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아주 마음에 쏙 드는 영드를 발견했습니다
4부작인데 제목이 북과 남이에요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영국 북쪽이 시커멓게 변해가던 때
남쪽 전원에서 목사의 딸인 여주는 마치 그림처럼 자라납니다
플라톤을 읽고
향그로운 차를 마시고
플란넬로 된 고운 드레스를 입고
봄꽃이 핀 나무 아래 초록 들판에 누워있는 살이 통통한 여주는 그야말로 그 시절의 미인도이자
여유와 행복의 상징같습니다
그런 여주가 집안일로 북으로 이사를 가서 방직 공장을 운영하는 남주를 만나게 됩니다
시끄러운 윤전기 소리 먼지 날리는 현장 시커먼 작업복을 사랑하는 남자는 차가운 외모와는 다르게
노동자에게 조금 더 지급하고 싶어하고 행여나 아차하는 실수로 다른 사람이 직장을 잃을까 늘 우려하지만
그런 따스함은 얼른 다가오지 않을 만큼 냉혹한 눈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겨우 유치원에나 가야 할 어린 아이들이 작은 몸을 이용해서 기계 사이에 들어가 풍면을 긁어내고
기침을 하면 병이 들었다고 쫓아내려 하면 굶어야 한다고 매달리는 현실 ...집에 있는 다른 아이를 데려오라 하고
고개를 끄덕여야 하는 엄마
만화를 즐겨 보았던 저는 이 시대를 그린 만화는 모두 부풀린 드레스 승마 제복을 입은 하인 하녀
그리고 사랑 사랑 사랑이었는데 ....현실은 이랬던 겁니다
회색의 눈동자를 가진 차가운 북의 남자와 따스한 유채화에서 빠져 나온듯한 남쪽의 미녀가
서로를 어떻게 이해해가며 사랑하게 되는지 4부작 영드 북과 남을 추천 드립니다
제인 오스틴처럼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나름 매니아도 있는 엘리자베스 케스켈의 책도 주문하려고 합니다
모처럼 가슴이 두근거려서 82에 소개글 올려 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