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는 항상 좋은 사람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천차만별의 사람이 오기 때문에 항상 대비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 직접 방어를 해야 합니다"
경기도 화성에서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운영하는 나기열(55) 씨는 지난 7일 새벽 2시40분께 편의점을 홀로 지키고 있었다.
그때, 한 20대 여성이 목 부위에 피를 흘리며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이 여성은 "살려달라,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뒤이어 손에 흉기를 든 남성이 따라 들어왔다. 여성의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나 씨는 일단 여성을 카운터 안쪽에 피신시키고 나서 남성과 대화에 나섰다.
그는 파출소 권유로 편의점 안에 비치해뒀던 몽둥이를 들까 순간 고민했지만, 그러면 격렬한 싸움이 벌어질 것 같아 몽둥이를 사용하진 않았다.
대신 흉기를 든 남성을 안정시키려고 말을 걸었다. 파출소 직통 전화 수화기를 카운터에 올려놓은 상태에서 경찰이 상황을 알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나 씨는 이 남성에게 "젊은 사람이 그러면 안 된다. 칼을 내려놓고 대화하자. 편의점 밖에 테이블이 있으니 나가서 음료수라도 한잔 마시며 이야기하자"고 설득했다.
나 씨는 이야기 중 기회를 틈타 이 남성의 팔목을 잡고 칼을 빼앗아 편의점 문 밖 길 건너편으로 던져버렸다. 칼을 빼앗긴 남성은 그 길로 도망쳤다.
그는 피해 여성에게 편의점에 상비약으로 뒀던 소독약을 발라주고 지혈했다.
편의점 인근에서 배회하던 가해 남성은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피해 여성은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였으며 병원으로 옮겨진 뒤 수술을 받고서 최근 퇴원했다. 퇴원 후 나 씨에게 직접 찾아와 감사 인사도 전했다.
가해 남성은 3개월여 전 인터넷 채팅에서 알게 된 이 여성이 결별을 통보하자 직접 집으로 찾아가 흉기로 여성을 찌른 것으로 전해졌다.
세븐일레븐은 시민의 밤을 지키는 편의점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공을 인정해 나 씨에게 표창패와 100만원의 격려금을 25일 전달했다.
나 씨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런 것을 바라고 한 것도 아닌데 상을 받게 돼서 조금 부끄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2년 4월부터 편의점을 운영한 나 씨 부부는 낮 시간에는 나 씨의 아내가, 야간에는 나 씨가 편의점을 보고 있다.
새벽 시간은 취객이 많아 특히 위험한 편이다. 행패를 부리는 손님 때문에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었다.
나 씨는 "위급한 상황은 언제든, 누구에게든 찾아올 수 있다. 순간순간 대처를 어떻게 해나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며 "전국의 다른 편의점들도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호신용 가스총 등을 구비해놓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