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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이고 서양이고 물이란 게
가만히 앉아 있는 성질이 못 되어
찢어진 곳이거나, 보이지 않는
틈까지 찾아가, 미세한 결핍까지
채우고야 흐르는데
떠나고 헤어지는 게 버릇이지만
갈 곳이 마땅치 않으면
공중으로 온몸을 날려
소식도 안 남기고 증발해버리지
.
물에게 제 모습을 간직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원래의 모습이란 게 무엇일까.
가벼운 수소와 산소가 만나
함께 살기로 한 날부터
정성분석 실험실은 늘 젖어 있었다.
물은 아무의 말도 듣지 않는다.
철들 나이가 되어도
무리를 떠난 물은,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을 모른다.
물은 물끼리 만나야 산다는 것,
서로 섞여야 살 수 있다는 것,
그나마도 모를 것이다.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물은 어느 때부터 알았을까.
호흡이 무너지며 글썽이는 물.
함께 살았던 날들만
반짝이는 축제였다는 걸
언제부터 알았을까.
그러나 길 떠나지 않는 몸은
눈치만 보다가 죽고 만다.
움직여라. 게으른 물들,
좌절에 흔들려보지 않은 물은
얼어서 결박되든가,
썩어서 사라질 뿐이다.
흔들려라, 젊은 날에는,
그래야 산다.
물이여, 그렇다면 잘 가라.
한때는 빛이었고 별이었던,
눈꽃과 얼음으로 크게 피어나던
추억의 물이여, 잘 가라.
어딘가 높은 곳, 물의 가족이
애타게 부르던 소리도 희미해졌다.
길 잃은 물의 집이 어디였던지?
그날들이 다 지나고 돌아서면
한가롭고 자유롭고 싶어서일까,
방향을 바꾸어 하늘로도 향하고
색을 바꾼 구름이 되기도 한다.
가끔은 헤어진 인연을 못 잊어
비가 되어 땅에 다시 내려오겠지만
죽어서 하늘에 갔다는 말도
이제야 조금은 알 듯하다.
긴 비 그친 우리 마을에
큰 무지개 하나가 선다.
얼마 만에 보는 황홀이냐.
그렇다, 이런 일도 있었다.
알몸의 물이 춤을 춘다.
물이 색이 되어 하늘에 올랐다
- 마종기, ≪물의 정성분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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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9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5/07/08/5g0902a1.jpg
2015년 7월 9일 경향장도리
[시사만화 ‘장도리’는 박순찬 화백의 휴가로 쉽니다]
2015년 7월 9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99512.html
2015년 7월 9일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99776a1eb9e04a45bac89b52a50de697
조선 로동당 남한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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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 받기를 기대하는 자는 이미 자기의 칭찬을 잃은 것이다.
- 알렉산더 포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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