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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늙어서도 으르렁거리는 부모님(사연 깁니다)

조회수 : 2,871
작성일 : 2015-07-06 10:54:15
저는 부모님이 서로 싸우고 무시하는 것을 항상 보고 자랐어요.

서로 더 고생하길 바라고
상대가 행복하거나 편안할까봐 전전긍긍
본인이 망가지더라도 상대가 고생하기를 바라는 심리.
출세할 길이 있는데도 엄마가 그것땜에 덕볼까봐 일부러 출세길을 거부하는 아빠.
휴일에 쉬는 사람 밥해주기 귀찮다며 차라리 나가서 바람이라도 피라고 바람필 능력도 없냐고 난리치는 엄마.
날 뒤에 태우고 엄마를 길에서 태우려는데 못 타게 차를 이리 빼고 저리 빼며 '더운데 고생 좀 해봐라.'하는 아빠.

그게 무슨 부부입니까?

맨날 '너희들만 결혼하면 당장 헤어진다'던 부모님은 제 결혼 몇년 후에 이혼했어요.
조용히 이혼한 게 아니라 재판을 질질 끌고 또 새 재판을 걸며
아주 더럽게 이혼되었어요.

그 이혼은 자식인 제가 권한 것도 있어요.
그렇게 살아서 무엇하느냐 라는 생각이었어요.
그러자 저를 원망하시더군요. 저 때문에 이혼하게 됐다고.

두 분이 서로 자기는 피해자라고 주장하며(서로 먼저 상처받아 그랬다고..)
상대만 잘 했으면 자기는 절대 이런 배우자가 아니었을 거라고.
그리고 상대가 잘못했다고 숙이고 들어오면 지금이라도 받아들여줄 거라고.
저에게 계속해서 상대의 잘못을 깨우쳐주고 합치게 해달라고 저더러 부탁도 하더군요.

서로 상대에게 잘못했다고 하시면서 다리를 놔 달라고 하면 저는 얼마든지 도와줍니다.
하지만 '상대가 잘못했다고 숙일 경우에는 받아줄 수도 있다'는 부모를 연결해줘야 하나요?

아빠는 그래도 제가 무서운지 눈치는 보세요.
하지만 엄마가 가끔가다 카톡 전화 등으로 아빠 욕을 시작을 해요.
자기는 정말 희생하고 살은 것 밖에 없다고,
그런데 왜 남들은 다 행복하게 말년을 보내는데
자기는 왜 이 꼴이 되어야 하느냐고.

저는 그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거든요.
엄마가 고생하고 희생한 건 맞아요. 아빠도 고생 많이 했어요.
그런데 말이나 눈빛 태도 등이 정말 서로 죽으라고 저주하고 살더라구요.

저희 부부도 엄청나게 많은 사연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서로 없으면 안 될 부부입니다.
남편과 저는 그 누구의 남편과 아내로 살았어도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서로 특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특별해서 이렇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휴일이 되면 가족끼리 여행다니고 너무 행복하고 제일 편안합니다.
가끔 아이들이 친구와 노느라 빠지기도 하는데 그러면 더 좋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서로 따로 친구들과 놀러다녔습니다.
저희가 가족모임에 안 끼면 진짜 아쉬워하시더라구요. 부부만 남으면 뭔 재미냐고.
왜 우리 부모님은 같이 안 놀러다니나 물어보면 화부터 내더군요.
저런 여자랑 여행가서 뭔 재미냐! 아빠랑 무슨 여행을 다니냐!

저는 동료나 친구가 매우 많고 술자리도 많이 하고 친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잠은 제 가족과 자고 제 가족이 제일 편합니다.
남편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조건 가족이 우선입니다.
시간만 나면 점심시간 때 들어와 마누라와 점심 같이 먹고 다시 회사갑니다.

엄마는 아빠가 숙소를 골라놔도 삐죽거렸어요. 자길 무시한다고 불평불만이 가득해서.
아빠는 부부사이 좋은 친구부부를 보면 사내자식이 처자식 옆에서 빌빌댄다고 표현하는 남자였구요.
제가 방에 있는데도 마루에서 '비아그라 먹어도 안 서냐 병신아' '너같은 변태년과 못 잔다' 이러던 부모님.

엄마는 저에게 늘 'X서방같은 남자를 만났어야 하는데...'하고 신세한탄을 하지만
전 확답할 수 있어요. 엄마는 X서방을 만나도 안 된다고.
X서방이 얼마나 가난한데... 휴일이면 집에만 콕 박혀 삼시세끼 대령해드려야 하는데... 밤생활도 잘 못 하는데...
평일 점심시간에 툭 집에 들어와 밥달라면 엄마는 마구 욕 퍼부으며 나가서 바람피라고 할텐데...

저도 부모님에 대한 이런 원망과 경멸을 다 풀어내야 진정 행복하겠지만
엄마아빠 저러는 모습이 너무 싫습니다.
아직도 '너가 엄마/아빠 버릇을 고쳐놨어야지. 왜 이혼하게 놔두냐.'고 말한 것도 한이 맺히구요.
IP : 207.244.xxx.172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5.7.6 11:00 AM (119.71.xxx.75) - 삭제된댓글

    대놓고 이야기 해야압니다
    자식이 알고 있다는걸
    그러면 조심합니다

  • 2. 그냥
    '15.7.6 11:09 AM (203.234.xxx.75)

    부모님 사이에 끼지 마시고 님은 빠지세요
    그 관계를 끊어놔야합니다.
    이혼한거 뭐라하면 그럼 다시 혼인신고 하고 살든지 말든지 하고 빠지세요
    자꾸 개입해봐야 답이 안나옵니다.

  • 3. 그나이
    '15.7.6 11:18 AM (220.76.xxx.201)

    우리부부가 60후반이예요 옛날이지만 우리남편과 연애결혼 했어요 5년동안
    글쓴님 부모님들은 헤어지는것이 맞아요 왜냐면 부부생활에도 밀당이잇고 그바탕에는
    배려가깔려 잇어야해요 그런배려가없으니 싸움이나는거예요
    그리고 그나이전부터 배려가 있었다면 측은지심이 잇어야하구요 우리부부라고 좋은일만 잇었겠어요
    살아가면서 배우고 모른척 져주기도하고 그냥지나가기도 해야하는데 사사건건 안좋은쪽으로
    비방하고 대화가 안되는거예요 부모님이 서로 뉘우친다면 상담을 권합니다

  • 4. 원글님이
    '15.7.6 11:52 AM (122.153.xxx.162)

    냉정하고 차분하셔서....저도 답글 씁니다.

    얼마전 우연히 TV돌리다 [달라졌어요]???? 란 프로
    부부편을 두번인가 보게됐는데.....

    상황이 너무 비슷한, 할아버지들 신수 훤~하시고 다 젊을때 한가닥씩 바람피워서
    그 상처를 안고산 할머니들

    잠시도 입을 안 다물고 랩을하며 할아버지를 고문
    아들한테 하루에도 수십통을 전화해대서 자기 위로하라고 징징징
    너 그러는거 아니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아들도 맨정신에 못살게 만들고

    할아버지가 뛰쳐나가려 하니 차앞을 막고 못 나가게 하고

    진짜..............내가 할아버지라도 못 살거 같더라고요

    여자가 다 참고살아야는건 아니지만 아휴...진짜 여자들 삶이 참 서로 올가미인듯
    그 화는 고스란히 며느리에게 돌리고
    아들이 바람피우면 또 아들편 들거같아요

    쓰고보니 뭔 댓글인지.............

  • 5. ...
    '15.7.6 12:44 PM (220.76.xxx.234)

    저는 솔직히 머리가 나쁜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어리석은거죠
    아이처럼..순진하고 해맑은 아이말고.
    대화하기도 싫고 쳐다보기도 싫은 사람, 너무 고생많으셨겠어요
    저는 비슷한 부부를 오랫동안 잘 알고 있어서~
    비겁하다고 생각해요 항상 남 탓하니까요

  • 6. 원글
    '15.7.6 1:11 PM (207.244.xxx.172)

    댓글주신 분들 감사해요.
    오순도순 하신 부모를 보고 사시는 사람들 정말 부러워요.
    부모가 아예 싸우지 말라는 게 아니고요,
    싸워도 무언가 선을 지키고 싸우면, 다 늙어 싸우는 건 귀여울 것도 같거든요.

    제가 부모 사이를 갈라놓은 것도 아니고
    아주 어렸을 때부터의 판단으로 이 사람들은 도저히 붙어 살 사람들이 아니라고 제가 결론내린 거구요.
    제가 보기엔 둘다 잘못이 많고, 지금이라도 다른 부부들처럼 잘 살고 싶으면
    서로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이제부터라도 서로 잘 해주겠다고 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희 부모님은 둘다 그게 아니고 상대만이 잘못했으며
    자식인 제가 나서서 그 상대의 버릇을 싹 고쳐 끌고 들어와 다시 합치게 해달라는 거니까
    전 저런 사람들은 헤어지는 게 낫다 였어요.

    아빠가 엄마를 때리기도 여러번이었고요,
    어릴 땐 엄마가 맞을 때 놀라서 울부짖고 토하고 경련하고 그랬지만
    어른이 되니 그냥 저러고 왜 사나 싶더라구요.
    항상 두 분이 저에게 하소연을 하니 이혼해라 한 거구요.

    저도 두 분이 이혼하면 싫어요. 제 체면도 있는데요.
    벌써 시댁에도 이혼소문 다 났고, 시댁은 저를 뭣취급도 안 해요. 부모가 그런 애라고.
    그런데도 저는 다 감수하고 둘이 이혼하라는 거였어요.

    근데 이혼이 다가 아니고 이젠 제가 상대편 버릇을 못 들였다느니
    이혼을 시키면 어떡하냐 상대가 잘못한 걸 인정하게 하고 합치게 했어야지,
    그런 소리가 지겨워서 엄마와 연락 끊은 적도 있어요.
    그러자 지금은 엄마가 제 앞에서 벌벌 떨며 절대 그런 말은 안 하는데
    이젠 뻑하면 전화 카톡 등으로 신세한탄을 하시니.

    제가 보기엔 엄마가 일방적으로 당해서 신세한탄을 할 정도는 아니거든요.
    도찐개찐. 서로 너무 잘못했다고 봐요.
    상상들 해보세요. 60된 사람들이 머리채 잡고 바닥에 내던지고 60살 여자는 유리컵 내던지고 죽여라 하고
    결혼하여 나갔다가 잠시 들른 아들은 '창피해서 못 있겠다'고 밖으로 담배들고 나가고
    저는 아빠의 발길질과 식탁의자로 내리치려는 걸 몸으로 막고
    지금은 그것도 10여 년 전 추억이네요. 두분 다 칠순 지난지 한참이예요.

    이제는 또 '난 희생하고 살은 죄밖에 없는데...'이러고 우는 소리를 하니
    진짜 지긋지긋합니다.
    둘중의 하나가 빨리 죽었으면 하고 바라기도 하지만
    죽으면 끝일까요? 둘다 죽기 전엔 저 하소연을 들어야하겠지요.

  • 7. ..
    '15.7.6 2:17 PM (112.149.xxx.111) - 삭제된댓글

    그냥 같이 사시게 냅두지 왜 끼셨어요.
    의자는 왜 막아요.
    그게 부모님 삶의 방식이에요.
    다른 사람은 이해할 수 없지만.
    저도 부모에게 늘 농을 던져요.
    왜 같이 사냐고.

  • 8. 5567
    '15.7.6 8:52 PM (118.218.xxx.147)

    저랑 너무 비슷해 댓글 남겨요.. 차이점은 제 부모님은 남사스러워하고 간이 작아 이혼안하고 한 집서 남처럼 삽니다. 제가 궁금한 건 님과 어머니와의 사이인데요.....

    저는 두 분다 너무 싫은데 그나마 아버지가 좀 더 측은합니다. 왜냐....아버지는 엄마 험담하는데 그쳣다면 엄마는 본인이 용기가 없으니 제가 아버지 버릇을 고쳐놓으려고 저를 이용하려했거든요. 매일 앉혀놓고 아버지쌍욕을 몇시간이나 하고 '고대로 전해라...'하시며 자신의 욕을 마치 제 생각인양 전하라고 했어요.
    그리고 싸울때 자기편 안들면 나중에 저 죽일듯이 괴롭히고,,,딸이 엄마맘 알아준다는데 키워봐야 소용없다는 둥. 그리고 나이먹어서는 제가 성적 조금만 떨어지면 '니가 공부만 1등해봐라, 부부가 사울일이 뭐가잇냐 '이랬어요.. 저는 죄인아닌 죄인으로 자책하며 살다가 나름 명문대에 진학하고서도 두 분이 죽일듯이 사우는 것 보고 죄를 벗어나고 깨달았어요. 둘 사이는 내가 어찌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닌데 엄마가 힘도 없고 비겁하니 저한테 기대고 모든걸 제탓한다는 사실을요.

  • 9. 5567
    '15.7.6 8:56 PM (118.218.xxx.147)

    그래도 님 부모님은 용기는 잇으시네요...저희 엄마는 너 대학가면 이혼한다부터 시집가면...이혼한다로 미루면서 그냥살아요...제가 너무 한이 많아 엄마한테 참 비겁하다고, 제게 한 행동, 신문에 날 정도의 폭행 왜 햇냐고 물으면 니 아비가 날 안 사랑해줘 그렇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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