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면서 홀라당 넘어졌습니다.
바닥이 미끄러웠습니다.. 일전에 오일 바르다가 떨어뜨린 부분인데 닦아도 미끄러워 조심 하던 참이였는데
아침에 무방비 상태에서 홀라당 넘어져 버렸습니다.
비몽 사몽이라 자세한 기억이 나지 않지만 결과물로 보면 왼쪽 발가락이 꺽이였던것 같습니다.
무지 아펐지만...
전 할일이 많았습니다.
우선 출근전 고1 아들의 아침밥을 만들어 놓아야 했습니다.
우리 아들은 잠들기전 항상 내일 아침 무엇을 먹을지 저와 의논합니다.
공부에 대해 의논했으면 좋으련말 아직 그런 얘기는 못해봤습니다.
찔뚝 거리면서 전날 결정한 샌드위치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그 새벽에 문자가 옵니다.
택배 아저씨가 반품할 물건 경비실에 맡겨 놓으랍니다.
여가서 조금 갈등했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경비실까지 가는것은 조금 힘들듯 싶었습니다.
남편 혹은 아들에게 맡길까 하다가 홈쇼핑 중독녀라는 얘기가 듣기 싫어 직접 맡기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출근 준비를 했습니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니 조금 덜 아픈것도 같았습니다.
그런데 집을 나서면서 또한번 고민에 빠집니다.
오늘은 삼성동 프로젝트 사무실로 가야 하는데 차 파킹할곳도 없고 해서 그냥 택시를 타고 가야 겠다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오늘 아들의 수학학원이 밤 10시에 회사 앞에서 끝나는것이 생각났습니다.
날도 추운데 야근 하면서 기다리다가 데리고 오는것이 좋을것 같았습니다.
'그려. 오른쪽은 안아프니까 운전 할수 있을꺼야' 이렇게 생각하고 차키와 택배 상자를 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경비실까지 찔뚝찔뚝 겨우 가서 상자를 맡기고...
운전을 하면서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역시 운전 하는데는 아무 지장 없었습니다.
차를 놓고 다시 찔뚝거리면서 택시를 타고 삼성동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사무실에 도착하면 좋아질것 같던 다리는 점점 아파오고 걸을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습니다.
빨리 병원에 가라는 직원들이 말에 주위의 병원을 찾아보니 가까운곳에 정형외과가 없고 한방병원이 하나
있었습니다.
멀더라 정형외과를 가라는 주위의 만류를 물리치고 한방병원에 전화를 했습니다.
귀찮기도 하고... 한방병원에 가서 물리 치료를 받는것도 괜찮을것 같았습니다.
그들도 정형외과가 있다 하더군요.
대신 드레싱은 안된대요.. 그게 무슨 말이냘고 물어 봤어야 했지만 아직까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나는
주위의 부축을 받으면서 한방병원으로 갔습니다.
접수를 하니 2층으로 올라가래요...
움직이기 힘들면 휠체를 제공 한다 하더군요.
그러나 같이 온 회사동료에게 무거운 몸까지 끌게 하고 싶지 않아 낑낑거리고 올라갔습니다.
한참을 기다리고 X-ray를 촬영했습니다.
그런데.. 왼쪽 새끼 발가락이 댕강 뿌려졌답니다.
허걱... 내 50 이 다되는 인생중 처음 일어나는 대형 사건이였습니다.
그런데.. 의사가 자기들은 더이상 해줄것이 없다고 다른 정형외과를 가라고 하네요..
헐... 정형외과 업무를 한다고 하지 않았냐고 물어봤더니 X-ray촬영까지만 한답니다.
그럼 왜 오라고 했는지...
그리고 정형외과 병원을 소개 시켜 줬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택시를 타고 그 병원으로 갔습니다.
병원에 도착하니 이번에는 지하 1층으로 가랍니다.
낑낑거리고 내려가서 접수를 하고 의사와 면담을 합니다.
다른병원에서 발가락이 뿌려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니 다시 X-ray를 찍으랍니다.
이 병원은 휠체어를 제공해 주지도 않는답니다.
그래서 또 아픈 몸을 이끌고 가서 찍었습니다.
의사가 보니 수술을 해야 한답니다.
헐.. 뭔 발가락이 뿌려졌는데 수술이냐 했더니.
똑 하고 뿌려져 버려서 철심을 박아야 한답니다.간단한 수술이랍니다.
허거덕... 이때부터 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알았다고..
그럼 빨리 해달라고 했더니 입원을 하고 수술은 내일 해야 한답니다.
뭔 간단한 수술을 입원씩이나 하냐고 했더니 수면 마취를 해야 해서 굶어야 한답니다.
오늘 마침 아무것도 안먹었다고 했더니 물은 마시지 않았냐고 합니다.
아침에 정신이 없고 아파서 물 딱 한모금 마셨다고..회사 동료들이 따뜻한물 챙겨줬는데 정말 딱 한모금
마셨더고 하니 안된답니다.
그래서 입원을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입원전에 검사를 해야 한답니다.
알았다고 하고 검사를 시작했는데.. 아픈 발은 전혀 처리도 안해주고.(휠체어도 안주고..ㅜㅜ)
아침 11시에 시작한 검사는 MRI, CT, 또 이름 모를 무엇... 나중에는 폐활량 검사까지 합니다.(지하 1층 부터 2층까지 다니면서)
아니.. 발가락 뿌려졌는데 왜 이런 검사를 하냐 했더니 입원전에 꼭 해야 한답니다..
너무 아프고.. 일단 쉬고 싶어 하라는 검사를 다 했습니다.
검사 중간에 한참을 기다리니 발 기부스를 해주더군요....
어쨌든 이 검사를 끝나고 2시가 지나야 병실에 누울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눕자마자 간호사 언니가 수액을 맞아야 한답니다.
싫다고 했더니 꼭 맞아야 한답니다.
아픈 발은 한번 봐주지도 않고 이상한것만 시킵니다.
원래 제가 혈관이 약해 주사 맞기 참 힘든 체질인데..
역시 이 언니도 양쪽 팔에 서너 번 실패를 한끝에 손등에 이따만한 주사바늘을 꽂아 놓았습니다.
내일 수술할때 큰 주사 맞아야 한다고...( 이 상처는 아직도 멍자국이 있음)
이때부터 내가 팔이 아파서 입원했는지 발이 아파서 입원했는지 모를 정도로 팔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인내심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나는 자면서 아픔을 달랬고...
입맛도 없어 굶으면서 낯선 병원에서 하루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자다가 문득 눈을 떠 보니... 주사가 다 들어가 빈 비닐만 대롱대롱 메달려 있는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주위에 누르는 벨로 없어서.. 깽깽이로 뛰어가 간호사실에 전화를 했습니다..
주사액이 없다고...
곧 간호사 언니가 오더니 다른 주사액을 또 맞으랍니다.
이때부터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싫다고 했습니다.
내가 어디 탈이 난것도 아니고 밥도 먹는데 왜 주사를 계속 맞냐고...
내일 수술할때 맞겠다고 했습니다.
언니가 '내일은 꼭 맞으셔야 해요..' 하더니 주사를 걷어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따만한 바늘은 내 손등에 꼽혀 있고 여전히 아팠습니다..
그렇게 밤을 지새우고... 새벽 6시가 넘으니 간호사 언니가 들어와 또 주사를 맞으랍니다.
그래서 일단 수술 시간을 물어봤습니다.( 아마 이때부터 슬슬 제정신이 들어온것 같습니다.)
허걱... 저녁 5시랍니다.
여기서 폭발 했습니다.
굶어야 한다고 해서 굶고 입원까지 했는데 간단한 수술이라면서 전날 아침 11시에 온 사람을 다음날
저녁 5시에 수술 해주는 법이 어디있냐고 .. 입원할때 의사 선생님이 오전에 금방 끝난다고 했다고 했더니
오늘 의사 선생님이 바쁘답니다...
헐.. 그럼 진작 얘기해 주면 다른 병원 가지 않았냐고.. 발가락 뿌러진 사람 입원시키고 의학 지식이 전혀 없는
내가 보기에도 별 상관없는 검사나 시키고 주사나 맞게하고...정작 내 발가락은 한번도 살펴보지 않았냐고 했더니 의사 선생님이 바쁘시답니다.
그러면서 뭔 초음파 검사를 또 하랍니다.
이쯤 되니 여기서 그냥 있다가는 크리스마스를 병원에서 보내야 할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날은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
일단 간호사를 보내고 남편이 정형외과 의사인 친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아직 출근전이라 남편 친구(나의 절친이 우리 남편 절친과 결혼함,, 남편 친구도 되고 친구남편도 됨) 와 통화를 했습니다.
친구 남편은 그간의 나의 얘기를 듣더니 왜 그 병원에 가있냐고.. X-ray찍은거 받아서 빨리 병원으로 오라 했습니다.
친구 남편과 전화를 끊은 후 친구가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친구 : "우리 남편이 개탄을 하고 출근했어.. 아직도 지식인이 병원에서 하라는대로 다 검사를 받는다고.., 빨리 병원으로 오래
아마 안보내려고 할꺼래.. 그래도 꼭 수술하지 말고 오래"
나 : "어마 , 얘 병원에서 환자는 약자야.. 의사가 하라는 대로 하지 내가 뭔 능력으로 판단을 하냐..."
어쨌든 알았다고 하고 전화는 끊었지만 다시 병원을 옮기는 것은 엄두도 나지 않고 무엇보다도 귀찮았습니다.
다른 병원으로 간다고 하면 혹시 수술 시간을 조금 당겨주지 않을까 해서 간호사 언니를 다시 호출해서 다른 병원으로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쿨하게 검사한 자료 다 챙겨주고 퇴원 수속을 해주더군요....
200만원 정도 나온다던 병원비는 수술을 안해서 그런지 35만원 정도 나오더군요..
음. 생각보다 비싸지는 않군... 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병원에서 퇴원한 나는 친구 남편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어제 들은것은 있어서 수술 못 할까봐 물한모금 안마시고...
그러다가 문득 생각났습니다.
어제 입원전에 보증금이라고 45만원 계산했던 사실을요....
결국 치료 한번 못받고 엄한 검사만 하고 하루사이에 80만원이 날아갔습니다.
친구 남편 병원에 도착하니 친구 남편이 목발부터 뺐더군요.. 살살 걷는게 낫지 현재 제 상태에서는 목발이 필요 없다네요.
나중에 어깨랑 팔만 더 아프다고..
친구 남편은 간호사 언니가 챙겨준 내 검사 기록을 보더니 난리가 났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검사를 했냐고..
나 : "ㅜㅜ 입원 해야 한다고 입원전 검사라는 데 내가 어찌 싫다고 해요... 그래도 아침에 주사랑 초음파 검사는 거부했어요"
우리 남편 : "그래서 얘가 아주 바보는 아니라 아침에 제 정신 차리고 왔잖아.. 다행이지... "
친구 남편은 X-ray만 다시 찍어서 보더니 반창고로 새끼 발가락과 넷째 발가락은 묶어서 고정시켜주고 기브스를 한 후 집에 가라 합니다.
나 : "수술 안해요?"
친구 남편 : "여기는 수술하면 더 위험해요.. 워낙 뼈가 작아서 심을 박을수도 없어요.. 무리해서 심을 박으면 다른 신경을
다쳐서 나중에 후유증이 심해요"
우리 : "그럼 그 병원은 뭐여?"
친구 남편 : "그러니까 요즘 그런 병원이 많아져서 큰일이야.. 무조건 필요없는 검사와 수술부터 하려고 해, 환자 상태를 봐야 하는데..
내가 이 돈 벌려면 환자를 몇십명을 봐야 해요.. 그런데 아무리 돈이 좋지만 그런 방법은 아닌것 같아"
우리 남편 : "앞으로 우리는 제주도에서 놀다 다쳐도 무조건 이 병원으로 온다"
친구 남편은 붕대랑 반창고를 이따만큼 챙겨주면서 한달동안 조심하면 된답니다.. 잘 붙는 부위니까 너무 걱정말라고.. 안아파지면 뼈가 붙어 가는거라고...
( 치료비도 받지 않았어요... 뜯기고 온 내가 불쌍했나봐요...)
작년 크리스마스 전전날 이 난리를 치고 생고생을 했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출근도 하고 있습니다.
몸이 나아가니 참 많은 생각이 듭니다.
신해철님 사건도 그렇고... 제가 이런일을 당하고 보니 주위에 저처럼 병원갔다가 엄하게 당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더군요.
대한 민국에서 목숨과 건강을 온전히 지키려면 최소한의 의학 상식은 있어야 하나봐요...
집안에 의사와 판, 검사는 꼭 한명씩 있어야 한다는 말도 이해가 가구요..
다른 친구가 이런말도 하더라구요.. 병원에서 수술하라고 하면 최소한 4군데 이상은 다른 병원 가서 진단 받아보라고...
이 나이에 병원가서 속지 않기 위해 의학 공부는 할수 없고..
다시는 병원에 갈 일이 없기를 빌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