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십년 넘게 살면서 한국 친구는 열 손가락 안에 꼽히게 사귀었어요.
아는 사람 말고, 연락하고 만나서 속얘기하는 친구요.
예전에는 나이차이, 결혼 유무 상관 없이 사람들 만나서 잘 지냈는데,
애기 낳고 보니 또래 아이 키우는 친구를 사귀고 싶더라구요.
근데 직장맘이라 친구 사귈 기회도 많지 않고, 어쩌다 새로 만나는 사람들이라도 회사 다니다 보니 만날 시간 맞추기가 어려웠어요.
그러던 와중에 동네 사는 애기 엄마를 알게 되었는데,
저보다 나이는 좀 어리고, 그 집 애기랑 저희 애기랑 비슷한 개월수에 집이 가까워서 친해지고 싶었어요.
그 친구는 남편따라 외국 나온지 얼마 안 되고, 아는 사람도 없길래 잘해주려 했죠.
제가 사는 동네에 한국인이 많지 않거든요.
같이 만나면 제가 거의 밥 사주고, 반찬도 만들어 나눠 주고, 낯선 곳에 정착하면서 외로울까봐 여기 저기 데리고 다니며 알려주고 했어요.
명랑하고 싹싹하게 언니 언니 하면서 잘 따랐는데 언제부턴가 연락이 뜸하더라구요.
전 뭐 개의치 않고 잘 지내냐 일주일에 한 두번씩 연락하고, 얼마전에 그 집 애기 생일이라서 선물사서 전해줄 겸 만났어요.
최근에 제가 직장을 그만두게 되서 집에서 애만 보는 게 답답해 만나자고 한 두 번 불렀는데,
그 때마다 애가 아프다, 약속 있다 하면서 다음으로 미루더라구요.
그리고 또 연락 없고..
참고로 그 친구네는 남편 혼자 직장을 최근에 얻어서 살림이 그닥 여유로운 거 같진 않아요.
그래서 만나면 제가 더 챙겨줬구요.
제가 부담스러웠던 걸까요.
아니면 그냥 만나면서 저랑 안 맞는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ㅡ.ㅡ
저는 참 잘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혹시나 오해하실까봐..
저는 뭐 제가 그 친구한테 해줬던 거에 대해 서운함을 느낀다거나 그런 건 아니구요,
그냥 이런 상황에서 제가 계속 연락해야 하나, 아니면 그냥 연락 하지 말고 지내야하나 (아마 후자가 맞겠죠?) 고민이 되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