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마지막회를 보다가
장그래와 안영이 장백기, 한석률이 모여 맥주 마시는 장면이 나왔어요.
나름 사연도 많았지만 그 안에서 끈끈해진 모습에 울컥해지면서
그런 관계.. 그리워졌어요.
나에게도 그런 관계를 만들어왔던 시간들이 있었지... 하면서요.
학창시절부터 지금껏 사귀었던 친구들, 육아에 치여 맞벌이하는 친구들은 시간에 치여,
많이 만나지도 못하고 살고
이제는 조금씩 달라지는 환경 속에 얘기들도 조심스럽고 하네요.
경제적 수준이 달라진 친구 사이에서는 여행 얘기며 쇼핑 얘기며 걸러서 해야 할거구요
공부 못하는 아이를 둔 엄마 앞에서는 아이들 자랑은 넣어 두어야 할 거구요.
모두가 이제는 철이 들어서 서로들 남에게 상처주지 않고 대화하며
어느덧 이렇게 기특하게 큰 우리들이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한때는 서로 성적가지고 질투하기도 하고 서로 예쁜 옷 보며 질투하기도 했던
어린 날들을 함께 보내곤 했으니까요.
그렇게 끈끈한 정을 쌓아왔으니 이제는 작은 일이 있어도 그냥 살짝 잊어줄 여유가 생기고 용서해 주겠지만요.
그러나 또 그러한 친구를 매일같이 만나다보면
그래서 또 속속들이 모든 걸 보고 들어야 한다면
어쩌면 또 질투하는 마음들이 자랄 수도 있고
상처 주는 말을 나도 모르게 하는 일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제 다시 그러한 시간이 올 일이 없어요.
너무 잦은 만남을 할 시간도 없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인간관계에 더 이롭다는 것도 알기 때문이지요.
너무나 많은 것을 알게 되었기에
이제 사람을 사귀는 일이 아주 쉽지는 않네요.
일을 하지 않으니 어느 모임에 속하지도 않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어째서인지 엄마들 모임도 없구요
모임을 갖게 되어도 시간이 지나면 모임이 흐지부지해지거나 아니면 누군가 이사를 가게 되면서
서서히 정리가 되어 가면서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요.
그렇지만 사회적 동물이라서인가 정을 나눌 누군가가 있으면 하는 바램이 늘 있어요.
끈끈해질 수 있는 아니면 담백해도 좋으니 새로운 만남을 기다리지만
종교활동도 안 하고 직장도 안 다니니
새로운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네요.
이주일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한 번쯤 만나서
좋은 식당 생기면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서로의 취향에 관해 대화도 나눌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
그게 지금 이 나이에는 무리한 바람인 건지요.
아이에 대한 대화 말고, 그냥 저 자신, 우리 각자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요.
책에 대한 정보도 함께 얻고 음악 얘기도 하고 외국어 공부도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은
사춘기 소녀스런 환타지인건가요. 이 나이에는..?
더이상 인간이라는 정서적 재산을 쌓을 수 없다는 게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날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