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는 문 후보가 질주하는 '원사이드' 승부가 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컷오프 이후 본격 레이스가 시작된지 일주일이 지난 이날까지 승부추가 크게 기울지 않았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지난 10일 제주도에서 열린 첫 지방합동연설회 당시 현장 분위기는 박 후보가 우세했다"면서 처음부터 문 후보의 일방적인 우세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11일 부산, 울산으로 넘어가면서는 텃밭인 문 후보에 유리한 분위기였지만 이번 주 충청권과 광주는 현장에 가 봐야 알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생각보다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박 후보가 쫓아가고 문 후보는 쫓기는 구도가 될테니 재밌는 승부가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여기에 정세균 의원이 '전대지킴이'를 자처, 용퇴를 결정하면서 본선에 오른 이 후보는 문·박 의원을 동시에 저격하면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다. 이 의원은 이날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장진영 변호사를 대변인으로 영입했다고 밝히며 "이인영, 장진영 둘다 '영(young)'"이라면서 젊은 당대표의 세대교체론을 더욱 강조했다. 실제 당내 요직을 맡고 있는 젊은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커밍아웃'하는 등 이 후보가 당 혁신에 가장 적합한 후보라며 세를 모으고 있다.
이처럼 당권 구도가 '깜깜이'로 재편되면서 전대에서 한발 물러난 정 의원이 오히려 주목 받는 모양새다. 여전히 당내에서 많은 동료 의원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 정 의원이 움직일 수 있는 표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끊임없이 당권-대권 분리론을 주창하고 있는 박 후보는 "당 대표도 하고 대권 후보도 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면서 "만약 문 후보가 당 대표가 됐을 때 우리당 충청권에서 성장하고 있는 안희정과 수도권의 손학규, 대구경북의 김부겸, 부산경남의 박원순·안철수·김두관, 호남의 정세균 이런 분들이 협조를 하겠느냐"라고 말하며 정 의원을 전에 없던 대권주자의 반열에 올려놨다. 이인영 의원도 지난 7일 예비경선 연설에서 본래 연설문에는 없던 정 의원의 이름을 야당 내 대선후보와 함께 거론하며 '화합의 대명사 정세균'이라고 강조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