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7개월 전에 이직을 했어요..
그 전회사는 사기업이었고 첫직장이었고 15년 가량 근무한 곳이어서 정도 많이 들었고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한번쯤 인생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느꼈으며,
무엇보다 아이들을 조금 더 돌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 (아직 어려요..6살/3살)
집 근처여서 아이들이 좀 더 크면 하교 후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
여러가지 정황들에 이직을 결심했어요..
아직 아이들이 초등입학 전이고, 육휴가 그 전 사기업에서는 안되는 형편이었어서,
이직후 일년 근무 후 육휴를 사용할 생각,
둘째 육휴때 큰 아이와 둘째를 데리고 미국으로 잠시 나갔다 와야하는 상황때문에 그런결심을 한 것인데,
아직 마음이 잡히지가 않은건지 어쩐건지,,,,
이런 상황과 제 마음이 힘들어요..
그 전회사는 신입때 안좋은 사건이 있었어서 15년동안 근무하면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고,
진작에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제가 안좋은 소문때문에 그만두고 싶지 않아 과장으로 승진하고 이년차에
좋을때 그만두자 싶어서 ... 적절한 시기와 상황이라는 생각에 결정을 한거였어요..
그런데 그 전 회사를 다닐때에는
회사일이 바빴고,, 눈치도 많이 보이는 분위기였지만,
자격증도 많이 땄고, 아이들 낳기 전엔 주말 알바도 할 정도로 열심히 살았어요..
새벽 출근하는 남편 밥한번 굶긴 적 없었고, 전립선 때문에 토마토 먹이는 일도 결혼 7년동안 정말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심 해주고,, 먹는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이라, 점심시간에 장봐와서 아이들 자면 그때부터
청소 시작했고 남편이 6시에 나가니 5시에 일어나서 아이들 그날 반찬 하고 하는 생활들을 하면서도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퇴근하면 저 밥먹을 생각도 안하고 아이들과 항상 놀이터로 마을 공터로 쏘댕기면서 놀아주고,,
아빠가 바빠서 몸으로 못놀아주니 몸으로 놀아주는 것도 열심했다고 자부해요..
아파트 생활하다보니 저녁 늦게,, 아침일찍 나와서 노는 저희 셋이 눈에 띌 수 밖에 없으니,,
아파트 분들도 다들 아실 정도였지요...
이직한 곳은 시립 도서관 사서예요. 출퇴근 시간 명확하고 근무조건은 좋으나 페이는 1/2수준..
업무 강도는 작은마을 도서관이어서 이용자도 별로 없고 소장 도서 자체가 적어서 일이 정말 없어요..
하루에 한시간 일을 할까 말까 정도.. 퇴근이야 6시 칼이고, 집 근처라서 마음도 편해요..
이직하고 가장 큰 저의 변화는,,
마음이예요.. 사기업 다닐때보다 시간이 많이 늘어난 것도 아닌데,
우선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조금 없어진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정말 큰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에,,, 큰 애 사진만 봐도 눈물이 나올 정도였어요..
(시가 친정 도움받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어서,, 시터 고용,, 시터가 큰 아이를 좀 힘들게 했어요)
근데 정말 거짓말 처럼 그런 마음이 싹 사라졌어요... 나도 너를 위해 무엇인가를 포기했어 라는 심리때문인지
어떤건지 모르겠으나, 정말 그런 마음이 사라져서 신기하다고 했는데,,
또 이상한게,,
출근해서 하루종일!!!!!!!!! ( 업무관련 한시간 정도를 제외하곤)
정말 아무것도 안한다는 거죠........................
처음 도서관 이직을 결심했을땐 시간도 많으니 이것저것 공부하자 라고 플랜도 세우고
동영상 강의도 결제하고 책도 구매하고 하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하도 안들어서 중간에 동영상은 취소하고 책도 먼지만 풀풀쌓이고,
평소 그렇게 읽고 싶던 많은 책들이 눈앞에 있어도 손한번이 가질 않아요...
그 바쁠때, 짬짬히 시간내서 이것저것 하고 욕심많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정말 세상 포기한 사람마냥 아무것도 안해요...
20대 처녀때부터 가계부 한번 밀리지 않고 지독스럽게 써대고 하던사람이...
이직하고 나서 가계부 한번을 안쓰고,
가족들 먹거리며 청소며 빨래 ,,, 신경쓰기 싫고,,,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아요... 페이가 낮아서 동기부여가 안되서 그런건가 싶어서,,
나중에 이직한걸 좋아할 때가 오겠지 마음다지고 하려고 해도 어찌된지 정말,,, 마음이 움직이질 않아요..
한달전에 지갑을 잃어버려서 신분증 카드 다 정지시켰는데, 지금까지 재 발급을 안했어요..
돈 쓰는 것도 귀찮고 다시 신청하는 것도 귀찮고,, 정말 만사가 다 ....
아이들하고 놀아주는 것도 왠만하면 집에가서 나오지 않을려고 하고
눈꺼풀 올려가면서 잠들때까지 책읽어주던 사람이 애가 책가져오면 짜증부터 나고,,,
아이가 졸려서 칭얼대면 늘 안고 토닥이며 잠들때까지 있던 엄마였는데,,
어제는 너무 화가나서 엉덩이를 때려버렸어요.. ㅜ.ㅜ
오늘 출근하면서 어제 아이를 때린일이 생각나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가 저의 이런 변화를 제가 계속 외면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집안이 늘 활기차있고 남편도 저도 서로에게 늘 감사한 마음으로,, 측은한 마음으로 대했던 것 같은데,
요즘 남편은 제 눈치보기 바쁘고,, 전 정말 머리속에 아무생각없이 멍하게 살아가는 것 같아요....
더 오래되면 안될 것 같아 오늘 글 올려봅니다..
저 도대체 왜 이런걸까요? ㅜ.ㅜ
어떤 모습이 옳다 이런건 없겠지만,,
저는 정말 예전의 활기차고 명랑했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