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열이 좋아하는 시 "벌거벗은 지렁이, 그 그리움에 대하여"
나는 외눈박이 두눈박이도 아닌
앞이 보이지 않는 지렁이
오로지 그대 향해
내 얄팍한 껍질로만 그를느끼네
그를 향한 그리움에는 이정표도 없다네
가로로 가로로만 가는 그리움
세로로 세로로만 가는 애절함
그의 살내음 닮은 흙냄새가,
고운 그 냄새가 나는 그 끝이
내가 가야할 길이라네
오늘도 그대 내 맘에만 묶어두려
땅으로 흙으로 그속으로가는길
오로지 땅으로 땅으로만 가는 그리움
흙으로 흙으로만 가는 애절함
포말도 파도도 없는 침묵의 그를 닮은
깊은 심연의 땅속으로 오늘도 나는 헤엄치네
그를 호흡할 수 없을 때마다
내가 택한 것은
이 심연의 땅 속,
거친 그의 포옹 닮은 흙이
거칠게 나를 쓸어 안을 때
그에게 찢겨지는 나의 생채기
육신의 고통따위는 상관없다네
세상에 나가면 나.
돌팔매 맞아야 하는 나.
비오는 오늘
그를 찾아 벗은 몸으로 뛰쳐나간
지상 밖
거기서 세상과 맞는
비오는 슬픈 오늘
숨겨야 하는 내 온전한 내 사랑
그리고
그ᆞ사ᆞ람
오늘도 나는 그대 묶어두려
땅으로 흙으로 그속으로 가네
너에게로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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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포로가 된다는것은
긴 여정을 마주하게 되는거야
신기루처럼 가도가도 멀어지는 그대
결국 미이라 되어
질기고 검은턱을 가진
개미군단에 여정의 마지막을 맡기게 되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