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 신춘문예 대상(大賞)작 저작권싸움이 볼만 하겠다.


  다소 둔탁해 보이기도 하고 매끄럽지 않은 문장이 몇 군데 눈에 뜨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이 일목요연하고 막힘없이 써 내려갔다.

  나관중의 삼국지 전권을 능가하는 산더미 같은 분량의 원고이지만 한 번 책을 잡으면 책을 놓을 수가 없다.

  다 읽기 전에는 배고픔도 모르고, 잠도 달아나고, 뒷간에 앉아 똥구멍으로 가래떡을 뽑아내면서도 눈동자는 책장을 더듬고 있다.


  중원천하를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에 이어 사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뿔 달린 말이라고 하면서 애써 천하통일을 이룬 진나라를 덜 떨어진 시황의 둘째아들 대에서 말아먹게 한 불알 발라낸 내시 <조고>로부터 시작하여, 한나라 400년 사직의 마지막 황제 헌제 때 활짝 꽃을 피운 12상시들의 눈부신 활약상을 삼국지보다도 더 박진감 넘치고 상세하게 묘사하여 <문고리상시의 난>이라는 제목으로 논픽션소설을 써서 펴낼 예정이었다.

  조 뭐 비서관과 박 모 경정이 푸른 기와집 지붕 밑에서 근무할 때 자기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느라 그런 방면의 여러 사람들과 은밀하게 접촉하면서 보고 들은 대로 쓴 60% 이상이 실화에 가까운 논픽션소설로 조-박의 공동 저작이다.

  교정을 본 다음에 책 표지만 붙이고 인쇄하여 서점에 내 내놓았으면 당장에 <베스트셀러>넘어 대한민국 역사상 전무후무할 공전의 히트를 쳤을 논픽션 소설이었다.


  아뿔싸!

  그런데 원작자 조 아무개와 박 모가 원고를 최종 마무리 지어 책으로 펴내기 직전에 푸른 기와집에 뭐가 밉보였는지 울타리 밖으로 쫓겨나는 바람에 그 미완성원고를 몽땅 챙겨갖고 나오지를 못하고 일부만 갖고나와 간수를 잘못하는 바람에 원고의 일부가 그만 시중으로 새어나갔고 그게 어떤 신문에 대서특필되고 말았다.


  이미 빠져나간 원고의 일부가 신문지면에 대서특필되고서야 뒤늦게 눈치를 챈 박아무개는 그 실화에 가까운 원고를 서둘러서 실화가 아닌 시중에 떠도는 유언비어를 주워 모은 <찌라시>로 못을 박아 버렸고, 눈치 빠른 검찰은 얼른 그 원고를 빼돌린 두 사람을 엮어 넣어 발목에 족쇄를 채우고 입에 테이프를 붙이고 붓을 뺏어 버리려 했으나 법원에 의해 그게 퇴짜를 맞자, 이번에는 유출된 원고에서 일부 뼈를 발라내고 살을 덧붙여 <찌라시>가 아닌 <푸른 기와집 공공기록물>이라고 우격다짐으로 우겨대면서 <논픽션>이 아닌 <픽션>이라고 부연설명을 곁들여 언론에 줄거리를 공표하고 책을 펴내고 말았다.


  그런데 하도 서두르다 보니 검찰이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소설의 줄거리가 <찌라시>라면 세간에 헛소문으로 떠도는 유언비어로 <픽션>에 가깝고 그런 똥 닦는 휴지로나 쓸 픽션 초안을 끼적인 종이를 들고 나온 것은 범죄가 성립되지 않으므로 박아무개의 <찌라시>라는 정의에 반하는 <공공기록물>로 정의하는 우를 범했고, 공공기록물이면 사실에 바탕을 둔 얘기일 것임으로 <논픽션>에 가까울 터인데 검찰은 그 부분에서는 실화가 아닌 소설로 규정하며 <픽션>으로 정의하고 앞/뒤가 맞지 않은 어색한 이유를 들이대며 모든 것이 조-박 두 사람이 꾸며낸 픽션으로 결론짓고 그대로 발표하고 말았다.

  여기까지가 전반전이다.

  그런데 꼭 검찰의 실수라기보다는, 검찰로서도 모든 내막을 다 알고서도 그런 앞/뒤가 맞지 않는 우를 스스로 저질러야 하는 말 못할 사정과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이제 픽션이 되었건 논픽션이 되었건 소설보다도 더 흥미진진한 후반전이 성미 급한 독자들의 조급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제 이게 픽션인지 논픽션인지와, 저작권이 조-박 두 사람에게 있는지 아니면 검찰에게 있는지는 법원의 판단 결과에 달려 있다.

  이미 조-박 두 사람은 저작권까지 빼앗기고 법원의 판단여하에 따라서는 자유롭지도 못한 몸이 될 처지에 놓여 있어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지만, 검찰로서는 법원이 ‘논픽션’이 맞고 저작권이 조-박 두 사람에게 있다고 판결을 하는 날에는 검찰로서는 저작권을 빼앗기는 것을 넘어 그 존립자체를 위협받는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다.

  검찰의 똥끝이 타 들어갈 것이다.


  나 같은 무지렁이가 저런데 관심을 가져봐야 뭣하나?

  그저 실성한 무당이 새파랗게 날이 선 작둣날 위에서 엉덩이춤을 추는 굿 구경이나 하며 굿판 옆을 기웃거리다가 떡고물 하나라도 튀어 나오면 그거나 얼른 집어 입 속에 우므려 넣으면 그만이다.


  지금 조-박 말고 또 어떤 사람이 뒤편을 집필하려고 한다는 소문이다.

  그 논픽션은 “꿀맛 같은 일곱 시간의 용궁 여행”이라는 가제목으로 우선 정했다고 한다.

  이래저래 올 봄은 저작권싸움으로 꽃이 피는 것도 모른 체 지나고, 비지땀 흘리는 여름을 맞이해야 할 것 같다.


  아- 세상은 요지경!

  이상야릇한 눈웃음을 지으며 엉덩이 위와 아래가 비틀비틀하며 따로 노는 신신애의 노래나 한 번 들어봤으면 좋겠다.

  어쩌면 저 노랫말이 오늘을 미리 내다본 선견지명의 얘기였는지도 모르겠다.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아닌 것이 없구나!


  이래저래 세상은 요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