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크리스마스 즈음 소개팅을 해 준 커플이 있습니다. 남자 30대 초중반이고 여자 20대 후반입니다. 나름 선남선녀라 생각해 엮어줬고, 8개월쯤 잘 만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자(제 친구놈)가 급하게 연락했습니다. 결혼말까지 꺼낸 여자친구가 갑자기 헤어지자고 하는데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답니다. 별것도 아닌 일로 삐졌답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미치고 팔짝 뛸거같아 끌량에 올립니다. 친구놈도 끌량 하거든요. 제가 뭐가 잘못됐는지 설명해줬는데 워낙 뼛속까지 이과남자(남중-남고-공대-극남초회사, 누나 및 여동생 없음)라서 알아듣질 못하네요. 저더러 그건 너 혼자만의 의견 아니냡니다. 저도 더운데 열불이 나서 그러면 끌량은 여초(라고 쓰고 남성유저가 온다)니까 끌량에 물어보겠다고 했습니다. 친구도 동의하고 함께 댓글 보기로 했사오니 고견 부탁드립니다.
친구의 말로는 이제 슬슬 결혼할 때도 되었고 하니 결혼 말 꺼냈더니 여자친구가 싫지 않은 눈치였답니다. 백화점 티**매장 반지를 보고 어떤게 좋냐고 물었더니 여자친구가 이런 브랜드는 쓸데없이 비싸니 몰래 살 생각은 하지도 말라며 눈을 흘겼답니다. 여자친구 베프 집안이 종로에서 보석상을 하셔서 싸게 살 수 있다고 알려준다 했답니다.
친구는 여친 뜻이 그러하니 다 된 줄 알고 어머니께 결혼할 뜻을 밝혔다고 합니다. 이미 여자친구가 뭐 하는 사람이고, 어느 동네 살고, 여자친구 부모님이 무슨 일 하시는 분인지 다 말씀드린 상태였거든요. 그랬더니 친구 어머님께서 그럼 내가 한번 봐야겠다고 하셨답니다. 친구는 그럼 언제 데려올까요? 하니 그렇게 어색한 만남 말고 자연스런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셨답니다. 그래서 너네 데이트할 때 내가 나갈테니 여자친구에게는 미리 알리지 말라고 했답니다. 잘 보이려고 꾸며서 오는 모습이 싫다고 하시면서요.
친구는 어머니 말씀대로 일요일 아침 백화점에서 자기 옷 살 게 있다고 여자친구를 불러내서 데이트하다가 점심 먹을 때 갑자기 어머님을 합류시켰답니다. 백화점 식당가에 데려갔는데 어머니께서 미리 앉아계신 상황이죠. 여자친구는 매우 당황했지만 상냥하게 인사하고 화기애애하게 어머님하고 식사 잘 한 뒤 같이 친구의 옷 두 벌을 사고 나왔답니다. 친구차를 타고 셋이 함께 나온 거죠.
여자친구를 내려주고 집에 가는 차 안에서 어머니께서 여자친구 바지가 짧고(심하게 짧진 않은 청핫팬츠+흰 시폰 블라우스) 화장이 야하다며 나무라셨다고 합니다. 결혼할 여자가 품위가 있어야지 그렇게 술집여자같으면 어쩌냐고 하셨답니다. 아무리 그래도 남자친구 어머니 뵙는 자리인데 자기같으면 냉큼 화장실 가서 화장 지우고, 백화점이니 아래층 내려가서 긴 치마를 사입고 왔어야 하셨답니다.
친구는 집에 오자마자 여자친구에게 전화해서 어머니 이야기를 전했고, 다음에는 긴 치마를 입고 오라고 했답니다. 그랬더니 여자친구가 알았다고 하고 끊은 다음 연락이 안 되다가 일주일 뒤에 회사 앞으로 퇴근시간에 찾아와 결혼 말은 없었던 걸로 하고, 다시는 연락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답니다. 친구는 황당하다며 그깟 옷차림 지적 받은 것 가지고 헤어지자고 하냐고 분개하고 있습니다. 저는 문제는 그게 아니라고 말해줬지만 친구가 설득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예고없이 뒤통수를 치냐는 제 친구에게 끌량님들의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