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80년대식 구라) 개뻥

개뻥 조회수 : 437
작성일 : 2015-01-01 20:00:24

개뻥(1)

버스가 달려와 승강장에 멈출 때마다 도로 위의 벚꽃 잎이 꽃 떼 바람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애벌레들이 알집을 깨쳐 나오듯, 버스 문은 사람들을 쏟아내곤 다시 꽃잎 바람을 일으키며 부산스레 내달린다.

누나의 도착 시간이 평소보다 꽤나 늦어졌다. 이런 저런 생각이 날리는 꽃잎에 두서없이 엉킨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별 일 없겠지 하면서도 한켠으로는 걱정스런 맘이 꼬물거린다.

이런 마음을 지위기 위해서 누나의 발걸음에 생각의 보폭을 맞춰본다.

 

'빵집에 들렸겠지. 내가 좋아하는 맘모스빵을 사려는데 오늘 따라 다 떨어진 게야. 망설이다가 다른 빵집에 들린 거겠지. 미련하게. 그냥 올 것이지.'

 

다보탑이 그려진 10원 주화를 공중전화에 끼워 넣고 다이얼을 돌려본다. 딸깍하는 돈 먹는 소리 대신 뚜뚜하는 답답한 소리가 들린다. 누나가 직장에서 출발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도착해도 벌써 도착해야 했는데 지루한 수학수업 시간만큼이나 늦어지는데도 누나의 말 꼬리 같은 머리카락은 보이질 않는다.

 

엊그제부터 다방 장미의 문도 닫혔다. 상을 당해서 당분간 휴업이라는 알림쪽지가 붙어 있었다. 누나의 도착이 평소보다 늦어지면 장미네에서 누나의 전화 또는 도착을 기다렸는데 오늘은 장미도 답답하다.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걱정과 짜증이 뒤섞인다.

아니, 걱정하는 것이 현실이 될 것 같은 생각에 짜증을 키워본다.

'오기만 해 봐라. 넌 죽었어.'

그리고는 다시 누나의 발걸음을 뒤밟아 본다.

 

내일 모레, 모레하고도 모레모레가 내 생일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잡채 만들어 주려고 시장에 들렸겠지. 당면도 사고, 시금치도 사고, 어묵도 사고, 사고, 사고.... 깎아주세요, 어쩌고저쩌고 하니 늦어질 수밖에....답답해, 빨리 오기나 할 것이지. 미련 곰퉁이...

 

한 시간이 넘었다.

부산스레 달려온 버스가 한 움큼의 사람을 쏟아낼 때마다 눈을 쫑긋거리며 누나를 골라보려 애쓰지만 석류알갱이처럼 새콤한 누나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이때까지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

 

누나가 여상을 졸업하고 취업하여 시내로 출퇴근을 하면서 누나를 마중 나가는 것은 나의 차지가 되었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까지는 30여분 거리가 되는데 오는 길에 나지막한 동산이 있고, 동산을 에도는 산모퉁이가 전봇대 두 마장거리가 된다. 문제는 요 산모퉁이에 귀신이 득실득실 하다는 것이다.

IP : 121.153.xxx.187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52409 중고등 특히 고3들 스마트폰 어떻게들 관리하시나요? 9 다들 2015/01/04 2,074
    452408 잔잔한 노래 믹스 mix Human 2015/01/04 345
    452407 남편한테 운전연수 받으니 속에 사리가 생기네요. 15 ㅠㅜ 2015/01/04 4,095
    452406 아침에보험문의에 대한 답글 너무 감사했습니다~~ 1 마나님 2015/01/04 536
    452405 거실 한 쪽으로 난방이 안돼요... 2 난방 2015/01/04 1,256
    452404 게임중독 중2 아이요 3 게임 2015/01/04 1,616
    452403 '지잡대'같은 말 추방해요.. 15 심플 2015/01/04 3,523
    452402 글을 읽고나서 눈물이 멈추질 않네요. ㅠ.ㅠ 2015/01/04 1,147
    452401 스위스에서 비싼거 말고 사 올만한 괜찮은 거 뭐 있을까요? 8 스위스 2015/01/04 2,129
    452400 어쩌라구요?? 4 그래서.. 2015/01/04 987
    452399 우리집 무시하는 남편 9 mm 2015/01/04 2,427
    452398 기초화장품 저렴한걸로 바꾸고 싶어서요 13 휴일 2015/01/04 5,793
    452397 저도 국제시장보면서 나는 의문점.. 13 ........ 2015/01/04 4,365
    452396 부모 자식 간에도 띠궁합이 있겠죠? 범띠부모인데요 9 곰돌이 2015/01/04 12,606
    452395 턱이 뾰족한 아이는 커서 턱선 발달하면 어찌 변하나요 4 2015/01/04 1,689
    452394 카톡 대화방 관련해서 질문이요! 3 카톡 2015/01/04 1,476
    452393 cjmall에 상품사진외에 결제하는곳이나 상품설명이 전혀 안보여.. 씨제이 2015/01/04 347
    452392 영화 국제시장을 보다가 의문점이 생겨서요 17 영화 2015/01/04 2,954
    452391 어머니가 본인친구한테 제 외모 평가하게 하는 이런일이 4 고향집 왔는.. 2015/01/04 1,439
    452390 중2딸 방학때 머리 염색해 주려는데요. 4 갈색 2015/01/04 915
    452389 여자 나이에 관한 고정관념 21 ... 2015/01/04 3,236
    452388 손주한테 젖물리는 시어머니 흔한가요? 35 화가난다 2015/01/04 7,376
    452387 영어작문하나 봐주십시요 고수님들 2 영어작문 2015/01/04 501
    452386 위아래라는 노래는 8 뭐지 2015/01/04 1,580
    452385 썰전에 김성주 고정됐으면 좋겠어요 20 구라짜증 2015/01/04 4,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