리를 문지르며 이달에 사용한
    신용카드와 전기세를 함께 떠올리는 사이이다

    결혼은 사랑을 무화시키는 긴 과정이지만
    결혼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만
    부부란 어떤 이름으로도 잴 수 없는
    백 년이 지나도 남는 암각화처럼
    그것이 풍화하는 긴 과정과
    그 곁에 가뭇없이 피고 지는 풀꽃 더미를
    풍경으로 거느린다

    나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네가 쥐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손을 한번 쓸쓸히 쥐었다 펴 보는 사이이다

    서로를 묶는 것이 거미줄인지
    쇠사슬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부부란 서로 묶여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느끼며
    오도 가도 못한 채
    죄 없는 어린 새끼들을 유정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이이다

    문정희

  • 124. 시가 좋네요~~
    '15.8.14 11:59 AM (211.209.xxx.18)

    남 편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되지 하고
    돌아누어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는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문정희 시인의 시 '남편' 을 다시 찾아 읽어본다.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토록 실감나게 남편이란 존재를 표현할 수 있다니.
    읽으면 읽을수록 공감되는 시어.....

  • 125. ..
    '15.8.14 12:04 PM (118.34.xxx.226)

    좋은 시 감사해요^^

  • 126. 크리스티나
    '15.8.14 12:35 PM (220.122.xxx.82)

    너무 좋네요...감사합니다^^

  • 127. 얼굴
    '15.8.14 1:35 PM (61.77.xxx.152)

    오랜만에 로그인했어요. 좋은 글 저장합니다.

  • 128. 시~~
    '15.8.14 2:37 PM (58.234.xxx.67)

    초원의 빛

    한 때
    그리도 빛나던 영광이
    내 앞에서 영원히 슬어졌어라.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 129. ...
    '15.8.14 5:41 PM (210.99.xxx.214)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
    시간이 없어서 옮겨적지는 못하네요
    유명한 시이기도 하구요~~
    마음이 정화됩니다.
    판깔아주신 원글님 감사해요~~

  • 130. 좋아요
    '15.8.14 6:05 PM (220.76.xxx.209)

    시라면 다좋아요 나는여자지만 이육사의 청포도가 제일좋아요
    다른시들도 다좋아요 시를읽으면 가슴이 두근거려요 나만의세계로
    마구마구 줄달음처요 황홀하고 감탄하고 많이느껴보고 푹빠져요

  • 131.
    '15.8.14 7:23 PM (222.110.xxx.133)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자신의 몸뚱아리를 다 태우며
    뜨끈뜨끈한 아랫목을 만들었던
    저 연탄재를 누가 발로 함부로 찰 수 있는가?

    자신의 목숨을 다 버리고
    이제 하얀 껍데기만 남아있는
    저 연탄재를 누가 함부로 발길질 할 수 있는가?

    안 도현 "너에게 묻는다"

    ...님,제가 적었습니다.

  • 132. 너무 좋네요
    '15.8.14 8:46 PM (118.223.xxx.236)

    이밤에 님들이 옮겨 올려주신 이 시들이 너무 좋아요.

  • 133. 골골골
    '15.8.15 7:02 AM (125.132.xxx.242)

    저장합니다

  • 134. .............
    '15.8.15 10:06 AM (121.131.xxx.216) - 삭제된댓글

    동시: 3살 된 딸아이의 문장력 수준 ― 『시와 이미지』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7&cn=0&num=1354764&page=2&searchType...

  • 135. 일부러
    '15.8.15 8:22 PM (112.150.xxx.194)

    찾아서 덧글남겨요. 한번씩 읽어보려구요.

  • 136. 동참
    '15.8.15 10:36 PM (59.25.xxx.185)

    한계령을 위한 연가-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 137. 시 좋아요
    '15.8.16 9:42 AM (116.126.xxx.148)

    좋은 시 많이 읽고 힐링하고 갑니다~~

  • 138. ...........
    '15.8.21 9:30 PM (121.131.xxx.215) - 삭제된댓글

    에밀리 브론테, 사랑의 명시 - ‘추억’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7&cn=0&num=1209074&page=3&searchType...

  • 139. ..........
    '15.8.21 9:35 PM (121.131.xxx.215) - 삭제된댓글

    에밀리 브론테, 사랑의 명시 ― 《추억》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7&cn=0&num=1209074&page=3&searchType...

  • 140. ..
    '15.9.7 12:16 AM (211.177.xxx.40)

    덕분에 좋은 시, 잘 감상했어요~

  • 141. ..
    '16.2.2 8:23 PM (124.50.xxx.116)

    가장 좋아하는 시

  • 142. 미샤
    '16.6.1 9:57 AM (125.177.xxx.126) - 삭제된댓글

    가장 좋아하는 시

  • 143. ㅅㅇ
    '16.7.18 9:12 PM (112.153.xxx.61)

    좋은시들,잊었던 시들을 다시 보니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 144. solpine
    '17.7.11 6:09 AM (58.226.xxx.31)

    뒤 늦게 발견해서 좋은시 읽게 됩니다...
    정재찬교수의 '시를 잊은 그대에게' 를 읽으며 언급된 노래나 지역 영화를 찾아 보는 즐거움을 즐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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