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4년 12월 22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694
작성일 : 2014-12-22 07:49:30

_:*:_:*:_:*:_:*:_:*:_:*:_:*:_:*:_:*:_:*:_:*:_:*:_:*:_:*:_:*:_:*:_:*:_:*:_:*:_:*:_:*:_:*:_:*:_

적송과 잡목이 어울려, 몇 겹의 산봉우리가 되고
마루 끝에 서서
잘 보이는 앞산부터 산의 허리를 센다
겨울 내내 쌓여 있던 눈이 아래 마을부터 녹기 시작하여
산 밑에 있는 기와집 근처 응달까지, 길어진 해 그림자가
봄을,
마당까지 실어 나른다
서서 말라버린 국화밭에도 햇살이 옮겨 다니면서
겨울의 냄새를 말린다
겨울 내내 눈 속에 파묻혀 있던 국화밭이 밭고랑을 드러내고
 
강이 얼 때부터 녹기 시작할 때까지 마을은 고요하다
나는 고요하다
고요가 고혹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봄,
강이 뚜껑을 열고
고기들이 알을 까고 돌 밑에 집을 만들 것이다
산을 끼고 도는 어성전의 강, 강물의 흐름이 좋고 조용하여
고기들이 많이 사는 강, 사람들은 이 마을을 어성전이라 한다
바다는 바다 사람들의 밭이라면 강은 고기들의 밭이다
아침 안개가 지나갈 때는
이곳 마을 사람들의 옷에서 강 냄새가 난다
가끔씩 마을은 안개에 푹 잠겨 있고
새벽, 닭이 한집 한집에서 울기 시작해
온 동네는 조그만 소리들로 하루가 시작된다
방문을 열면 안개가 먼저 들어온다
햇살이 온 마을에 퍼지면 나는 마음을 서두른다
봄, 햇살이 동반하는 이 나른한 계절은 앉아 있기도 불안하다
겨울 내내 쉬고 있던 농기구들이 하품을 하고
아버지는 먼 산에서 해온 물푸레나무 자루를 다듬어
건너마을에 쟁기를 벼르러 간다
아버지는 조율사처럼
호미 자루며 도끼 자루 괭이 자루를 다시 갈아 끼운다
농기구들은 아버지의 건반이 되어 사계가 시작된다
나는, 슬그머니 강으로 나가본다
강은 아직 고요하다
강은 누가 먼저 알을 낳았다고 소리치지 않는다


                 - 이은옥, ≪어성전의 봄≫ -

* 어성전 :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마을
** 경향신문 1995년 신춘문예 시 당선작

_:*:_:*:_:*:_:*:_:*:_:*:_:*:_:*:_:*:_:*:_:*:_:*:_:*:_:*:_:*:_:*:_:*:_:*:_:*:_:*:_:*:_:*:_:*:_

 

 


 

2014년 12월 22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4/12/21/20141222_kim_01.jpg

2014년 12월 22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4/12/21/20141222_jang_01.jpg

2014년 12월 22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70118.html

 

 

2년이야? 이제? -_-;;;;

 

 

 
―――――――――――――――――――――――――――――――――――――――――――――――――――――――――――――――――――――――――――――――――――――

”신은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 -

―――――――――――――――――――――――――――――――――――――――――――――――――――――――――――――――――――――――――――――――――――――

IP : 202.76.xxx.5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12.22 7:55 AM (220.124.xxx.72)

    감사합니다

  • 2. 두혀니
    '14.12.22 8:50 AM (1.241.xxx.234)

    어쩜 세 만평이 이구동성으로 씁쓸한 현실을 말하고 있네요. 아직도 3년이나 남은건가요? ㅜㅜ

  • 3. 가을
    '14.12.22 10:17 AM (112.152.xxx.10)

    감사합니다,
    2년ᆢᆢ 답답하네요

  • 4. 파밀리어
    '14.12.22 10:57 AM (119.207.xxx.20)

    박근혜가 대통령직 수행을 잘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수많은 사람들로 부터 비아냥 당하는 걸 보면...
    한국 국민은 참말로 대통령 복이 없어요...
    현직 대통령은 비아냥이나 당하고 전직 대통령은 자원외교 국정조사 당할 듯 하고...
    전 전직 대통령은 뇌물 받아먹고 쪽팔려 자살하고...
    한국국민은 언제가 되어야 존경 받는 인물이 대통령 할 수 있을까요...

  • 5. 세우실
    '14.12.22 12:14 PM (202.76.xxx.5)

    일베충이 아닌 척 양비론 펼치는 걸 잡아낼 수준이라면 그렇게 멀지는 않은 듯요?
    그 양비론의 수준이 그닥 높지 않긴 하지만 말이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53093 드라마 펀치가 말하는것은 4 재미지네 2015/01/06 1,582
453092 데이트할때 물어보는 남자가 왜 싫은가요? 28 ... 2015/01/06 8,283
453091 41살 갑자기 얼굴이 팍 늙어요. 4 샤롱 2015/01/06 3,631
453090 전화번호부삭제 2 2015/01/06 561
453089 세월호266일)추운 날씨에 시린 마음으로 실종자님들을 기다립니다.. 10 bluebe.. 2015/01/06 459
453088 풀무원 퍼스트*럼 비슷한 제품 있을까요? 1 아줌마 2015/01/06 663
453087 초등학교 2년쉬다 다시 다닐때 어느 학년으로 가나요? 2 궁금 2015/01/06 704
453086 김용건 하정우 진짜 잘 키운것 같지 않나요..??? 31 ... 2015/01/06 16,454
453085 제가 과외를 받는데 과외끝나면 어지럽고 주위가 흐려져요 2 과외 2015/01/06 1,247
453084 산본, 군포쪽에 괜찮은 용양원 있을까요...? 3 요양원 2015/01/06 690
453083 아...드라마가 끝나야 범인을 알 수 있을 듯....오만과 편견.. 4 숨쉬기가 힘.. 2015/01/06 1,616
453082 면세점 이용 잘 아시는 분 질문 좀 드려요. 2 Mee 2015/01/06 1,186
453081 부츠말고 청바지에 어떤 신발 신으세요? 10 흰다리 2015/01/06 2,517
453080 주말부부 질문보다 저도 질문드려요. 15 고민 2015/01/06 1,604
453079 참 세상살이 힘드네요.. 3 긍정녀 2015/01/06 1,775
453078 주소 옮겨놓고 해외에 나와있어도 거주기간으로 인정되나요? 3 문의 2015/01/06 935
453077 오만과편견 보시는분 21 이런 2015/01/06 2,676
453076 눈가 주름에 효과적인 아이크림 알려주세요ㅠ 6 흐윽 2015/01/06 3,512
453075 이사 ,,,이웃관계ㅡㅡㅡ 떠오르는 할머니 8 ,,, 2015/01/06 1,585
453074 공짜로 공부할 수 있는 사이트 꽤 많아요 392 다루1 2015/01/06 18,794
453073 중1에게 노트북이 들어왔는데 뭘 주의해야할까요 5 . 2015/01/06 944
453072 벽 셀프 페인트 칠하기 4 지영쓰 2015/01/06 1,760
453071 시험에 6년째 낙방중입니다.. 위로가 절실합니다.. 28 위로 2015/01/06 8,212
453070 운동 고수님들께 여쭤요 2 빼보자! 2015/01/06 841
453069 혐오주의) 머리각질이요..심각해요. 19 미안요 2015/01/06 3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