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한 6년정도직장생활하다가 미국에 여행삼아왔는데 그 당시 사귀던 남자생각이 단 일초도 나지않고 후련해서 - 여행지에 가면 아 그사람과 오고 싶다 뭐 이런거 있잖아요^^ - 그길로 바이. (울 가족들이 그넘에게 갔으면 버선발로 도망나왔을꺼라고 열렬히 환영해주었다는;;;). 그런후에 30살이 넘어 대학원다니고, 지금 미국에서 직장경력 11년정도됩니다. 처음 미국에서 살기 시작할때는 한국수퍼에서 비디오 잔뜩빌려오고 간혹 신문도 하나씩 사오고 그러던 시절이었는데, 이제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아무때나 컴퓨터로 볼수 있으니 그 세월도 무척 기네요. 얼마전 몸이 아파서 잠시 쉬는차에 "미생"을 보기 시작했어요. 90년대중반이지만 직장생활하면서 그당시 "주 대우”에 일 관계로 꽤 방문했던적도 있었던지라 궁금하기도 했고.
어려서는 철이 없어서, 미국에 와서는 살기가 팍팍해서 - 미국에서도 도와줄 가족없이 아이키우는건 정말 전쟁과 같아요, 돈도 너무 많이 들고 – 아직도 금전적으로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어느새 직장에서 연수로는 오차장님보다도 더 직장을 오래다닌 사람이 되었다는요. 평강공주처럼 결혼해서 개천에서 지렁이처럼 있던 남편 학위시키고 (지금은 도마뱀같으심), 아이낳고, 돈벌어서 몇년간은 그대로 육아비용으로 다 써버리고. 미생의 선차장 남편이 "승진해서 그만두라하니, 내가 내가 되지 못하면 가정도 행복하지 못하다는” 류의 대화를 했다하길래, 그걸 보는 저는 참, 낭만스런 소리하고 있네, 직장을 나가야 먹고 사는거지...하면서 어쨌거나 재미나게 봤어요. 아이가 돌이 되기전 어깨에 노트북이랑 서류더미랑 잔뜩 매고 걸어가다가 공원옆을 한가로이 지나는 유모차를 밀고 있는 어느 젊은 엄마의 모습이 너무나 부러워 그 자리에서 거의 울뻔한 기억이 나요.
미국에서 첫직장은 제가 있는 도시에만 3천명이 있는 큰 회사였는데, 한 5년가까이 다니다가 아이 1살 반정도에 이렇게 살다가는 죽겠구나 – 정치에 치이고 일에 치이는건 어느나라나 마찬가지 - 싶어서 한 55명정도의 작은 회사로 옮겨왔어요. 포기한건 연봉 (수입) 과 뽀다구, 얻은건 마음의 자유. 2년전쯤 알게되어, 제 마음의 허함을 늘 달래주던 이 사이트에 제가 두나라에서 직장생활하면서 다 아는 이야기지만 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좀 나눠볼까해요. 그전에, 저 한국에서 직장생활하던 스물몇살시절 잊지못하는 몇가지 이야기좀 해볼까요? 한국에서의 첫직장의 상사들 (차장님 이상들)은 여직원들을 그냥 “미스김”“미스박” 으로 불렀었더랬어요. 여직원에게 누구씨는 개뿔^^. 처음엔 어색했는데 그것도 적응. 반면, 우리부 부장은직함이 없는 남자 사원들에게는 “박사”라고 그러니까 “김박사” “정박사” 이런식으로. “미스김”과 “김박사”. 캬~~~.
아침에 출근하면 커피타기 시작해서 하루에 커피 한 서른잔쯤 탔나봐요 (아침커피, 오후커피,타부서에서 오는 사내 손님접대용). 커피못마셔 죽은 귀신이 있는지.커피믹스 없던 시절이라, 누구는 설탕몇개, 프림몇개, 다 외고 있었구요. 남녀차별은 그냥 당연한거라거기에 커피타는걸로 반항하거나 하는건 생각못해봤지요. 근데, 다른일로너무너무 힘들게 한 일로 분노에 차서 부장커피에 한번 침뱉어서 준적 있어요 (죄송해요 부장님 그때는 그거보다더한것도 할수 있을듯 했어요.) 참, 혼난일은 한두가지도 아니지만,아직도 어이없는 웃음이 나는건, 결재서류에 도장찍는 스탬프 (종이로 서류가 돌아다니던 시절 – 도장찍는 칸이 “계”“대리” “과장” “부장”… 이런식으로 있던)를 똑바로 직선으로 찍어놓지 않았다고, 좀 비뚤어졌다고, 비뚤어졌다하더라도 윗사람도장란이 점점 높아지도록 비뚤어진건 괜찮지만 아랫사람들도장란이 더 높게 비뚤어졌다고, 지랄지랄 하면서 서류다 집어던지고.. 하이고 …생각하니까 지금도 어이없네요. 회식하러가면 차장부장옆에앉아 술따르고, 노래방가서 부르스추고, 기분이 좀 나빴으나 그냥 그러고사는거라 생각했는데, 외국계로 옮기고 “커피한잔 드릴까요?”했더니 딱 하대리가 안영이 보듯이쳐다보더라구요. 그러면서 다방 레지생활 졸업했네요.
잡설이 너무 길었어요. 직장생활중에 나중에야 느낀 일들, 이제 시작하는 후배들과 나누고 싶은이야기들, 사실은 다 아는 이야기들. 그래도 나누고 싶은 이야기.아이키우는 이야기. 생각나는대로 몇가지만요.
초년직장인이라면 15분일찍가기 – 이건 난이도가 무지 높다는. 특히 아침잠은꿀잠^^ 다같이 모여서 일하는 직장에 다닌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는 시간보다 15분만 일찍 출근하세요. 가령 사람들이 8시45분쯤 대다수 오는 곳이라면 8시반에 도착하기. 나보다 먼저 와있는 사람은 근면해 보입니다. 회사 생활이란 실제로 수행하는 것만큼 보여지는이미지도 중요하니까. 15분일찍가서 커피마시고 놀더라도 그 15분의가치는 특히 신침직원에게는 성실해보이는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큰 효과가 있어요. 이런 사람은 간혹 지각을 해도욕먹지 않죠. 근데, 아침에 15분먼저가는게 생각보다 어렵다는점.
하고 싶은 일과 할수 있는 일을 구별하기 – “Life is not fair. Get used to it.” 원래 인생은 공평한것이 아니니 받아들이고(+거기에서부터 행동해서 극복하라는 뜻 내포). 라는 말은 빌게이츠가 학생들에게가장 큰 교훈 중의 하나. 인생은 원래 불공평한거죠. 왜,내게는 그 기회가 없냐고 아님 왜 그걸 할수 있는 돈이 없냐고 따져봐야 생기는게 아닌법. 진로나 직장을 정할때, 내가 하고 싶은것과 할수 있는 것을 구별해야 합니다. 나는 음악을 하면, 혹은 미술을 하면, 아님 골프를 전공하면잘할수 있을것 같은데 부모님의 능력이 모자랄때. 유학을 당장하고 싶은데 돈이 없을때. 당장 이 직장을 때려치우고 사업을 하면 뭔가 대박이 날수 있을것 같을때. 본인은 알아야합니다.정말 본인의 재능과 외부적상황이, 지금하는일들보다/해왔던 일보다 가능성이 있는지. 누구는 부모님 돈이 많아 하고 싶은것만 하고 사는데.나는 왜? 그때마다저 빌게이츠의 한마디! Life is notfair. Get used to it. 지금 할수 있는 일이 가장 최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30살이 되어서야법률공부가 가장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사법고시를 공부하기에도, 미국의 로스쿨을 가기에도, 혹 운좋게 미국의 삼류로스쿨을 졸업했다한들, 그닥 미래는 없다라는 걸 깨닫고 내가 해오던일의 연결선상에서 공부하고 일하기로 했어요. 그게나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 확실한 길이니까. 할수 있는 일이 꿈꾸던일이면 얼마나 좋겠냐만 하고 지금 할수있는 일을 열심히 하는건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을 취미로라도 할수 있는 바탕이 됩니다.
본인의 실수를 변명하거나 남의 탓을 하지 말아라 – 아이가 넘어졌을때, 책상에 부딪쳤을때 엄마들 흔히 하는 위로가 “땟찌 땟찌 나쁜 책상. 우리 이쁜 아기를 아프게 했네,” “우리 아기, 엄마가 책상 혼내줬으니까 이제 괜찮아. “ 근데 정말 그 책상은 가만히 있는 아이에게 와서 부딫혀 상처를 냈을까요? 아이가 넘어졌는데 엄마는 애꿏은 책상탓을 해 주는 거죠.아이를 위로한다는 구실로.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분명 본인이 실수였거나 아님 교정할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던게 뻔히 보이는데도 어린 직원들은 주저리주저리 변명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클라이언트가 이런식으로 자료를 줘서. 자료를 늦게 전달 받아서. 원래 포맷이 잘못되어 있어서…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한 업계에서15년 이상 있었던 사람들은 척보면 어디서 잘못 되었는지 금방 알게 되어요. 사람은누구나 실수를 하면서 살아갑니다. 본인이 컨트럴할수 있는 일에서 실수를 했을땐, 깔끔히 인정하는게 가장 좋은 처세법입니다. 남탓한다고 믿어주지도 않습니다. 구차해보이지. 저 위에처럼의 아이에게의 위로는 아이가 크면서 잘못된 일은 내탓이 아니라는 좋지않은 생각을 갖게 되는 습관을 갖게하는거예요. 아이의 실수로 넘어졌을때 아이에게 “많이 아팠겠네.. 애구구, 이제는 책상옆을 지날때 조심해야겠다”라고 하고 해도 아이는 충분히 위로받을꺼예요.
첫 2년이 다음5년을 결정하고, 첫 5년은 그 다음10년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 – 신입사원으로 들어가서 첫 2년동안 본인의 가능성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 2년동안본인의 가능성을 보여주지못하면 그걸 회복하는데 5년은 걸릴겁니다. 제가직장생활을 시작하는 부하직원에게 기대하는 몇가지는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을 할것과 작은 실수들을 하지 말것 입니다. 책임있는 일이 주어지기 전의 젊은 직원들에게는 흔히 범위가 작지만 손이 많이 가는 일이 주어지는데, 그런 일을 잘 수행하는건 본인이 한 내용을 여러번 검토하고 파악하고 주어진 일의 논리와 인과관계를 파악하는거예요. 그럴려면 어쩔수 없이, 일과후의 친구와의 한잔따위는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지만,작은일을 빠릿빠릿하게 해내는첫2년은 신뢰받는 그 다음의 5년으로 연결되겠지요. 게다가 처음 2년은 아무거나,정말 아무거나 선배들에게 물어봐도 욕먹지 않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기회니까요. 3년차 되어 시덥잖은거 물어보면, 속으로 욕합니다…그러니회사에 다닌다면 주중에는 달콤한 술약속따위는 대략포기하세요.
논리적으로 생각하기와 세상일에 밝아지기 – 작은 일이라도, 원인과 결과를 파악하는 훈련,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습관, 그리고 논리적인 글쓰기는. 신입사원의 해야할 중요한 훈련이예요. 이를 위한 좋은 방법중의 하나는 논리적인 글을 많이 읽는것. 예로는, 시사잡지나 경제잡지 등을 읽는것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특히, 영어능력도 기르고, 화제도 풍부한 사람이 되려면 미국이나 영국에서 발간되는 주간경제지들 포브스,이코노미스트, 불룸버그 같은데서 나오는 기사 한꼭지를 일주일에 하나정도 만이라도읽는다는 생각이면 충분합니다. 오고가는 전철에서 한두페이지 정도의 기사 하나를 꼼꼼히 일주일 동안 읽는훈련이어느날 본인에게는 커다란 재산이 되어있을꺼예요. 특히 잘쓰여진 영어문장을 많이 읽는건 영어작문력 향상에 엄청난도움이 됩니다.
20분생각하도 모르겠으면 물어라 - 내가 돈을 내고 다니는 학교나 학원과 돈을 받고 다니는 직장은 근본적으로 내 존재의 목적이 다른거죠. 주어진 일을 하다가 20분이상 방향을 잡지 못하면 물어야 합니다. (물론 원래 덩어리가 커서 더 생각해야하는것들도 있겟지요.) 그렇지 않으면 어느새 나의 일은산으로 가라 했는데 물로 가고 있을 가능성이 커지는거예요. 모르는 내용을 정리하고 상사에게 물어서 가야하는방향으로 가야하는 겁니다. 회사는 자선단체가 아니라, 내가 돈을 벌어다줘야 하는 조직입니다. 한가하게 길-게 길-게 내가 하고 싶은 만큼 기다려줄 만한 여유가 없으니까요.
솔직하라 – 지금 저의 직장에서 직원을 뽑을때가 되면 학생들과 인터뷰를 하게 되어요. 이력서를 보면 다채로운 경력들이 온갖 미사여구로 장식되어 있는데,제가 가장 싫어하는 건 솔직하지 않고 과장된 레쥬메예요. 인턴이었다면서 매니저가되어서야 할만한 일들을 해내었다는 이력서, 그냥 딱 보면 과장인지 아는데, 물어보면 역시 우물쭈물합니다. 과장되고 미사여구로 장식된 이력서가 잘된 이력서가 아니라,솔직하고 성실했던 모습이 보이는 정직한 이력서가 가장 빛나보여요. 지나친 포장이나 과장은 신뢰감만 떨어뜨려요.
소박하고 검소하게 보여라 – 자 인생은 원래 불평등하니까 신입사원들의 가정형편도 다들 가지가지인건 당연한거지요. 하지만, 돈이 있다고 해서 혹은 독신이라 별로 돈 쓸곳이 없다고 해서, 갑비싼 물건으로 치장하고 갑비싼 자동차있는거 너무 드러내는거 별로 본인에게 좋은거 아니랍니다. 사람의 마음은 다 비슷해서, 그런 사람은 “간절”해 보이지 않아요. 언젠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만 둘것 같고… 미생의 안영이가 정말 열심히 일할것 같은, 그런 사람으로 보이는 거에는 편치 않은 가정형편이란걸 깔고 있죠. 만인 안영이가 똑같은 학벌,능력, 성격이었지만 어느 부잣집 건물주의 외동딸이어도 똑같은 시선으로 비춰졌을까..물론, 내가 하고 싶은거, 가진거 굳이 숨길필요는없지만, 그래도 할수 있다면 소박하고 검소한 모습인 신입사원에게 상사들은 훨씬 호감을 가진답니다.내 동생같고, 도와주고 싶거든요.
이상, 그냥 제 직장생활 뒤돌아보면서,미생본 기념으로 한번 써봤어요~! 너무 뻔한것 같기도 하고…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