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쇠 솥은 콩 가루 되었고, 돌아갈 배는 원래부터 없었다.

  정치권이나 행정부에 몸을 담았던 고위관리출신 인사들은 재직시절 비록 악명을 떨쳤을 지라도 그가 현직에서 물러난 다음에 찾아보면 뭔가 그래도 하나쯤은 그를 긍정하거나 이해할 만한 일이나 치적이 단 하나라도 있다.

  애증이 교차한다고까지 표현하기에는 미치지 못 하겠지만, 아무리 못된 짓만 골라한 사람도 99%의 증오(憎惡)에 그래도 1%정도의 애(愛)가 섞여 있기 마련이고 그래서 애증이 교차한다는 말이 생겨났을 것이다.


  그런데 애증이 교차하는 것에서 100%예외 되는 딱 한 사람이 있다.

  국민들에게는 오직 100% 완벽하게 증오(憎惡)의 기억만이 있을 뿐이다.


  김기춘!

  김기춘씨가 박근혜의 부름을 받아 다 늘그막에 생각지도 않았던 청와대비서실장으로 다시 화려하게 등장하기 전, 그가 했던 일에 대하여 긍정이나 이해는 하는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었고 이를 갈며 고개를 도리질하는 사람 일색이었다.

  왜 안 그렇겠나?

  

  그가 초안했다는 유신헌법!

  공안검사로 위명을 날렸던 김실장의 젊은 날 검사로서의 눈부신 활약상이야 필자에게 자료가 없으니 건너뛴다.

  박정희와/군복위에 양복 걸친 정치군인과/친일파가 반공투사로 위장한 매국노들과/유정회와/김실장/에게는 유신헌법이 법이었는지 몰라도, 민주주의를 바라는 국민들에게는 가시 돋친 쇠몽둥이였고 수많은국민들이 빠져 허우적거리며 민주주의를 찾아 헤매는 진흙탕으로 포신을 360도 빙빙 돌려가며 굉음을 쏟아 내고 돌진하는 탱크였다.

  그 몽둥이에 얻어맞고, 탱크에 깔려 죽은 민주화영령들이 대체 얼마인가?


  “김기춘”하면 떠 올려야 하는 다 아물어가는 상처의 딱지를 잡아떼어 내는 것 같이 아픈 또 하나의 추억!

  ‘우리가 남이가!’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굳어진 지역감정이 그나마 최초의 군홧발이 아닌 문민대통령을 표방한 김영삼에 의해 희석의 길로 들어서야 할 즈음 김기춘의 저 지역감정을 원색적으로 자극하는 한마다로, 그렇잖아도 귀가 엷고 깊은 생각이 없는 김영삼에게 이유 없는 지역감정의 증오심을 심어 주었고, 그런 김영삼의 집권결과는 어찌되었나?

  멀쩡하던 나라를 다시 기억하기도 싫은 “IMF”라는 보도 듯도 못 하던 서양 <달러귀신>을 불러들여 5천만의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했다.


  어차피 지역감정에 의해 결과가 좌우되는 한국선거의 현실에서 영/호남의 유권자비로 보아 저런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극 저질의 선동이 아니었더라도 김영삼은 여유 있게 당선이 되었을 것이고, 그런 매끄러운 집권은 그로 하여금 매끄러운 정치를 하게 할 수가 있었었는데, 출발을 저런 지저분한 출발선에서 출발을 했으니 결과는 출발보다도 더 지저분하게 끝을 맺었다.


  국민들에게 그런 잊을 수 없는 과거가 있는 김기춘씨가 비서실장으로 들어 가가마자 청와대와 행정부를 비롯한 정치권은 그 순간 30년을 거슬러 올라가 바로 제2의 유신시대가 되어버렸다.

  다른 것이 있다면 1기 유신시절에는 휘두르는 쇠몽둥이와 돌진하는 탱크에 의해 민주주의를 바라는 수도 없는 국민들이 죽음을 당하였든 반면, 2기에는 청와대에 상하가 없이 박근혜의 눈치 살피기에만 바쁜 감투벌레들로만 채워져 있어 큰 사건사고가 터져도 허둥대기만 하고 단순 사건을 사고로 만들고, 사고를 키울 수 있는데 까지 키워 앞날이 구만리 같은 아까운 목숨들이 파리 목숨 날아가듯 하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어제도 어김없이 의정부에서 국민들의 가슴을 후벼 파는 소식이 또 전해졌다.

  이 소름끼치는 죽음의 행진이 언제까지 계속되려나?


  김기춘실장이 연초에 한 말이 파부침주(破釜沈舟)다.

  어찌 생각하면 자신의 바로 앞을 내다보는 듯 한 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옛 중국인들의 지혜와 재치가 번득이는 수많은 고사성어나 문자가 한국에만 들어오면 달밤에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 짓는 개소리와 다를 바가 없는 글로 글값이 추락하고 만다.


  김기춘실장님!

  무쇠 솥을 비서실에서 각오를 다지기 위해 일부러 깨트린 게 아니라 박근혜의 눈치만 살피던 물건들이 박근혜의 힘이 다 삐진 듯하자 결속력이 떨어진 무쇠 솥이 콩가루가 되어 스스로 주저앉은 것입니다.

  당신들에게는 원래부터 돌아갈 배가 없었습니다.

  박정희도 그랬고, 전두환도 그랬고, 노태우도 그랬다.

  돌아갈 배를 생각하는 지혜를 갖춘 사람들이었다면 그런 정치는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원래부터 돌아갈 배는 없었고, 끝에는 죽음과 감방이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당신에게 항명을 한 민정비서관 같이 당신도 결단을 하시라!

  이제 골치 아픈 그런 일에서 훌훌 떠나 인생을 마무리하고 정리해야 할 연세가 되었지 않으십니까?

  당신의 결단이 당신 자신은 물론 박근혜정권이 그나마 최악을 벗어나는 길로 들어서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고, 국민들이 불행에서 벗어나 실오라기만한 희망이라도 찾을 수 있는 있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김기춘비서실장님!

  그렇게 하십시오!

  수하에 비서를 두고 부리셔도 시원치 않을 연세에 훨씬 연하인 다른 사람의 비서가 웬 말입니까?

  미련 없이 내 던지십시오!

  그리만 하신다면 국민들이 지난 과오에 대하여는 불문에 붙일 것입니다.


  자연인 김기춘 옹(翁)으로 돌아 오셔서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만나 닭똥집 썰어 놓고 저와 소주 잔 주거니 받거니 합시다.

      까짓거야 제가 계산 하겠습니다.

  인생 대 선배로서 깍듯하게 모시겠나이다.

  왜 행복을 바로 옆에 놔두고 사서 그 고생을 하고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