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4년 12월 22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737
작성일 : 2014-12-22 07:49:30

_:*:_:*:_:*:_:*:_:*:_:*:_:*:_:*:_:*:_:*:_:*:_:*:_:*:_:*:_:*:_:*:_:*:_:*:_:*:_:*:_:*:_:*:_:*:_

적송과 잡목이 어울려, 몇 겹의 산봉우리가 되고
마루 끝에 서서
잘 보이는 앞산부터 산의 허리를 센다
겨울 내내 쌓여 있던 눈이 아래 마을부터 녹기 시작하여
산 밑에 있는 기와집 근처 응달까지, 길어진 해 그림자가
봄을,
마당까지 실어 나른다
서서 말라버린 국화밭에도 햇살이 옮겨 다니면서
겨울의 냄새를 말린다
겨울 내내 눈 속에 파묻혀 있던 국화밭이 밭고랑을 드러내고
 
강이 얼 때부터 녹기 시작할 때까지 마을은 고요하다
나는 고요하다
고요가 고혹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봄,
강이 뚜껑을 열고
고기들이 알을 까고 돌 밑에 집을 만들 것이다
산을 끼고 도는 어성전의 강, 강물의 흐름이 좋고 조용하여
고기들이 많이 사는 강, 사람들은 이 마을을 어성전이라 한다
바다는 바다 사람들의 밭이라면 강은 고기들의 밭이다
아침 안개가 지나갈 때는
이곳 마을 사람들의 옷에서 강 냄새가 난다
가끔씩 마을은 안개에 푹 잠겨 있고
새벽, 닭이 한집 한집에서 울기 시작해
온 동네는 조그만 소리들로 하루가 시작된다
방문을 열면 안개가 먼저 들어온다
햇살이 온 마을에 퍼지면 나는 마음을 서두른다
봄, 햇살이 동반하는 이 나른한 계절은 앉아 있기도 불안하다
겨울 내내 쉬고 있던 농기구들이 하품을 하고
아버지는 먼 산에서 해온 물푸레나무 자루를 다듬어
건너마을에 쟁기를 벼르러 간다
아버지는 조율사처럼
호미 자루며 도끼 자루 괭이 자루를 다시 갈아 끼운다
농기구들은 아버지의 건반이 되어 사계가 시작된다
나는, 슬그머니 강으로 나가본다
강은 아직 고요하다
강은 누가 먼저 알을 낳았다고 소리치지 않는다


                 - 이은옥, ≪어성전의 봄≫ -

* 어성전 :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마을
** 경향신문 1995년 신춘문예 시 당선작

_:*:_:*:_:*:_:*:_:*:_:*:_:*:_:*:_:*:_:*:_:*:_:*:_:*:_:*:_:*:_:*:_:*:_:*:_:*:_:*:_:*:_:*:_:*:_

 

 


 

2014년 12월 22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4/12/21/20141222_kim_01.jpg

2014년 12월 22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4/12/21/20141222_jang_01.jpg

2014년 12월 22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70118.html

 

 

2년이야? 이제? -_-;;;;

 

 

 
―――――――――――――――――――――――――――――――――――――――――――――――――――――――――――――――――――――――――――――――――――――

”신은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 -

―――――――――――――――――――――――――――――――――――――――――――――――――――――――――――――――――――――――――――――――――――――

IP : 202.76.xxx.5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12.22 7:55 AM (220.124.xxx.72)

    감사합니다

  • 2. 두혀니
    '14.12.22 8:50 AM (1.241.xxx.234)

    어쩜 세 만평이 이구동성으로 씁쓸한 현실을 말하고 있네요. 아직도 3년이나 남은건가요? ㅜㅜ

  • 3. 가을
    '14.12.22 10:17 AM (112.152.xxx.10)

    감사합니다,
    2년ᆢᆢ 답답하네요

  • 4. 파밀리어
    '14.12.22 10:57 AM (119.207.xxx.20)

    박근혜가 대통령직 수행을 잘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수많은 사람들로 부터 비아냥 당하는 걸 보면...
    한국 국민은 참말로 대통령 복이 없어요...
    현직 대통령은 비아냥이나 당하고 전직 대통령은 자원외교 국정조사 당할 듯 하고...
    전 전직 대통령은 뇌물 받아먹고 쪽팔려 자살하고...
    한국국민은 언제가 되어야 존경 받는 인물이 대통령 할 수 있을까요...

  • 5. 세우실
    '14.12.22 12:14 PM (202.76.xxx.5)

    일베충이 아닌 척 양비론 펼치는 걸 잡아낼 수준이라면 그렇게 멀지는 않은 듯요?
    그 양비론의 수준이 그닥 높지 않긴 하지만 말이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62726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과학적으로 검증한다 graphe.. 2015/07/13 448
462725 롱가다건 폴리 100% 더울까요? 1 고민중 2015/07/13 746
462724 한식조리기능사 시험용 동영상 블로그 찾고있어요 1 시험 2015/07/13 832
462723 안방 천정에서 물이 새네요ㅠ.ㅠ 4 아놔~ 2015/07/13 1,094
462722 스틱형 자외선차단제 좋은가요? 1 날개 2015/07/13 977
462721 사촌오빠때문에 미쳐버릴것 같아요. 18 도와주세요 2015/07/13 16,675
462720 목동에 양심적이고 잘 하는 치과 추천좀..ㅠㅠ 9 치과 2015/07/13 7,889
462719 가난한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4 미친정부 2015/07/13 1,407
462718 일 요미우리, 메르스 사망자 유족 소송제기 타전 light7.. 2015/07/13 482
462717 제주도에서 딱 한끼만 먹고 와야 해요 1 그냥 친구 2015/07/13 1,342
462716 이노래좀 아시는분 계실까요? 성시경 3 성시경 노래.. 2015/07/13 842
462715 17년된 한복 버려도 되나요? 13 저장맘 2015/07/13 3,090
462714 애가 학교에서 뭐 갖다달라고 하면 갖다주시나요? 29 줌마 2015/07/13 3,025
462713 2015년 7월 13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2015/07/13 479
462712 런던주소 2 빵빵부 2015/07/13 574
462711 고장난 멀티탭,전선 재활용되나요? 3 ... 2015/07/13 4,004
462710 피부가 완전 좋아졌어요 62 2015/07/13 26,999
462709 초국적 여성 연대의 길 찾기… 아시아·아프리카 여성 활동가들 이.. 그래핀 2015/07/13 408
462708 노종면 “천안함 ‘폭침’ 말하는 언론은 다 가짜” 3 정의 2015/07/13 1,531
462707 눈물라이너 추천해주실래요. 파랑이 2015/07/13 722
462706 마루 손걸레질 문의요~ 6 청소 2015/07/13 1,763
462705 영국, 늙은 고양이를 위한 양로원 8 참맛 2015/07/13 1,390
462704 강아지도 생선알이나 명란등을 좋아하나요 ? 9 . 2015/07/13 6,373
462703 잠 안 자는 아이 잘 자게 하려면? 7 ... 2015/07/13 1,428
462702 깻잎, 미나리, 부추등.. 한번 심으면 매년 자라나요? 10 궁금 2015/07/13 5,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