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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부모님이 창피해요

나쁜년 조회수 : 7,395
작성일 : 2015-01-05 07:00:27
어제 올라온 글 중에 남탓만 하는 남편 글이 있었는데


정말 비슷한 성격의 소유자가 아버지세요. 창피해요.





초등학교 2학년때 나름 서툰 손으로 국수 끓여서 찬물로 헹구고 냉장고 안에 있던 멸치육수 붓고 국수 말아서 저 오빠 아빠 이렇게 먹은적이 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리 어린 여자애가 부엌에 의자 갖다놓고 가스 쓰는데 위험하다고 말렸어야지 어머니 부리듯 부리며 좀 더 잘해봐라 왜 이리 못하냐 왜 이리 굼뜨냐 이런 추임새 넣었던 아버지. 전 생전 처음 하는 일이었으니 얼마나 서툴었겠어요. 물론 국수는 퉁퉁 불었고 엄마가 해주던 그 맛좋은 맛이 안나왔어요. 그래도 아이고 우리딸이 해주니 참 좋다. 고맙다. 할수 있는것 아닌가요? 그때 아버지는 무슨 국수가 이렇게 탱탱 불어서 못쓰겠다며 먹는 내내 그 소리했어요. 전 국수먹다 서러워서 눈물이 뚝뚝 흘렀는데 국수하나 못끓이는게 재수없다며 식탁위에 국수를 엎어버리고 그 상황이 전 더 서러워서 안우는 척하면서 눈물나는거 계속 손으로 닦으며 안우는척했던 기억이 아직도 나요....





맏딸은 살림밑천이라며 늘 응원해줬어요;; 순진한 저는 아 내가 열심히 살아서 아빠 호강시켜드려야지...하고 고등학교때까지 큰것같아요. 지금보면 맏딸 살림밑천이라는 소리 너무 무시무시한 소리 아닌가요? 자기가정의 살림은 자기가 꾸려야지 왜 약자한테 살림밑천을 대라는지.





이렇게만 보면 정말 나쁜 사람같지만 좋은 행동을 할때는.. 열심히 좋아보이게 노력했던것 같아요.


가령 주말마다 가족이 등산하는 모습이 화목해보이니까 토요일에 칼부림을 해놓고 얼굴 퉁퉁 불어있는 오빠와 저를 데리고 엄마랑 자동차에 억지로 태워서는 등산을 가요;; 지금 생각하면 코메디인데 그때는 너무너무 끔찍한 악몽이었어요.





고등학교땐 하루는 아침에 소리소리 지르고 아버지와 싸우고 난 후 11시 넘어 야자가 끝나 교문앞으로 가서 엄마 차를 기다렸어요. 엄마가 늘 태우러 오셨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삐삐도 울리지않고 비는 내리기 시작하고..엄마는 안오고.... 집에 전화해도 받지도 않고. 결국 친구들 다 집에가고 한밤까지 한시간을 기다렸다가 안되어서 그냥 비맞고 집에 갔어요. 세정거장 정도 되는 거리라 못 걸어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밤이고 비도오고 여고생이라 무서웠네요. 집에가니 현관 밖에서 열쇠로 못열게 안에서 잠궈놓은거 있잖아요. 아버지가 그걸 잠궈두고 가족들 다 자고 있었어요..... 벨을 누르고 또 누르고 울고 두드리니까 오빠가 문을 열어주어서 들어가 잤는데 부모님은 끝끝내 나오지 않고 계속 주무셨어요.





여튼 이런 헤프닝 에피소드가 너무너무 많아요.


집에 들어가지 않고 본가에 연락도 하지않아요 지금은.


제가 벌어 제가 공부하고 스스로 벌면서 공부해보신 분들 알겠지만


얼마나 고생이고 살면서 돈이 없을때 아프기라도 하면 큰일이잖아요.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몰라요...








이제 서른 중반이 되었고 아버지 미운 마음에 남자친구 사귀는것도 쉽지가 않았어요.


미친여자처럼 연애하고 미친년 꽃달고 진상부리고


저도 제가 이런 여자인줄 꿈에도 몰랐네요. 연애를 하니까 나왔네요.


여튼 20대랑 30초반엔 이렇게 연애하다가


지금 정말 마음이 따스하고 나눌줄 아는 남자를 처음으로 만났어요.


많이 벌지는 못해도 성실하고 꾸준하고 무엇보다 소탈한 부모님 밑에서 얌전히 잘 큰 남자같아요.


이 남자친구가 다른 남자들과는 다르게 자기 소박하게 사는 모습 보여주고


김치찌개 끓여서 집밥해주며 날 불쌍하다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했을때 너무너무 고맙지만 한편으로는 무서워서 엉엉 울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사랑받고 자란 남자가 내 초라한 모습을 알면 실망할까봐 계속 진취적인 모습만 보여주고 (어릴때부터 제가 벌어 살아서 이런저런 경험이나 한국대학은 혼자 벌어 공부하는게 안되니까 외국가서 오만고생해서 졸업하고 돈없으니 순전히 돈때문에 대회 수상해서 인턴을 시작했다거나 지금도 뭐..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처럼 살고는 있으니까요)





아무튼 그러다가 부모님 인사를 가게 됐네요.


몇년만에 처음으로 고향가는 ktx를 타고 살던 동네 근처 식당에서 부모님을 만났는데.....





우린 저녁만 먹고 다시 서울로 올라와서 전 다음날 아침부터 수업이 있고 남친도 일찍 출근해야하는데...


맥주한잔만.. 이라면서 맥주가 떨어지면 또 한병 시키고 또 한병 시키고.. 이렇게 7병을 시켰네요. 맥주만 마셔도 배부르겠다고 그만 좀 시키라니까 어른 하는 행동에 네. 해야지 말이 많다고 하네요





이런 자리에서 피해야할 대화가 정치얘기, 종교얘기, 집안자랑이라면서요. 우리 부모님은 몇년만에 만난 딸과 그 딸이 데려온 남친을 두고 이 세가지를 다 하셨어요. 남친은 무교인데 계속해서 성가정을 이루어야한다고....ㅜ 그리고 부모님은 경상도 분이시라 현직 대통령에 대한 믿음이 각별한것까지는 그래 뭐 어른이니까. 나랑 다른 환경의 다른 세대니까. 다른 사람이니까 그럴수 있어요. 그런데 그 얘기를 대놓고 하면서 서울사람인 남친의 의향을 떠보고...


또 사촌오빠들이 잘나가는것과 제가 고생하는것의 상관관계가 없잖아요? 고모아들 두명이 의사라고 한명은 무슨 병원의 뭐고 나머지한명은 어디 잘나가는 무슨과 의사고...이런 얘기만 한시간을 넘게했어요...


또 남친이 아버지가 얼마전에 돌아가셨는데 아오..이런 얘기는 안하거나 하더라도 짧게 위로해주고 말면되는데.. 대화가 끊겼다 싶으면 암환자 얘기, 돌아가신 아버지 얘기, 무슨 자꾸 아픈 얘기만 계속 꺼내요.....














나한테 왜 이래요....


왜 내 부모는 나를 딸로 보지 않고


살림밑천이 밑천 안대주고 자기 인생만 챙기는 악랄한 년으로만 보고

나 구박했을때 처럼이나 남친을 그리 대하는거....








난 내 부모가 쪽팔려요.ㅜㅜ






IP : 219.248.xxx.135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허걱
    '15.1.5 7:05 AM (88.74.xxx.185)

    제목보고 사람이 그럼 쓰나 라고 생각하고 들어왔다가 할말이 없어지네요.속상하시겠어요.
    그 분들 바꿀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최대한 안 보는 편이 가장 좋을 듯.

  • 2. ..
    '15.1.5 7:11 AM (68.110.xxx.222)

    안쓰러운 원글님 제가 토닥 토닥 해드릴게요. 이젠 그냥 담담하게 아버지 바라보시고, 할 도리만 최소로 하고 사세요. 아버지는 안변해요. 이제 자신은 스스로 아끼고 귀하게 여기시고, 남은 인생 보란듯이 더 행복하게 사세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나 화를 풀고 결혼하시면 더 좋을텐데요. 왜냐하면 내가 부모가 되었을때 자신도 모르게 부모의 모습이 똑같이 나올 수 있어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중에 원글님같은 원망과 고민을 상담한 케이스가 많은데 꼭 들어보시라고 권해드려요. 저는 남편과의 관계회복에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 3. 원글
    '15.1.5 7:12 AM (1.217.xxx.54)

    휴대폰이라 수정을 누르니 원글이 안나와서 수정을 못하겠어요. 부모님 인사간 후로 명절에도 집에 가지않고 서울에 혼자 있고 또 다른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은 부모님이 반찬도 보내주고 가끔 찾아오기도한다는데 저희 부모님은 전혀 그런게 없고 제가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지 관심도 없어서 서울 어느 동네에 사는지도 모르고 고시원사는지 원룸사는지 아파트에 사는지도 관심이 없어서 인사드릴때 다 탄로났어요... 그래서 남친에게 이실직고를 하고 너무 미안해서 펑펑 울면서 헤어지자 한적이 있어요. 정말 전 남친처럼 사랑받고 자라서 꼬이지도 않고 조용조용 사랑주는 사람 처음봐서 내가 있을 자리 아니라 생각했거든요.
    착한 남친은 아직 절 떠나지 않았지만....
    정말 어쩌나요. 혹 결혼식이라도 하면 이런 부모 어쩌나요. 생각같아서는 고등학교때부터 단짝 친구의 부모님께 부탁 드려서 제 결혼식에 모시고 싶어요.... 내가 이리 큰걸 알면 남친 어머니는 얼마나 내가 미울까요. 그 사람이랑 그 가족들께 민폐될까봐 이도저도 못하고 남친이 잡아준 손목만 보고 있네요. 아 진짜

  • 4. 힘내세요
    '15.1.5 7:26 AM (122.40.xxx.75)

    대구 경북쪽 아닌가요? 그 동네는 우리 부모세대에선 딸낳으면 죄인되고 딸은 공부 덜시키고 남자형제 뒷바라지나 하길 바라더라구요. 정치색이나 가부장적인 풍습이나 요샛말로 핵노답!! 남친과 그 부모께 잘하세요. 그럼 화목하실거예요. 힘내세요~^^

  • 5. 원글
    '15.1.5 7:35 AM (1.217.xxx.54)

    따듯한 말한마디 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즉문즉설 저도 평소에 종종 봐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오빠가 잘났냐면 오빤 정말 공부 못했거든요. 당시 고입 연합고사라고 있었는데 여기 떨어져서 2차 고등학교 다닐정도 였으니까. 또 여동생이 있는데... 오빠와 여동생에게 하는 행동은 저에게 보여주는것과 아주아주 달라요. 왜죠? 부모자식간 궁합이 안맞다. 내가 타고난 복이 부모복이 원래 없다. 이런 답답한 소리만이 제 의문사항에 답해주네요..

  • 6.
    '15.1.5 7:46 AM (119.66.xxx.17)

    님 앞으로 냉정해지셔야할듯.
    집에는 거리좀 두고요.

    착한 남친이라 할지라도 앞으로
    어찌될지 그 남자가 지쳐서 나가떨어질지
    자신없어서 헤어지자고 할지 모르잖아요.
    다른 남자를 만난다해도 이해해줄수 있는
    사람 많지 않고요.

    꿋꿋하게 잘 버티셨어요. 좋은 남친이면
    꼭 잡으시고요.설령 인연이 아니라 해도
    그깟 남자..하고 마음을 크게 먹으세요.
    잘 되시길 ~~

  • 7. 위로
    '15.1.5 8:01 AM (222.96.xxx.8)

    아침에 님의 글을 일고 마음이 아프네요...지나칠수 없어 댓글 답니다...

    저도 이해 안가는 이상한 부모를 둔 사람이라 님의 심정이 아프게 이해가 갑니다 남편과 결혼할때 울면서 내가 가진 환경을 고백했던 기억이 나네요...

    벗어나세요 물론 천륜이니 완벽하게 벗어나긴 힘들지만 최대한 멀리 벗어나세요..이제 부모는 부모고 내인생은 내가 만들어가야할 내인생이니까요...
    따뜻한 사람 만나셨다니 같이 손잡고 용기내서 새로운 인생 만드세요 과거는 잊을수 없는 일이지만 그게 발목을 잡는건 너무 억울하고 속상하잖아요...
    독해지세요...부모도 형제도 눈걈고 살아갈수 있도록...
    좋은부모 못만난한 좋은부모 되는걸로 갚으시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출발 하시길 진심으로 바래요...
    가까이 계시면 손잡아드리고 싶네요 ...힘내세요!!

  • 8. 행복한 집
    '15.1.5 8:02 AM (125.184.xxx.28)

    초등2학년이 국수를 멸치 육수내서 고사리 손으로
    만들어낸게 대견하네요.
    뜨거운 물에라도 델까봐 걱정스러워 하는게 부모인 어른의 마음인데

    아버지는 미성숙한 사람이라
    어른아이예요.

    아이인 딸을 동급으로 생각합니다.

    님 아버지 자주 안보고 살아도 패륜아 아닙니다.

    마음따뜻하고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한 가정이루세요.

  • 9.
    '15.1.5 8:07 AM (115.140.xxx.74)

    님글읽으며 울었어요ㅠ
    어린여자아이가 서툴게 국수삶아
    아빠 오빠 상차려줬다니ㅠ

    그시절 아버지들은 참 이기적인데다
    철도 없었어요.
    저 어릴적 길거리 부부풍경이
    무거운건 아내들게하고
    지들은 맨손으로 앞장서서 걸었어요.

    뭐가그리미워 학교에서 안온 딸내미
    의도적으로 문도 안열어줬대요.
    나중에 땅치고 후회할겁니다.

    앞으론 남친과 행복한가정꾸리시고
    아들, 딸 낳고 알콩달콩 사시길 기원합니다.

  • 10. 원글
    '15.1.5 8:10 AM (1.217.xxx.54)

    아 고맙습니다... 어머니처럼 언니처럼 어린여자애를 20년이 훌쩍지난 지금 칭찬해주시고 위로해주시니 정말 고마워요. 손잡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잊고 살았다가 결혼을 생각하니 어쩜 이리 까마득한 제 과거와 현재가 서러운지. 아침부터 우울한 소리해서 미안합니다. 그리고 정말 고마워요. 새벽에 비가왔는지 추적추적 젖은 길에 유독 추운 월요일 아침이네요. 오늘 하루도 따듯하게 입고 출근하셔요~~

  • 11.
    '15.1.5 8:15 AM (116.125.xxx.180)

    좋은 남자 만나신거 같네요
    잊고 행복해지세요

  • 12. 힘드셨겠어요..
    '15.1.5 8:32 AM (50.148.xxx.239)

    제 3자로서 그냥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할말만 해드릴께요.
    먼저..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애쓰지도 마시고 부모의 역할을 더이상 기대하지 마세요. 그러면 서운할 것도.. 쓸데없는 죄책감(효도에 대한 강박)도 없겠지요.
    경제적, 정서적으로 독립하셨으니.. 아버지께 종속될 이유도 없어요.
    가능하면 냉정하고 적당한 선을 유지하시고요..
    딸에게조차 인정못받는 그런 인성으로 평생을 살아온 아버지를 인간적으로 안되었다.. 하고 생각하심이..
    원글님이 행복할 일만 생각하세요.

  • 13. .....
    '15.1.5 8:32 AM (220.85.xxx.6)

    그래도...지금 사는데로 허구헌날 달려들어 돈 달라고 하지는 않는 한가지 미덕은 갖춘 부모라 다행이네요. ㅜㅜ

    상견례랑 결혼식이 문제인데.되도록 덜 우세스럽게 남친이랑 말 맞춰서 최소한으로 짧게 하고 남친 손 꼭 잡고 행복하게 사세요. 님 ..할 수 있어요. 아이 낳기전에 상담이라도 받아 응어리도 풀어내시고...
    응원함니다.

  • 14. ...
    '15.1.5 8:56 AM (183.98.xxx.47) - 삭제된댓글

    좋은 남자 만나신거 축하드리구요
    그 정도 아버지면 안보고 살아도 되요
    그냥 그런 사람인거예요
    운 나쁘게 나와 부모자식으로 만난거죠
    아버지인데 왜 어른인데 왜 그런 생각일랑 버리고
    미성숙한 인간이었구나 하세요
    힘든 과거는 덮고 앞으로의 삶에 집중하길 바래요
    토닥토닥

  • 15.
    '15.1.5 9:09 AM (93.82.xxx.26)

    남친 보호해 주세요. 부모 더이상 만나지 말고 연락도 마세요.
    결혼도 가능하면 조용히 하세요.
    저런 부모 인륜어쩌고 계속 접촉하면 님 인생 망가져요. 인연 끊으세요.

  • 16. .....
    '15.1.5 9:34 AM (110.8.xxx.118)

    그런 부모님이라면 당분간 절연하고 사시는 쪽이.... 세월이 더 많이 흘러 원글님 마음이 훨씬 평화로울 때, 그 때 왕래를 하더라도 하시지요.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닌 듯... 뭣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인륜이니 도리니, 일단 접어두시길~ 지금은 본인과 남자 친구의 행복과 미래에 올인하시길 바래요.

  • 17. ...
    '15.1.5 5:03 PM (116.123.xxx.237)

    부모님이나 오빠가 나아질리는 없어요
    그냥 두고 님 본인과 가정위해서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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