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수영장에 다닌지 아직 2년이 채 안되었어요.
12월에는 독감에 들어서 5번도 채 못 갔고
개인적으로 요즘 바빠서 드문드문 가기는 하지만 어쨌든지 꽤 다닌 셈이죠.
아침에 후다닥 수영하고선 머리도 못 말리고 출근하는데
예전에도 소소하게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군기 잡는거 그냥 유머로 넘긴적도 있기고
내가 스스로 그 아주머니들하고 같은 레인 안 쓰려고 피하고 그랬어요.
며칠전에 강습이 없는 날 자유수영하려고, 그날도 출근 전에 갔는데
레인마다 사람들이 많고 특히나 그때 남자들이 많더라구요.
그런데 어떤 한 레인에 할머니, 아주머니 딱 두분만 하고 있어서 거기서 하면 되겠다 싶어 들어갔어요.
한창 하는데 그 두분은 장거리 위주로 느린 속도로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최대한 서로 가까운 거리에서 수영하지 않도록
내가 풀장 끝 부분에 있을 때 그분들이 가까이 오면
그분들이 왔다가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뒤에 하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출근 시간도 가까워오고 하던 차에 풀장 끝 부분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두분이 접영으로 풀장 시작 부분에서 저 있는 풀장 끝쪽으로 연이어 출발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그분들이 접영을 하면 제가 가다가 서로 부딪힐 염려가 있어서 출발하지 않고 기다렸다가
두분중에 앞선 분이 제가 선 끝 부분에서 3미터 정도 전에 들어왔을 때 제가 출발했어요.
처음엔 돌핀킥으로 출발해서 중간에 몸을 뒤집어서 배영으로 갔어요.
제가 풀장 끝부분에서 출발해서 풀장 시작부분으로 오는 중이었는데
중간 부분에서부터 제가 배영을 하는데 바로 제 오른 쪽에서 한분이 접영을 저랑 나란히 하면서
손으로 제 몸을 계속 치는거예요.
수영장 레인에서는 누가 출발하고 뒤이어 출발하는 사람은
앞사람이 설사 좀 느리게 가더라도 추월을 하면 안되고, 앞사람의 뒤에서 가는게 원칙입니다.
추월을 하려고 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앞사람을 칠수도 있고
추월을 하느라고 레인에서 옆으로 가면 저쪽에서 출발하는 사람하고 충돌할 수 있거든요.
저는 배영을 하면서 제 오른 쪽 몸을 그 할머니가 계속 치는 걸 알고서
최대한 제 몸을 왼쪽으로 붙어서, 제 바로 옆에서 접영하는 아주머니를 피해서 수영했어요.
풀장의 시작부분에 도달해서 일어나서 그 할머니를 보니,
제게 대뜸 막 소리를 지르는겁니다.
자기가 접영으로 끝부분까지 갔는데
자기가 턴 하도록 기다리지도 않고 내가 출발을 해서 자기 수영을 방해하고
자기를 다칠뻔 하게 했다는거죠.
딱 보니, 견적이 나오더군요.
무조건 무대뽀로 악악대는 스타일..
제가 그냥 점잖게 '죄송합니다' 이러구 말았어요.
아니, 자기가 접영을 하면서 오길래 내가 거의 끝까지 오도록 기다렸다가 출발했는데
자기가 레인을 샀답니까?
자기가 턴할지 쉴지 남이 어떻게 안단 말이예요?
그리고 자기 수영을 방해했다니요??
내가 앞사람이고 배영을 하고 있는데 할머니는 내 뒤가 아닌 바로 옆에서 접영을 하면서
저를 계속 쳤으면서요.
어찌되었건, 그 상황에서 제가 그렇게 말을 했으면 알아들어야 하는데
그 할머니가 계속 막 소리를 지르는거예요.
왜 자기가 수영하는데 방해하냐?
사람 다칠뻔 하지 않았나? 이러면서요.
제가 조용히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습니다.
아주머니가 연세가 있으시실래 제가 처음에 죄송하다고 했는데
사실 제가 죄송할 사안이 아니네요.
제가 배영을 하고 있으면 아주머니가 제 뒤에 와야지 바로 제 옆에서 접영을 하면 어떻게 하나요?
아주머니야 말로 저를 다치게 하였고,
아주머니 혼자 쓰는 레인이 아니니까 앞사람이 있으면 그 뒤에서 수영을 해야죠.
그리고 아주머니가 접영으로 거의 끝까지 올때까지 제가 거기서 충분히 기다린거고
그러니까 저는 출발을 하면 되는거지
아주머니가 끝 부분에 와서 쉬든지 턴을 하든지 그건 아주머니 마음이고
아주머니가 끝부분에 와서 쉬든지 턴을 하든지 그걸 다른 사람들이 무조건 기다려야 하는건 아니죠.
혼자 레인 쓰고 싶으면 개인레슨을 받으세요.
이랬더니만 계속 길길이 날뛰다가 제가 엄중한 눈길로 쳐다보고 다른 사람들도 다 쳐다보니까
됐어~ 됐어~ 이러고 그냥 가더라구요.
더러워서 다른 레인으로 가서 마저 수영했어요.
기분이 너무 나빠서 나가려는데 제 예전 수영강사 한분이 인사하려고 오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5분전에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그 할머니가 또 오더니
한번 말했으면 끝나야지 왜 또 말을 꺼내느냐고 또 길길이 날뛰어요.. 참..
제가 그래서 이 수영장이 아주머니 건가요?
왜 다른 사람은 아주머니가 접영을 왔다갔다 다 왕복하도록 기다리고 서 있어야만 하는거죠?
그리고 앞 사람이 배영하는데 바로 그 옆에서 양팔접영을 하면서 사람을 쳐놓고도
미안하단 말도 안하니까 그러니까 제가 말을 하는거죠! 이랬더니
이 아가씨가? 이게? 이러더니만
그래! 미안하다! 됐냐? 이렇게 내뱉듯이 말하곤 수영 출발을 하네요.
옆에서 처음부터 다 봤던 다른 분이 그래요.
그 분은 원래 남한테 시비거는게 주특기래요.
아마도 내 바로 옆에서 접영을 한 것도 일부러 그런 거라고.
강사님들도 그러는데
그분 때문에 수영장 관둔 사람이 많대요. 목수리도 크고 엄청 잘 싸운다네요.
제가 나와서 찬찬이 생각을 해봤는데
그런 악질은 가만두면 안되겠다 싶어요.
아무래도 상해진단서 끊어서 그 아주머니를 수영장 관두게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울 남편은 저를 말려요.
망령난 사람한테 뭘 그렇게 신경을 쓰냐구요.
그 사람이 말하거나 행한 것중에 진실 하나는
저보고 '아가씨"라고 한거라네요.
저를 아가씨로 봤다니 그거 하나로 허물을 다 덮고도 남는다고..
흐.. 하기야 제가 50대 중반인데
이 와중에 수영복 입고 아가씨라고 불리웠다는 사실은 참 기쁘구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