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 영화 암살을 보고 왔습니다.
토요일 늦은 시간, 극장은 꽉 찼고 늦은 저녁인지라 젊은 관객들이 압도적으로 많더군요.
우선 저는 일제강점기을 지낸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아서
소재로 독립군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했습니다.
TV드라마로는 일제강점기 역사물이 여럿 있었지만
영화로는 작품성 있는 일제강점기 역사물(특히 독립군을 다룬 영화는 전무했죠)은 드물어서
감독이 과감하게 그 시대의 영화를 만든 점은 박수를 쳐 주고 싶었구요.
영화는 특히 쟁쟁한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흥행도 어느 정도 받쳐 줄 것 같고
최동훈 감독의 실력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니까요.
영화를 보면서 목숨을 내놓고 항상 쫓기고 불안에 떨며 한시도 마음편히 살아보지 못했을
독립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떠올라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그리고 어느누구도 100% 믿지 못하고 서로를 의심해야 했던 상황들도....
그러나 그 먹먹함은 영화의 서사, 스토리의 힘이 아니라 오로지 영화가 그리고 있는
시대와 소재에서 나온 먹먹함이었어요.
독립군의 국내 진입과 일제 제국주의 사령관과 친일파 암살 작전 하나로 두 시간 넘게
끌고 갔는데 스토리가 풍성하고 탄탄하지 못하고 단선적이며
그 당시 시대적 배경 묘사가 상당히 부족했어요.
우리 세대야 역사적 지식이 있으니까 그들이 왜 저렇게 목숨걸고 저격해야 했는지
충분히 공감하지만 역사 지식이 없는 어린 세대들과 외국인들이 과연 공감을 할지
의문이 들었어요.
만주에서 신흥무관학교 출신들에 대한 묘사, 만주에서의 고생스런 생활,
간도 참변(청산리 전투 독립군의 승리 이후 일본이 잔인하게 간도 양민들을 학살하고
집을 불태운 참변으로 3700명이 희생됨)에 대한 묘사,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고발이
전주곡이나 회상씬으로 깔린 다음 본격 서사가 진행되었으면 좋을 뻔했어요.
두시간 남짓한 영화에 모든 것을 담을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탄탄한 스토리의 영화들은
압축적으로 역사배경과 여러 인물들의 고뇌, 모순, 동지들의 우정, 배신, 음모 등을
다 표현해 냅니다.
진한 감동은 부족한 영화였습니다. 그 이유는 감독의 내공 부족인 듯합니다.
그 시대를 영화로 표현하기에 여러 애로사항이 있는 건 알지만
좀더 깊이 있는 성찰이 담겼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의미있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전지현, 하정우, 조승우 등 스타들이 일본 시장 눈치를 보느라
출연을 기피하지 않고 독립군으로 출연한 데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역사적 스토리가 풍부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다양한 시각의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졌음 좋겠네요. 일제 강점기 시인들, 작가, 문인들의 이야기도 좋고
만주 벌판에서 독립군의 이야기도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