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4년 12월 22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706
작성일 : 2014-12-22 07:49:30

_:*:_:*:_:*:_:*:_:*:_:*:_:*:_:*:_:*:_:*:_:*:_:*:_:*:_:*:_:*:_:*:_:*:_:*:_:*:_:*:_:*:_:*:_:*:_

적송과 잡목이 어울려, 몇 겹의 산봉우리가 되고
마루 끝에 서서
잘 보이는 앞산부터 산의 허리를 센다
겨울 내내 쌓여 있던 눈이 아래 마을부터 녹기 시작하여
산 밑에 있는 기와집 근처 응달까지, 길어진 해 그림자가
봄을,
마당까지 실어 나른다
서서 말라버린 국화밭에도 햇살이 옮겨 다니면서
겨울의 냄새를 말린다
겨울 내내 눈 속에 파묻혀 있던 국화밭이 밭고랑을 드러내고
 
강이 얼 때부터 녹기 시작할 때까지 마을은 고요하다
나는 고요하다
고요가 고혹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봄,
강이 뚜껑을 열고
고기들이 알을 까고 돌 밑에 집을 만들 것이다
산을 끼고 도는 어성전의 강, 강물의 흐름이 좋고 조용하여
고기들이 많이 사는 강, 사람들은 이 마을을 어성전이라 한다
바다는 바다 사람들의 밭이라면 강은 고기들의 밭이다
아침 안개가 지나갈 때는
이곳 마을 사람들의 옷에서 강 냄새가 난다
가끔씩 마을은 안개에 푹 잠겨 있고
새벽, 닭이 한집 한집에서 울기 시작해
온 동네는 조그만 소리들로 하루가 시작된다
방문을 열면 안개가 먼저 들어온다
햇살이 온 마을에 퍼지면 나는 마음을 서두른다
봄, 햇살이 동반하는 이 나른한 계절은 앉아 있기도 불안하다
겨울 내내 쉬고 있던 농기구들이 하품을 하고
아버지는 먼 산에서 해온 물푸레나무 자루를 다듬어
건너마을에 쟁기를 벼르러 간다
아버지는 조율사처럼
호미 자루며 도끼 자루 괭이 자루를 다시 갈아 끼운다
농기구들은 아버지의 건반이 되어 사계가 시작된다
나는, 슬그머니 강으로 나가본다
강은 아직 고요하다
강은 누가 먼저 알을 낳았다고 소리치지 않는다


                 - 이은옥, ≪어성전의 봄≫ -

* 어성전 :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마을
** 경향신문 1995년 신춘문예 시 당선작

_:*:_:*:_:*:_:*:_:*:_:*:_:*:_:*:_:*:_:*:_:*:_:*:_:*:_:*:_:*:_:*:_:*:_:*:_:*:_:*:_:*:_:*:_:*:_

 

 


 

2014년 12월 22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4/12/21/20141222_kim_01.jpg

2014년 12월 22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4/12/21/20141222_jang_01.jpg

2014년 12월 22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70118.html

 

 

2년이야? 이제? -_-;;;;

 

 

 
―――――――――――――――――――――――――――――――――――――――――――――――――――――――――――――――――――――――――――――――――――――

”신은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 -

―――――――――――――――――――――――――――――――――――――――――――――――――――――――――――――――――――――――――――――――――――――

IP : 202.76.xxx.5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12.22 7:55 AM (220.124.xxx.72)

    감사합니다

  • 2. 두혀니
    '14.12.22 8:50 AM (1.241.xxx.234)

    어쩜 세 만평이 이구동성으로 씁쓸한 현실을 말하고 있네요. 아직도 3년이나 남은건가요? ㅜㅜ

  • 3. 가을
    '14.12.22 10:17 AM (112.152.xxx.10)

    감사합니다,
    2년ᆢᆢ 답답하네요

  • 4. 파밀리어
    '14.12.22 10:57 AM (119.207.xxx.20)

    박근혜가 대통령직 수행을 잘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수많은 사람들로 부터 비아냥 당하는 걸 보면...
    한국 국민은 참말로 대통령 복이 없어요...
    현직 대통령은 비아냥이나 당하고 전직 대통령은 자원외교 국정조사 당할 듯 하고...
    전 전직 대통령은 뇌물 받아먹고 쪽팔려 자살하고...
    한국국민은 언제가 되어야 존경 받는 인물이 대통령 할 수 있을까요...

  • 5. 세우실
    '14.12.22 12:14 PM (202.76.xxx.5)

    일베충이 아닌 척 양비론 펼치는 걸 잡아낼 수준이라면 그렇게 멀지는 않은 듯요?
    그 양비론의 수준이 그닥 높지 않긴 하지만 말이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47795 뻔뻔하게 30 프로대 지지도로 앉아있다니 ㄱㄱ 2014/12/22 609
447794 초등 아이가 꿈을 꿨다는데요.. 2014/12/22 427
447793 청각장애 있는 아이 지금부터 어떻게 공부해야 될까요? 5 예비중학생 2014/12/22 969
447792 82만 그런건지.. 사춘기 자녀라고 하면 패륜에 가까운 자식이라.. 15 사춘기 2014/12/22 3,757
447791 혹시 줌바나 에어로빅 같은. 혹시 2014/12/22 657
447790 아이들 생일선물이나 크리스마스 선물 뭐 준비하세요? 1 산타크루스 2014/12/22 762
447789 요즘 홍콩 여행가면 옷차림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5 초겨울 날씨.. 2014/12/22 2,552
447788 5살 여아 크리스마스 선물 추천 부탁드려요. 2 ㅇㅇㅇ 2014/12/22 1,220
447787 남편 4 00000 2014/12/22 1,000
447786 보험공단 건강검진 안 받으면 7 에고고 2014/12/22 3,643
447785 냉장실로 옮겨둔 닭다리살 3일 지났는데 상하나요? 7 ... 2014/12/22 1,456
447784 경제적 조언 부탁드립니다~ 9 허당 2014/12/22 1,644
447783 장염은 무조건 굶어야 할까요? 3 아파 2014/12/22 3,008
447782 남편이 돈만 생기면 주식빚 갚자는데 진짜 성질나요. 19 치즈 2014/12/22 6,996
447781 애친구 엄마 셋이다니는데 ㅠㅠ 33 222 2014/12/22 15,065
447780 남자를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줘야하는 이유.jpg 5 참맛 2014/12/22 1,764
447779 영화이야기 궁금합니다 2014/12/22 333
447778 장기간 붓는 복리적금 유지하기쉬울까요? 2 복리적금 2014/12/22 1,266
447777 브랜드 아웃도어 부츠 속이 터졌는데 2 아이신발 2014/12/22 580
447776 과거 치아교정끝난사람 충치치료는 아무데나상관없나요? 1 으 ... 2014/12/22 875
447775 딸있는 집들이 더 화목하지 않나요. 22 ... 2014/12/22 4,025
447774 자존감이 도대체 뭡니까 ?? 15 속풀이 2014/12/22 3,718
447773 롯데월드 가려고 하는데요 2 ... 2014/12/22 1,024
447772 아이가 열나서 학교를 못갈것같은데 담임께 연락을. .. 10 초딩맘 2014/12/22 1,758
447771 50~60대분들은 피부화장을 어찌 하시나요? 9 질문 2014/12/22 4,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