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시어머니 혼자 사시는 시골에 다녀왔어요.
왕복 4시간 걸리는 거리라 1달에 1번 정도 가는데 이번에는 날이 너무 더워 혼자 제대로 드시지 않아
기력이 너무 쇠하셨을까 걱정되어 소고기 국까지 한 솥 끓여 2주만에 갔어요. 그것도 제가 제안해서요.
그동안 어머니랑 정말 책 10권을 쓰고도 모자를 일들이 있었지만 착한 남편만 생각하고, 저도 그리
모진 성격도 못되서 이제 사실날 얼마 남지 않으셨으니 과거는 잊고 잘해드리려고 하는데 어머니는 제가 뭐가
그리 미운신지 아직도 제게 냉랭하세요. 어머니 눈빛만 보면 저를 정말 미워하신다는 느낌이 들 정도예요.
그날도 제게 버럭하시고, 화내시고 그러다 저녁을 먹으러 고기집을 갔어요.
고기가 오니 남편이 벌떡 일어나 집게와 가위를 들더니 제게 편하게 먹으라며 본격적으로 열심히 굽더라구요.
당연히 아이들은 계속 집어먹고, 어머니는 계속 고기 굽는 아들을 보며 안절부절 너도 먹으라 난리시고....
다른 때 같았으면 "내가 구울게. 당신 먼저 먹어"라고 말하는 액션이라도 취하고, 남편도 좀 굽다 어머니 눈치보여
못이기는 척 제게 넘겼는데 이날은 남편의 의지가 아주 강하더라구요. 아마 님편도 제가 먼저 내려가자고 하고
더운데 국까지 끓여줘서 고마웠나봐요.
그래서 저도 모른척 하고 더운데 국까지 끓여 2주만에 내려간 며느리에게 무안주시고, 소리지르신 복수?로
눈하나 깜짝 안하고 고기만 계속 먹었어요.
저녁이 늦어 모두 배가 많이 고픈 상태라 아들이 못먹고 굽는 것이 더 마음이 아프셨을 거예요.
저와 아이들은 신나게 구워지는 대로 고기 집어먹고, 어머니는 하나 드시고 안타깝게 아들 보시며 먹으라고 성화시고,
남편은 다른 때는 집사람이 다하는데 오늘 내가 한 번 못해주냐며 열심히 굽고....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안절부절 하는 어머니를 보며 왜그렇게 속으로 웃음이 나오던지 ㅎㅎ
남편이 고기를 오래 구워서인지 고기는 조금만 먹고, 된장찌게에 밥으로 배 채우니 어머니 더 난리.
애들은 눈치도 없이 밥도 볶아먹고 싶다고해서 밥까지 볶고, 남편이 제가 말 안했는데도 막걸리도 시켜서
남편은 운전하느라 반잔만 마시고, 제가 나머지 다 마셨어요.
이렇게 되자 어머니는 분노 폭발하셔서 괜히 제게 소리 지르시고, 퉁명스럽게 말씀하시니 남편과 아이들은
할머니 너무하다고 하네요.
결혼 20년만에 처음 해본건데 이거 은근 재미있고, 스트레스 풀리네요 ㅎㅎ
시어머니께 이러는거 자식된 도리로 죄송하기도 하지만 며느리도 인간인데 조금씩은 풀어야지요.
시어머니이 아킬레스건인 아들 조금만 고생시키고 며느리 편하면 시어머니들 뒤로 넘어가십니다 ~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