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5년 7월 24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조회수 : 849
작성일 : 2015-07-24 08:32:24

_:*:_:*:_:*:_:*:_:*:_:*:_:*:_:*:_:*:_:*:_:*:_:*:_:*:_:*:_:*:_:*:_:*:_:*:_:*:_:*:_:*:_:*:_:*:_

그렇게 되기로 정해진 것처럼 당신이 내 마음에 들어왔다.
오선지의 비탈을 한 칸씩 짚고 오르듯, 후후 숨을 불며.
햇빛 달빛으로 욕조를 데워 부스러진 데를 씻긴 후
성탄트리와 어린 양이 프린트된 다홍빛 담요에 당신을 싸서
가만히 안고 잠들었다 깨어난 동안이라고 해야겠다.
 
일월이 시작되었으니 십이월이 온다.
이월의 유리불씨와 삼월의 진홍꽃잎과 사월 유록의 두근거림과
오월의 찔레가시와 유월의 푸른 뱀과 칠월의 별과 꿀, 팔월의 우주먼지와
구월의 청동거울과 억새가 타는 시월의 무인도와 십일월의 애틋한 죽 한 그릇이
당신과 나에게 선물로 왔고
우리는 매달리다시피 함께 걸었다.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는 한 괜찮은 거야.
마침내 당신과 내가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로 십이월이 와서, 정성을 다해 밥상을 차리고
우리는 천천히 햇살을 씹어 밥을 먹었다.
 
첫 번째 기도는 당신을 위해
두 번째 기도는 당신을 위해
세 번째 기도는 당신을 위해
그리고 문 앞의 흰 자갈 위에 앉은 따스한 이슬을 위해
 
서로를 위해 기도한 우리는 함께 무덤을 만들고
서랍 속의 부스러기들을 마저 털어 봉분을 다졌다.
사랑의 무덤은 믿을 수 없이 따스하고
그 앞에 세운 가시나무 비목에선 금세 뿌리가 돋을 것 같았다.
최선을 다해 사랑했으므로 이미 가벼웠다.
고마워. 사랑해. 안녕히.
 
몸이 있으면 그림자가 생기는 것처럼, 일월이 시작되면 십이월이 온다.
 
당신이 내 마음에 들락거린 십년 동안 나는 참 좋았어.
사랑의 무덤 앞에서 우리는 다행히 하고픈 말이 같았다.


<b>                 - 김선우, ≪이런 이별 - 일월의 저녁에서 십이월의 저녁 사이≫ -</b>

_:*:_:*:_:*:_:*:_:*:_:*:_:*:_:*:_:*:_:*:_:*:_:*:_:*:_:*:_:*:_:*:_:*:_:*:_:*:_:*:_:*:_:*:_:*:_


 

 

 

 

2015년 7월 24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5/07/23/20150723-grim.jpg

2015년 7월 24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5/07/23/20150723-jangdori.jpg

2015년 7월 24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701643.html

2015년 7월 24일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0b465b5c7d14426eaf32f4b01ce96cfd

 

 

 


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소설이라면 휴고상은 너끈히 받을 수 있을 것.

 

 

 


 
―――――――――――――――――――――――――――――――――――――――――――――――――――――――――――――――――――――――――――――――――――――

멋진 답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침묵이 금이다.

              - 무하마드 알리 -

―――――――――――――――――――――――――――――――――――――――――――――――――――――――――――――――――――――――――――――――――――――

IP : 202.76.xxx.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66157 남자친구의 이런 성향 어떻게 봐야할까요? 27 ㅇㅇ 2015/07/24 5,520
    466156 빨래 냄새없이 말릴려면 16 빨래 2015/07/24 5,812
    466155 마음이 지옥이에요 38 마음이 2015/07/24 11,618
    466154 정전기 부직포 밀대 청소방법.. 3 신기 2015/07/24 2,834
    466153 에어프라이어 모델 추천좀해주세요~~ 4 기름러버 2015/07/24 1,670
    466152 '송영길 성접대설' 허위유포 유정복 시장 전 특보 유죄 선고 2 세우실 2015/07/24 1,066
    466151 입시선배님들께 질문드려요 진학사 내신.. 4 .... 2015/07/24 1,467
    466150 동생 선보는 아가씨가 키170에 49라고 엄마가 걱정하시는데.... 55 비오는날 2015/07/24 16,615
    466149 수학 방학중에 풀 쉽고 얇은 문제집 추천부탁드려요 3 초등4학년 2015/07/24 1,327
    466148 서울시립대 미대 디자인학과는 1 ㅇㅍ 2015/07/24 2,514
    466147 갑상선암 완치 후 유방멍울 우울해요 4 걱정한가득 2015/07/24 2,547
    466146 적금 해지하러 갑니다 2 괜찮다 2015/07/24 3,499
    466145 짐빼고 당일 청소할 때 말이지요... 1 비용때문에 .. 2015/07/24 674
    466144 오늘 날씨 어때요? 1 2015/07/24 609
    466143 심심하면 공부하게 된다더니 과연? 15 에스프레소 2015/07/24 4,522
    466142 어제 집을 내놓았어요.아직팔리지도 않았는데 11 부동산 2015/07/24 3,889
    466141 ˝中해도 한국은 사죄못해˝ 日 미쓰비시, '강제노역' 사과 논란.. 5 세우실 2015/07/24 1,125
    466140 눈밑으로 사선이 패이는거 tt 2015/07/24 988
    466139 영어캠프 효과 있을까요? 14 .... 2015/07/24 3,009
    466138 무거운 다리미? 가벼운 다리미? 12 티니 2015/07/24 2,968
    466137 에어프라이어 잘 사용하시나요? 24 질문~~ 2015/07/24 11,011
    466136 매콤한 짬뽕 파스타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2 파스타 2015/07/24 832
    466135 누가 다이어트에 이야기하면서 이런말을 하던데... 24 이말...... 2015/07/24 9,327
    466134 샌프란시스코 사는 분들..! 1 하이염 2015/07/24 795
    466133 시부모님께 효도하러 휴가때 마다 가야하나요? 22 오이지 2015/07/24 4,6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