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권 평범한 일반 중학교에요. 지난번 중간고사가 쉽게 출제되서 평균도 올라갔고
저희 애도 평균 90점 가까이 전과목이 두루두루 나와줬어요. 주요과목은 90 이상이었구요.
그게 상위권이라 하기 애매한 정도로 전체적인 난이도가 낮았거든요. 이번 기말고사에서는
맘 먹고 어렵게 낼거라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이가 두배로 열심히 했는데 과목별로
눈에 띄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아주 야금야금 떨어졌어요. 진짜 열 받는 점수가 나왔어요.
국어, 영어는 최상위권이었는데 조금씩 떨어졌고 음악, 미술, 체육 시험은 워낙 참가한다는
마음으로 보는 거라...ㅎㅎ 결과가 나빠도 뭐라고 할 수도 없는데 과학은 참 일관성 있어요.
음미체는 수행평가로 회복이라도 되지만 과학은 학원도 다닐 수가 없고 인강을 듣기에도
아이가 벅차해서 혼자 공부한 결과거든요. 물론 뭐가 나올지 다 제가 짚어주긴 했어요.
문제집을 풀 시간도 없다고 우기더니 교과서, 자습서만 보고 시험장에 들어가더라구요.
전 이게 너무 불만이에요. 물론 영어, 수학을 제외하고는 문제집을 원래 하나도 안 풉니다.
그래도 점수가 나와줬으니 놔두었지만...과학은 그게 안되잖아요. ㅠㅠ 저도 기억이 안 나서
세심하게 가르쳐줄 수가 없어요. 저도 과학은 심오한 영역에 있었던 지라...수학, 과학이 너무
싫어서 문과 간 사람이거든요. 앞으로도 문제집은 안 풀거라고 저러고 있네요. 교과서와 노트
필기만으로 충분하다구요. 제가 보기엔 충분하지 않은데..ㅠㅠ 웃긴 건 수학도 서술형을 다
맞고 객관식에서 와장창 틀린 걸 보면 분명 시간 안에 문제를 푸는 연습이 덜 된 건데 이걸
앞으로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더라구요. 그렇게 주어진 시간 안에 푸는 연습을 해야 나아지는
것 아닌가요? 타임을 체크하면서 풀어라...그랬는데 그냥 알았다고만 하고 자러들어갔네요.
오늘 시험이 끝났지만 너무 마음이 불편해요. 지랄맞은 중2에 사고 안 치는 건 고맙지만 솔직히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고, 앞으로 대입까지 몇년 남지도 않았는데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명문대를 바라보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하고 싶은 심리학 전공으로 점수 되는 학교에 넣을 건데
심리학과 자체가 수도권에 별로 없어서 그렇게 맘대로 지원할 기회가 많지도 않겠더라구요.
얘를 어쩌면 좋은지...발가락으로 풀어도 다 맞아오는 동생은 대체 뭔 조화인지...열심히 하는 애는
안되고...ㅠㅠ 동생은 하루종일 스마트폰 가지고 놀아요. 전과목 만점 아니면 하나 틀려오는데
큰 애는 초등 때는 정말 공부 자체를 놓고 살았던 애라서 국어, 사회만 겨우 사람 수준으로 보고
수학은 지지리도 못했던 애거든요. 지금은 곧잘 하는데...아오...갈 길이 멉니다. 저도 모르게 울었네요.
저는 전형적인 방임형 엄마인데 이제부터라도 간섭을 시작해야하나 고민 중입니다. 늦은 감이 있잖아요.
저희 애는 드물게 혼자 계획짜고 공부하는 습관이 있는 아이라서 부모의 방임으로 인한 자기주도형학습을
했었어요. 채점도 초등 고학년 부터는 자기가 했었구요. 그냥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해서 저도 냅두었구요.
뭐 다른 엄마들처럼 좀 타이트하게 키워볼려고 했는데 아이 성향도 그게 아니고 저도 그럴 깜냥이 안돼요.
이번 시험 보고 애들이 하도 울고 불고 통곡을 해서 이 동네 분위기가 상갓집 같아요. 어떤 애는 틀린 갯수
대로 맞는다고 교복치마가 젖도록 울더래요. 전 점수 가지고 뭐라 해본 적이 한번도 없는데 이번부터는
정말 뭐라고 해볼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시험 난이도에 따라 이렇게 널을 뛰지 않게 미리 미리 대책을
세워 놓고 싶기는 한데...상담선생님이 저희 애는 학습적으로는 잠재능력이 뛰어나니까 지켜만보라고 하셨
지만, 제가 보기엔 뭔가 많이 부족해보여요.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지켜봐달라고 하는데 이 상황을 그냥
스킵하고 넘어가야 하는지 다른 엄마들처럼 볶아야 하는지 판단이 잘 안 서네요. 지금 둘째가 사춘기라서
절 미치게 만드는 중이라 마음의 여유가 없어요. ㅠㅠ 선배님들....조언 좀 부탁드립니다. 구체적으로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