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에 올라온건데요.
요약하자만 청와대와 조율후
국회법개정안과 공무원연금법 서로 맞바꾸기로 했다.
유승민은 시키는대로 했고,
갑자기 무슨 이유에서인지 박 ㄹ 혜가 받아들일수 없다며 유승민 너 나가..
유승민은 대한민국 헌법1조 어쩌고 하면서 사퇴
유승민 여권대선지지율 1위..
이말이란거잖아요??
그럼 김무성은???
어떻게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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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에서 정치하기란 참 쉽다. 유승민을 보면서 그런 점을 새삼 절감한다. 복기해보자. 유승민이 왜 저렇게 됐는지.
박근혜는 무슨 지상명령이라도 되는 듯 공무원 연금개혁을 달성하라고 지령을 내린다. 유승민은 새누리당의 원내대표로 원내사령탑이니 그 지시를 받는 직접 당사자다. 근데 야...당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받는 대신 국회법 개정안을 여야합의로 통과시키자고 나온다. 즉 바터요 맞바꾸기다.
국회법 개정안은 박근혜가 야당시절 직접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놨을 정도로 별 문제는 없는 법이다.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 행정부에서 보내면 행정부는 이 법을 시행하기 위한 실무적인 절차 격인 시행령을 만든다. 근데 종종 시행령이 법의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가 발생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세월호 특별법이다. 세월호 특별법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특별법에 근거해 세월호조사특위가 구성돼야 하는데, 진상규명시 책임을 물어야 할 제일대상인 해양수산부가 특위를 컨트롤 하도록 시행령을 만든다. 특정한 범죄수사를 위한 수사대를 꾸리기 위한 특별법을 만들었더니 행정부에서 시행령으로 범죄 제1용의자로 하여금 수사반장을 시키도록 한 격이다. 이럴 경우 시행령에 문제가 있으니 시행령이 제정된 법의 정신에 맞도록 고쳐라라고 권고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게 국회법 개정안이다. 유승민은 "강제력 없는 권고"이므로 행정부의 권능을 침범하는 게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고, 위대하신 박근혜는 그렇지 않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국회법 개정안이 옳으냐 그러냐를 따지지는 않겠다. 다만 공무원 연금개혁과 국회법 개정안을 맞바꾸자는 야당의 제안을 받아든 유승민이 어떤 행동을 했겠는가 하는 점이다. 내가 유승민이라면 제일 먼저 박근혜의 청와대 참모들과 의견조율을 했을 것이다. 박근혜정권에서 행정부야 어차피 허수아비니 박근혜 생각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강조해야 할 점은, 비록 추론이긴 하지만 "유승민이 청와대와 조율없이 야당의 절충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을 리는 없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유승민과 청와대 참모들과의 조율에서는 "공무원 연금개혁안과 국회법 개정안을 맞바꾸는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을 것이다.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부의 월권을 견제해야 한다는 오래된 입법부의 숙원이었다. 오죽했으면 박근혜가 야당시절 이번에 거부권 행사된 것보다 훨씬 강력한 국회법 개정안(시행령이 법을 초월할 경우 국회는 행정부에 시정을 요구하고 행정부는 이를 따라야 한다는 요지의)을 공동발의까지 했겠는가. 게다가 이번 개정안은 강제조항도 배제된 것이어서 사실 야당에게 생색낸 정도에 불과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정도다.
물론 이건 추론이다. 박근혜정권의 그 컴컴한 속사정을 어떻게 세세하게 알 수 있겠는가. 하지만 설득력 있는 추론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문제는 언제 발생했느냐? 박근혜가 어디서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는 모르나 이미 결론이 나서 새누리당 의원들까지 찬성을 해서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변덕을 부리는데서 시작된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그것이다.
군왕은 무치란 왕조시대 얘기도 있지만 이와 함께 군왕은 무결이란 말도 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왕은 잘못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현실적으로 잘못된 일이 벌어지면 그 책임은 왕이 지지 않는다. 다른 희생양이 진다. 유승민은 하필 그 때 그 자리에 있었다.
여기서 문제는 유승민은 박근혜 입장에서 봐도 잘못을 저지른 게 없다는 데 있다. 시키는 대로 했고, 사전에 조율을 거쳤을 것이며(이건 추론이지만 박근혜 정권 아래 여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조율없이 뭔가 중요한 법안을 처리할 리 없다. 1200%!), 결과적으로 유승민은 무죄다.
죄가 있다면 박근혜의 변덕일 가능성이 높은데, 박근혜가 책임질 수 없으니 유승민이 책임을 진 셈이 됐다. (실제 박근혜가 책임 질 수 없으니 유승민이 사퇴해야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왕조시대 궤변을 늘어놓은 언론도 있었다고 들었다)
유승민은 박근혜에게 반항한 일이 없다. 시키는대로 했는데 갑자기 배신자라며 나가라고 하니까 며칠 개기다가(?) 나간 것도 반항이라고 친다면 모르겠지만.
하지만 박근혜에게 정면으로 들이박은 일로 치면 국정원 대선개입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라고 몰아친 채동욱만한 사람이 있겠으며, 소신발언한 것으로 친다면 보건복지부 장관을 했던 진영만 하겠는가? 유승민은 그냥 시키는대로 했는데, 주군(?)이 변덕을 부려 재수없게 책임진 케이스에 불과하다는 게 내 분석이다.
그런 유승민이 오세훈이나 김문수 정몽준을 제치고 여권의 대권주자 2위에 올랐다고 한다. 뭐 워낙 여권에 인물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만, 저절로 드는 생각이 "새누리에서 정치하기란 참 쉽구나"는 점이다. 한마디로 유승민 띄워주는 언론들 보면 좀 웃긴다. 더 웃기는 건 시키는대로 했는데 재수가 없어 쫓겨나게 된 유승민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며 헌법 제1조 운운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승민의 언설을 듣는 대한민국 헌법, 상당히 쪽팔려(?)하지 않을까?
물론 진짜로 창피하게 느껴야할 사람들은 박근혜의 변덕에 놀아난 친박들과 일회용 전향친박들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