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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종종 그리운 전남친의 미국인부모님

ㅇㅇ 조회수 : 5,751
작성일 : 2015-01-07 00:32:48
대학 다닐 때 한국에서 미국으로 아기 때 입양된 남친과 3년 정도 교제했었어요. 남친 백인 부모님이 방학 때 마다 한달 정도 초대하셨고 (저는 게스트룸 썼음) 절 친딸처럼 아끼셨어요. 어른이니까 공손하게 대하지만 큰 격식은 안따지셨고요. 그 집에서 있었던 추억 생각하니 그 친구와 결혼까지 무조건 골인했어야했는데 제가 한국이 그리워 여기서 자리잡는 바람에..자연스럽게 멀어져 상황이 그렇게 되서 헤어졌었죠.

그 때 기억은 이래요

1. 우리 ㅇㅇ(내 이름)눈동자가 마치 별같다고 입에 달고 사셨음. 칭찬을 굉장히 창의적인 표현으로 매일 다르게 해주심.

2. 일주일에 한 권 씩 영문 소설을 사주시고 미드 dvd세트같은걸 자주 선물해주심. 옷선물도 엄청 해주셔서 아직까지 입고다니는 옷도 많음.,

3.통 큰 비행기표 선물. 항상 초대할 때는 비행기표 결제해주시고 심지어 우리 부모님도 초대하고 싶으시다셔서 워워했음

4. 집안일 ㅡ 나한테 절대 안시킴. 부모님이 일주일한번 집안 청소기로 미는게 집안일 끝. 빨래는 다 건조기에서 말림. 애초에 설거지할게 없음. 개인 일회용 접시 1개씩 주고 식사끝나면 다 버림. 엄청나게 큰 12인용 다이닝룸도 있긴 했는데 한번도 안썼고 아일랜드 식탁에서 해결. 식사준비에 열 안올림.유기농 샐러드 파는 레스토랑에서 투고하거나 거기서 해결. 유기농 따지면서 식사 때 마다 소다음료 곁들임.

5. 대화 중 가장 많이 하는 말 "너는 어떻게 생각해?" "네 의견이 듣고싶다" "오 그거 좋은 아이디어다" 자식말을 친구처럼 경청하는 자세.

6. 연예인 외모에 대해서 "나는 저사람 외모 성형때문에 이상해보인다"했더니 저 사람 커리어를 봐야지. 절대 외모같은 걸로 쉽게 가십하면안된다 강조하심.

7. 한국식으로 컵같은 것 두손 받치고 드리면 토끼눈뜨시며 엄청 좋아하심. 작은 거 하나라도 지나가는 길에 생각나서 샀다하면 너같은 애는 없을거다 발동동 할리우드액션 취하면서 엄청 좋아하심.내가 써드린 손편지에 눈물 똑 흘리며 진심 감사해하심.

8. 남친 아버님의 어머니가 옆동네 사시는데 남친네랑 그렇게 자주 만나지는 않으심. 사이는 좋은데 너는 너 나는 나 이런 관계였음. 남친 할머니 스포츠카타고 마트에 혼자 장보러 다니셨음.

8. 플로리다라 늪지대가 많았는데, 하루는 남친어머님이 조깅한다는 집 뒤 공원 이라기 보단 숲에 가까웠던 곳(사람은 아무도 없음)을 따라갔는데 연못 큰게 보이길래 저기서 악어나오는 거 아니냐 농담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다하심. 그럼 악어나오면 어떡하냐 하니 도망가야지? 하심. ;;; 하루는 거실에서 뒷뜰로 나가려하는데 냄비를 막 부엌안 창문쪽에서 치고 계심. 뭐하고 있냐니 태연히 곰 쫒고 있으니 이따가 나가라고 말씀하심.

9.아버님에 대한 기억은 어머님이 뭐하자하면 이래도 좋다 저래도 좋다셨음. 자식이나 부모보다는 두 분이 서로를 애지중지하며 사는 부부중심 라이프인 것 같았음.

10. 전남친이 발렌틴인이라고 날 위해 이벤트하는데 플랜카드를 부모님이 들어주고 계시고 전남친이 인형탈쓰고 있었음;;

11.자기 아들 요리 잘하는걸 자랑스러워하시며 전남친더러 새로운 메뉴 만들어서 여친에게 대접하라고 강권함; 생각해보니 외식 음식 지겨워서 아들 시키신듯

12. 전남친 여동생이 동양 문화에 심취해 있음. 유기칠?한 검은 젖가락 두 세트랑 김말이 가져온거 써먹을 데도 없고해서 그냥 두고 한국 갔는데 그걸 자기방 진열장에 중국어 책이랑 같이 펼쳐 놓았음
IP : 1.238.xxx.9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ㅎㅎ
    '15.1.7 12:35 AM (180.70.xxx.150)

    저도 플로리다주에 산적 있는데 한번 허리케인이 크게 와서(자주 크게 오지만 저 살던 데는 자주 오지 않던 곳이었음) 물이 넘쳐서 진짜 동네에 악어가 나온적이 있어서 식겁했었네요. 동네에 다람쥐, 개구리, 작은 도마뱀은 뭐 일상으로 돌아다니고. 미국은 분리수거를 강제적으로 하질 않으니 1회용품 사용이 자유롭죠. 저도 설거지 귀찮을 때는 그냥 1회용 그릇, 포크, 나무젓가락 사다놓은걸로 지낸 적도 있었어요 ㅋㅋ

  • 2.
    '15.1.7 12:36 AM (114.203.xxx.232)

    이런 과거를 나열하는
    ㅇㅇ님은 별로 매력 없음

  • 3. ..
    '15.1.7 12:38 AM (119.66.xxx.17)

    정말 좋은 분들이셨네요. 정말 아깝네요.. ㅠㅠ

    하지만 또 좋은 인연이 닿으리라 생각해요.

  • 4. 연애와
    '15.1.7 12:39 AM (94.195.xxx.71)

    결혼은 달라요...

    재미교포와 결혼한 지인얘기 들어보니 같이 살았을때 느끼는 문화적 차이가 상당히 크더라구요
    특히 한국에서 성정과정을 다 보낸 분들은요...
    그것도 외국인이라면 더 크죠...

    연애는 원래 달콤하잖아요 현실은 결혼이구요.

  • 5. 건너 마을 아줌마
    '15.1.7 12:39 AM (222.109.xxx.163)

    집 주소 기억하시죠?
    뉴이어 카드 한장 보내세요...
    사람 인연은 또 모르는 거라구~ ^^

  • 6. new
    '15.1.7 12:41 AM (14.42.xxx.164)

    저장해요
    읽기만해도 좋아서

  • 7. ..
    '15.1.7 12:43 AM (116.37.xxx.18)

    이런 훌륭하신 부모님 밑에서 성장한
    전 남친도 성품이 좋았을 것인데
    이별이 아쉽네요
    재회는 기대할 수 없나요??
    그리울 것 같아요

  • 8. ...
    '15.1.7 12:44 AM (121.130.xxx.223)

    태연히 곰을 쫓으시다니ㅎㅎㅎ 정말 좋은분들이셨네요. 미국사람들 다 친절하지만 정있는 사람은 찾기힘든데ㅎㅎ

  • 9. ,,
    '15.1.7 1:22 AM (211.200.xxx.174)

    저장해요~

  • 10. 94.195...님
    '15.1.7 1:45 AM (76.113.xxx.172) - 삭제된댓글

    원글님의 전남친은 재미교포가 아니라
    백인 양부모 밑에서 자란 외모만 한국인인 미국인입니다.
    재미교포 부모들은 한국인들보다 더 보수적이고 국수적이지만
    백인 부모는 그냥 백인 부모입니다.

  • 11. 76님
    '15.1.7 2:03 AM (94.195.xxx.71)

    저도 유럽쪽 남자친구 사귀고 있어요
    전 어릴적 살다왔는데도 문화적 차이 느끼고 있구요
    그래도 아직은 연애니 괜찮아요

    하물며 같은 문화권에서 자라다가 미국에서 산 남자와도
    결혼이 쉽지 않은데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녀가 결혼해서 같이 산다는건
    동일한 문화권의 남녀들보다 훨씬 어렵고 이해가 많이 필요한거예요

    지금 전 연애만 하고 있는데도 서로의 차이에 대해서 얘기하고
    문화적 차이에 대해 많이 의논하고 그래요

    결혼은 현실이예요...

    그래도 원글님이 말씀하신 전남자친구분의 부모님이나 전남자친구분들은
    글 속에서만 보면 굉장히 좋은 분이신거 같아요
    글만봐도 따뜻해져요 ^^

  • 12. hanna1
    '15.1.7 6:34 AM (173.32.xxx.47)

    ㄴ왜요..헤어졌어도 기억해줘서 연하장보내면
    너무 좋아하시죠

    기억해서 보낸 성의에 감격하실듯
    원굴님
    과거 추억이 생각난다며 그때.넘 잘해주셔서 잊지않ㄱㅎ있다 행복한 기억이다며 해피뉴이어라 보내세요 ㅎ
    그럼 영원히 기억하실둣
    좋은.사람들과 좋은 기억을 공유하는거 좋은일인듯싶어요ㅋ

  • 13. ...
    '15.1.7 8:20 AM (119.71.xxx.172)

    너무 재밌고 행복하게 하는 글이라 입가에 웃음
    가득 머금고 읽었어요.행복해 지네요.
    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사랑많이 주며 늙고?싶다.^^

  • 14. 민들레 하나
    '15.1.7 8:43 AM (118.219.xxx.246)

    전해 듣기만해도 좋네요~~^^

  • 15.
    '15.1.7 10:43 AM (210.10.xxx.33)

    좋으신 분들이었네요. 그리고 8번에서 곰 쫒는 장면 상상하다 빵 터졌어요.

  • 16. ㆍㆍ
    '17.7.18 3:48 AM (122.35.xxx.170)

    글로만 읽어도 맘이 따뜻해지네요.
    결혼하면 좋을 것 같은데, 헤어지셨다니 제가 다 아쉽네요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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