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기내 면세품, 월매출 170억 넘는데도 승무원은 '한숨'
취재 과정에 만난 전직 승무원 김 씨는 대한항공 승무원만의 일사불란함은 '지적 당하지 않으려는 공포'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자칫 징계로도 이어질 수 있는 절대적인 '지적'. 그건 조양호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등 오너 일가만 할 수 있다고 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검찰 공소장에서도 드러나듯, 오너 일가에겐 '내가 곧 매뉴얼'이다.
취재를 위해 만난 승무원들은 하나같이 오너 일가를 극도로 두려워했다. 김 씨는 옛일을 떠올리며 헛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오너 일가가 공항에 나타나면, 공항공사나 법무부 사람들이 저희를 챙겨줬어요. 공항 상주 직원들이 'K.I.P가 떴다'면서 어서 여기를 벗어나라고 귀띔해 주는 게 다반사죠. 눈에 띄면 대개 지적을 당하고, 심할 땐 욕설을 들으니까, 자기들이 알아서 경고 아닌 경고를 해주는 거죠." K.I.P란 대한항공의 K와 VIP를 합친 승무원들만의 암호였다.
하지만, 아무리 걸음이 빨라도 오너 일가의 '판옵티콘'을 빠져나갈 수 없다. 승무원처럼 직접 고객을 응대하는 직업이라면 누구나 감수하는 일이 많다. 서비스 과정에 실수가 있을 수 있고, 누군가 대한항공 홈페이지에 불만 글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에선 고객 불만사항이 접수된 직원에겐 조양호 회장이 직접 코멘트를 다는 경우가 많다. 정말 피하고 싶은 최악의 경우다. 사내 게시판에서 그의 코드명은 'DDY'이다. DDY코멘트는 주로 승객 불만 글에 댓글 형식으로 달린다.
코멘트가 달린 대상은 길면 한 달 간 직무에서 배제된다. 그리고 반드시 징계 결과가 보고된다. 경영자로서 직원의 명백한 잘못을 지적하는 건 온당하다. 대한항공 승무원들은 그러나, 지적에 일관성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취재를 위해 만난 승무원들은 하나같이 오너 일가를 극도로 두려워했다. 김 씨는 옛일을 떠올리며 헛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오너 일가가 공항에 나타나면, 공항공사나 법무부 사람들이 저희를 챙겨줬어요. 공항 상주 직원들이 'K.I.P가 떴다'면서 어서 여기를 벗어나라고 귀띔해 주는 게 다반사죠. 눈에 띄면 대개 지적을 당하고, 심할 땐 욕설을 들으니까, 자기들이 알아서 경고 아닌 경고를 해주는 거죠." K.I.P란 대한항공의 K와 VIP를 합친 승무원들만의 암호였다.
하지만, 아무리 걸음이 빨라도 오너 일가의 '판옵티콘'을 빠져나갈 수 없다. 승무원처럼 직접 고객을 응대하는 직업이라면 누구나 감수하는 일이 많다. 서비스 과정에 실수가 있을 수 있고, 누군가 대한항공 홈페이지에 불만 글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에선 고객 불만사항이 접수된 직원에겐 조양호 회장이 직접 코멘트를 다는 경우가 많다. 정말 피하고 싶은 최악의 경우다. 사내 게시판에서 그의 코드명은 'DDY'이다. DDY코멘트는 주로 승객 불만 글에 댓글 형식으로 달린다.
코멘트가 달린 대상은 길면 한 달 간 직무에서 배제된다. 그리고 반드시 징계 결과가 보고된다. 경영자로서 직원의 명백한 잘못을 지적하는 건 온당하다. 대한항공 승무원들은 그러나, 지적에 일관성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목표도 못 채우는데 인센티브는 무슨"
"승객 여러분. 대한항공에서는 다양한 면세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구매를 원하시는 분은 승무원에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최우철 취파_640최우철 취파_640대한항공을 자주 이용한 승객이라면, 익숙한 기내 방송을 듣고 도착이 가까워졌다고 느낄 것이다. 같은 시각 승무원들은 평균은 넘기자는 각오로 면세품이 실린 카트를 끌고 나온다. 물론, 전체 달성 목표액도 무시할 수 없다. 기내기판본부장을 겸하던 조현아 전 부사장이 제시하던 바로 그 수치다. 그는 2014년 10월 목표액도 상당했다. 200여 개 팀에 1,643만 달러 즉, 170억 대 판매액을 달성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대한항공 승무원도 기내 면세품이 회사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걸 안다. 기왕이면 적극적으로 판매하려는 자세를 갖고 있다. 그래서 승객이 승무원에게 10만 원 짜리 향수 1병을 샀다면, 1,900원은 그 승무원 몫이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2010년 담당 전무로 오기 전까지만 그랬다.
조 전 부사장의 당시 취임 일성은 한마디로 이랬다. "목표도 못 채우는 데 무슨 인센티브!" 판매 목표액은 물론, 자신이 정하는 거였다. 대한항공 측은 달성률이 80%를 웃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선에서 면세품을 직접 팔고 받던 격려금의 성격은 완전히 사라졌다는 데 불만이 크다. 실적을 못 채우면 그나마 주던 1.9%마저도, 회사가 가져간다는 뜻이다. 대한항공 승무원들에게 인센티브는 어떤 의미일까. 대한항공은 면세품 판매 과정의 모든 위험을 승무원에게 전가하는 구조다. 취재 결과, 국내외 항공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100% 실손 책임제를 운영하고 있었다.최우철 취파_640
매번 몇만 원씩 가욋돈이 들어오는 셈인데도 승무원들은 오히려, 면세품을 팔다가 손해 볼일 없길 바란다. 한때 대한항공 승무원이 자기 돈으로 면세품을 산다는 소문도 사실이란 걸 확인했다. 고객 서비스의 일선에서, 그들은 면세품 판매 역군인데도 갈수록 홀대만 받고 있다. 무한 책임만 있을 뿐, 과실은 없다.
●고강도 노동 그리고 불통 문화.. 서서히 병들다
승무원의 겉모습은 화려하다. 스튜어디스는 아직 선망받는 직군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이미지 이면에 너무나 알려지지 않은 실상이 존재한다. 마치 달의 뒷면과 같아 보일 정도다. 이번 땅콩 회항 사태와 같은 사건이 없다면 알려지지 않는다.
대한항공 승무원이 연봉을 적게 받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건 정당한 노동의 대가라고 보는 게 옳다. 상당한 초과 노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몇 년 째 승무원 규모를 6천 명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취항 노선은 늘어가는데, 기존 인력으로 수익을 짜내는 구조다. 국제선 승무원 상당 수가 70일에서 많게는 100일 가까운 연차를 쓰지 못한 채 쌓아두고 있다. 비행 스케쥴이 빡빡한데다, 담당 부서가 정기 휴가를 거의 승인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몇년 째 매년 사흘 이하의 휴가로 버티는 승무원도 많았다.
땅콩 회항 재발 대책이 사내 소통위원회 구성을 통한 소통 강화일 만큼, 대한항공 내부의 상명하복 문화는 이미 도를 넘은 수준이다. 게다가 이번 사태에서 보듯, 조현아 전 부사장 등 오너 일가의 안하무인식 행태까지,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받아온 부당한 정신적 피로 수준은 폭발 직전이나 다름없다. 승무원들은 겉으론 화려하지만, 실은 강도 높은 노동 여건과 스트레스를 말 없이 견뎌온 것 뿐이다.
SBS 탐사보도팀은 이번 취재 과정에, 대한항공 측에 30여 개의 질문을 보냈다. 대한항공 측은 취재 과정에 확인한 부당 처우에 대해, 원칙적으로 불합리한 처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 글을 쓰고 고치는 몇 시간 동안에도, 대한항공 승무원과 그 가족이라는 사람의 제보 메일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신변 보호에 대한 강력한 요청으로 시작하는 글들은, 하나같이 그들이 견뎌온 울분이 너무 오래 대책없이 방치돼 왔다는 사실을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