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근혜가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한 것은 물론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과 국회를 신랄하게 비판했네요.
속이 시원하게, 조목조목, 근거를 제시하며 결연한 의지를 보이며 일갈을 했습니다.
제가 만약 청와대 연설 작성 비서관이라면 썼을 내용과 강도를 오늘 박근혜가 그대로 국무회의에서 해 주더군요.
강제성이 있는 것도, 아닌 것도, 이상하고 애매모호한 법안(국회법 개정안)을 만드는 국회나 분당을 할 것 같은, 하지 않을 것도 같이 이리 재고 저리 재는 새민련 사람들보다는 일도양단의 모습을 확실히 보이고 있네요.
정치를 하려면 저렇게 원칙적이고 명확한 메세지를 전달해야 합니다. 탈당이나 신당을 각오하고 유승민의 사퇴를 사실상 요구하고 여당을 압박했습니다.
아마 유승민은 원내대표 사퇴하고 김무성은 꼬랑지 내리고 항복할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박근혜는 탈당과 친박 신당 창당 수순을 밟겠지요. 박근혜는 오늘 그럴 각오를 보였고 실제 이 수순을 밟을 수 있음을 강력히 내비쳤죠.
박근혜 입장에서는 이런 승부수는 전혀 밑질게 없습니다. 이런 상태로 가 보아야 계속 여야 국회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을 것이고, 차라리 국민들에게 국회가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줌으로써 국민만을 보고 국정 운영을 하면 되지요. 어차피 다수 여당이 되어도 국회선진화법으로 아무 것도 안되는데 설혹 친박 소수 여당이더라도 지금보다 못할 것도 없으니 차라리 친박 여당으로 국회를 운영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 보는 것이죠.
유승민, 김무성, 친이계들 꼬랑지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박근혜야 두 번 대통령 할 일 없으니 다음 대선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이들은 당장 내년 4월에 총선에서 국회의원 당선을 놓고 사활을 걸어야 합니다. 이 선거에서 지면 그냥 백수되는 것인데 이들이 박근혜 지지자들의 도움 없이 당선이 가능할까요?
이명박 정권 시절에도 이방호 등 친이계를 박근혜 지지자들이 총선에서 날려버렸습니다. 친박들은 총선에서 비교적 여유롭게 당선되겠지만 박근혜 지지자들의 비토를 받는 비박이나 친이계가 쉽게 당선될 수 있을까요?
세월호, 메르스 등의 숱한 악재에다 경기도 침체인데도 박근혜 지지율이 29%입니다. 이 지지율은 묻지마 지지에 가깝죠. 이 지지자들의 비토를 뚫고 이들이 당선될 수 있을까요?
김무성이나 유승민 등 반박 세력들이 계산 못하는 꼴통들은 아닐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이 박근혜한테 반기를 들고 독자 노선을 걷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비박계나 친이계에서 유력한 대선 주자가 있다면 아마 박근혜의 이번 승부수가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만, 현재 여권에서는 유력한, 독보적 대선 주자가 없습니다. 김무성이 한 때 대선 지지도 1위를 하긴 했습니다만 그건 의미 있는 일이 되지 못하죠.
박근혜 입장에서는 황교안을 키울 수도 있고, 반기문을 영입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이라면 현재 여권 내 대선 주자들에게 꿀릴게 없죠.
이래저래 유승민, 김무성, 비박계들이 운신하기 힘들어 꼬랑지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내년 4월 총선에서 1)박근혜계, 2)김영삼+이명박계(김무성, 유승민, 정의화, 이재오, 김성태, 등 원내와 종편에서 개소리하는 신지호, 차명진 등 원외들), 3)노무현계, 4)김대중계, 4파전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2017년 대선에서도 반기문(혹은 황교안), 김무성(혹은 김문수, 원희룡, 남경필 등), 문재인, 안철수(혹은 정동영, 천정배)가 나와 대결하면 이것도 꿀잼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