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4년 12월 24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475
작성일 : 2014-12-24 08:09:31

_:*:_:*:_:*:_:*:_:*:_:*:_:*:_:*:_:*:_:*:_:*:_:*:_:*:_:*:_:*:_:*:_:*:_:*:_:*:_:*:_:*:_:*:_:*:_

사람 넘치는 주말거리를 걷는데
웬소리가 있어 두리번거렸더니
저마다들 다 저 갈 길을 가고
저 할 말들을 하고 있었다
나는 괜히 무안해져 나도 갈 길을 가야지
서 너 발짝을 떼었다
다시 웬 우뢰와 같은 소리가 있어
이번에는 진짜 뭔가 있으려니
길 복판에 서 사방으로 눈을 돌렸다
아득히 다가오는 손 한 장이
그냥 궁해 보이길래 엉겁결에 마주잡고 말았다
그 손바닥에 힘이 주어지는가 싶더니만
아래 위로 흔들리며 반갑다 오랜만이다
아까부터 불렀는데 못 들었으냐고 한다
당황스러워지며 불쑥 한마디 튀어나와
내가 서 있는 거리는 청력을 잃어버렸고
나를 어떻게 불렀소
나를 어떻게 불렀소가 화면 위에 새겨졌다
광활한 정적이 왔던 길과 갈 길과
옆 길과 뒷 길과 사잇길과 그 길 위의
사람들과 건물들과 또 모든 것들 전부를
간 곳 없게 하였다 블랙홀같은 정적이
아가씨들 박자 맞춰 껌씹는 자국이
차차 물방울처럼 볼룩해지는가 어디론지 떨어지는가
딸랑하는 소음에 시선을 옮겼더니
허공에 뜬 구두 사이로 은색 창연한 동전이 누웠다
얼른 집어들고 성큼성큼 도망하듯 걸어갔다
어지간히 감각이 돌아와서
숨돌리고 꽉 쥐었던 손을 펼쳤는데
한 손에는 빛나는 한국은행 동전 하나가
한 손에는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한 이름 박힌
낯선 명함 한 장이 거기가 지네 집 안방이라도 되는 양
뻔뻔스럽게 자빠져 있었다.


                 - 한광인, ≪거리를 헤매이다≫ -

* 강원일보 1994년 신춘문예 시 당선작

_:*:_:*:_:*:_:*:_:*:_:*:_:*:_:*:_:*:_:*:_:*:_:*:_:*:_:*:_:*:_:*:_:*:_:*:_:*:_:*:_:*:_:*:_:*:_

 

 


 

2014년 12월 24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4/12/23/20141223-grim.jpg

2014년 12월 24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4/12/23/20141223-jangdori.jpg

2014년 12월 24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70509.html

 

 

말이 되게 만들어주마

 

 

 
―――――――――――――――――――――――――――――――――――――――――――――――――――――――――――――――――――――――――――――――――――――

”가난하다고 해서 꿈과 이상이 작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 영화 "서칭 포 슈가맨" 中 -

―――――――――――――――――――――――――――――――――――――――――――――――――――――――――――――――――――――――――――――――――――――

IP : 202.76.xxx.5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늘 감사드립니다.
    '14.12.24 9:30 AM (59.14.xxx.9)

    아침마다 처음 열어 보는 글이 세우실 님 글입니다.
    만평 볼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지만 이렇게 댓글을 남기는 것은 거의 드문 일이네요.
    많이 보든 안 보든, 사람들이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상관 않고
    묵묵히 날마다 이렇게 뉴스 올리시는 세우실 님 같은 분 때문에
    한 가닥 희망을 지우지 못하나 봅니다.

    마음이 스산한 요즈음 울컥해서 마음을 전해봅니다.
    우리 지치지 말자고!
    매일 아침 정성스런 마음으로 님의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시라고!.

  • 2. 한국지
    '14.12.24 9:35 AM (112.217.xxx.107)

    십장시가 활개치는 한국지...

  • 3. ..
    '14.12.24 10:48 AM (61.254.xxx.213)

    저도 늘 감사드려요~
    세우실님 성탄 잘 보내시구요.. 따뜻한 송년되세요~~~

  • 4. .....
    '14.12.24 10:53 AM (182.212.xxx.129)

    늘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 5. ...
    '14.12.24 2:18 PM (180.227.xxx.92)

    좋은 글 잘 보고 있어요
    감사드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6. 덜덜
    '14.12.24 11:10 PM (173.61.xxx.12)

    삼국지마저 울고가는 한국지.
    장도리 천재설이 다시한번 입증되네요.
    어디 장도리같은 용기있는 정치인 없나요? 단 한명이라도.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63217 일본여행가보면 영어대답해주실수있는분이 1명도 안보이더군요 17 여행 2015/07/14 2,333
463216 BCG 맞은 자국이 빨갛게 올라왔어요 1 중2아들 2015/07/14 638
463215 인천시의회, 주민세 4천500원→1만원 인상 조례 가결 9 참맛 2015/07/14 963
463214 이문세를 왜그렇게 비난하시는건가요? 126 좀오버 2015/07/14 35,343
463213 오랫만에 등산을 했는데 무릎이 삔 것처럼 아파요. 2 .. 2015/07/14 1,133
463212 시어머니 워터파크 수영복 어디서 살까요? 5 워터파크 2015/07/14 1,967
463211 싱크대 300만원을 들여 할 가치가 있을까요? 20 고민 2015/07/14 4,395
463210 개인필라테스강습 주2회 49만원 50분수업..적당한가요 3 필리테스 2015/07/14 2,897
463209 급~!!! 여행 1 정동진 2015/07/14 624
463208 날아가서 아쉬운 국내 최고 여행지 다시 써봐요. 27 여행자 2015/07/14 3,906
463207 직방으로 자취생활 시작ㅎ 엠디 2015/07/14 724
463206 어제 담보대출 사천만원 4 Abc 2015/07/14 1,573
463205 빨래 잘못해서 망했어요..도움절실ㅠㅠ 8 냐옹야옹 2015/07/14 1,731
463204 AN(에이엔)화장품 아시는분 계신가요?? 일산 2015/07/14 17,289
463203 전세4억으로 학군 좋은곳 추천해 주세요. 6 77 2015/07/14 3,286
463202 44살 직장맘인데 뒷굽11cm 가보시샌들 보기 좀 그럴까요? 20 출퇴근 10.. 2015/07/14 2,666
463201 해킹에서 아이폰은 자유로운 건가요? 3 .... 2015/07/14 1,308
463200 자세를 바르게 하는 방법이요 17 수엄마 2015/07/14 3,040
463199 건강해지고 싶어요,, 마음이..... 도와주세요,,,, 9 건강 2015/07/14 1,987
463198 개인병원의 임상병리사 월급은 2 얼마나 되나.. 2015/07/14 7,174
463197 밀집 모자 색상...? .... 2015/07/14 309
463196 턱관절 안좋은사람은 위내시경 힘드려나요? 2 ~~ 2015/07/14 1,302
463195 2억대출 딜레마 2 ... 2015/07/14 2,141
463194 뭔가 시작하는게 싫어요 ... 2015/07/14 655
463193 혹시 라*라* 침대 사용해보신 분 있으신가요? 3 침대 2015/07/14 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