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민련 전병헌이 자살한 국정원 직원이 사용한 마티즈의 도로상 CCTV에 찍힌 사진에서 번호판 색깔이 다르다고 마치 국정원이 직원 자살에 개입한 것처럼 의혹을 제기했죠.
저는 온 언론이 이 사실을 기사화하고 방송하는 것을 보고 우리 언론 수준을 의심했습니다.
백번 양보에 CCTV 에 찍힌 사진상의 마티즈가 자살 현장의 마티즈와 다른 차량이라고 한들 이게 왜 국정원이 개입한 증거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경찰은 전병헌이 보여준 CCTV 상의 사진은 언론사(YTN)이 독자적으로 입수한 것이고 경찰이 공식적으로 배포한 사진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어, 일단 저 사진이 경찰이 배포한 사진인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설사 저 사진이 경찰이 배포한 사진이고 두 차량은 다른 차량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그것은 경찰의 부실 수사이지 국정원의 자살 개입을 의심할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경찰이 국정원과 사전에 짰다고 하면 전병헌의 의혹도 설득력이 있지만, 경찰과 국정원이 사전에 공모하여 저런 발표를 했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요? 해킹 프로그램 건은 최근 갑자기 불거진 사건인데 언제 경찰과 공모를 할 수 있을까요? 설사 경찰이 공모에 가담했다 하더라도 CCTV 관리하는 교통 경찰, 수사하는 경찰서 팀원, 수사팀장, 경찰서장, 경찰청장에 이르기까지 관련 경찰인력들에게 어떻게 보안을 유지하게 할 수 있을까요? 우리 경찰들이 모두 박근혜 정권에 우호적인 것도 아니고 경찰들이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런 어마어마한 일에 연루되어 공모를 하겠습니까? 이런 일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보나요?
만약 경찰과 국정원이 공모했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그 책임을 지고 바로 하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제가 가장 앞장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추궁하고 하야를 촉구하겠습니다.
오늘 오전에 경찰이 CCTV 동영상 원본을 공개한다고 하니 모든 것이 명백히 드러나게 되겠지요. 누구 말이 맞고 누가 음모론을 제기하는지.....
OOO에 가 보니 OO님도 의혹을 제기하고 음모론에 가담하고 있어 평소의 OO님답지 않아 보이더군요.
사실 OO님마저도 이번 사건에 음모론으로 접근하는 것 같아 약간의 실망을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좀 더 깊게 살필 시간이 없는 관계로 그런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보지만, 워낙 중요한 사안이라 자칫 하면 국민들을 오도할 수 있기 때문에 저도 반론을 드릴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전병헌 의원이 제기한 의혹은 전혀 의미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병헌 의원은 국정원이 직원의 자살에 개입한 증거로 자살 현장의 차량과 도로상에서 CCTV에 찍은 차량을 비교하면서 마치 국정원이 번호판을 바꾼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두 차량의 색깔이 다른 것은 번호판만이 아닙니다. 앞 유리의 색깔은 하나는 노랗게, 하나는 파랗게 나오고 있고, 도로상의 차량의 깜박이 색깔은 실제는 노랑색인데 검게 나오고 있습니다. 자살 현장 차량의 본닛의 색깔도 원래 빨강 색인데 햇빛에 의해 하얀 빛을 띠고 있습니다. 도로상의 차량에는 범퍼의 까만 몰딩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나타납니다.(도로상의 차량은 다른 차량이라 몰딩이 없어 사진에는 안 나올 수 있습니다) 마티즈의 색깔은 빨강이지만 자살 현장의 차량 색깔은 자주빛에 가깝고 도로상의 사진은 검붉은 빛을 띠고 있죠. 마티즈의 색깔이 이렇게 다른 두 색깔로 출시되지 않는데 이는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전병헌이 박원순과 문재인과 함께 문제의 차량 사진을 들고 있는 장면을 보면, 자살 현장에서 찍은 차량의 번호판도 녹색 빛을 띠고 있지만 흰색 빛이 완연하게 보입니다. 위 사진에서는 분명히 녹색으로 보였던 것이 사진이 멀어지면서 흰색빛이 도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번호판을 모자이크 처리했기 때문일 수 있지만, 모자이크 처리는 흰색을 덧씌우는 것이 아닌 점과 윗 사진도 모자이크 처리되었는데도 녹색으로 보인다는 점을 볼 때 모자이크 처리 때문에 흰색 빛이 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 모든 것은 피사체가 찍힌 각도, 피사체가 햇빛을 받은 정도, 피사체가 찍힌 시간대, 주변 환경, 피사체의 움직임 정도 등에 따라 피사체의 색깔이 사진으로 현상될 때에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죠.
여러분들은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스펙이나 기종이 다른 프린터에서 각각 출력했을 때 재현되어 나오는 색깔이 달리 나오는 것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자살현장에서 찍은 사진은 일반 사진기로 찍었을 것이고, 도로상에 찍힌 사진은 CCTV의 카메라로 촬영된 동영상을 캡처한 것입니다. 하나는 정지된 상태에서 찍고, 하나는 움직이는 상태에서 찍은 동영상을 캡처한 것인데다 찍은 카메라도 다르고 사진을 출력한 프린터도 다릅니다.
이렇게 수많은 변수와 다른 점들이 있는데 색깔이 달리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제가 볼 때는 색깔이 똑같이 나왔다면 그것이야말로 의혹을 제기할만 합니다.
더욱 제가 이해할 수 없는 점은 번호판 색깔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면서 번호판 크기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는 것입니다. 구형 번호판(녹색)은 신형 번호판(흰색)보다 가로의 폭이 짧고 세로의 폭이 깁니다. 도로상에서 CCTV에 찍은 사진의 번호판은 신형 번호판에 비해 가로의 폭이 짧고 세로의 폭이 긴 것으로 나오는 것으로 보아 구형 번호판의 사이즈입니다. 사진이 찍힌 각도에 따라 사이즈가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압축비율로 보아도 구형 번호판의 사이즈이지 신형 번호판의 사이즈라고 할 수 없습니다.
빛의 반사각에 따른 색깔 변화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번호판의 사이즈는 무시하고 동일 피사체는 어떤 경우든 동일한 색상으로 재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십니까?
물론 두 차량은 다른 차량일 수 있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경찰이 CCTV 상의 차량을 자살한 국정원 직원이 탄 차량으로 오인할 수도 있습니다. 설사 이렇다 하더라도 이것은 경찰의 실수이지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근거로 삼을 수가 없죠. CCTV 상의 차량과 자살 현장의 차량은 경찰이 제출한 것(경찰은 언론사가 독자적으로 확보한 것이라고 말함)이지 국정원이 낸 자료가 아닙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십시오. 이게 왜 국정원이 직원의 자살에 개입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까? 국정원은 개입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같은 차종의 마티즈 한 대를 도로에 주행케 하여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왜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해야 하는지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이렇다고 하면 국정원과 경찰이 미리 짜고 저런 발표를 했다는 것인데 이게 말이 될까요?
저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언론들도 멍청하기 이를 데 없고 전국민을 바보로 만들어 간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 사회의 지력이 의심되었습니다. 새민련의 인간들이야 진적에 포기했으니 전병헌이 저런 의혹을 제기하든, 새민련 의원들이 국정원이 북한을 해킹하는 것도 실정법 위반이라고 찌껄이든 상관하지 않지만, OO님마저 이런 음모론에 솔깃 하는 것에는 실망을 금치 못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