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에 친오빠가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았어요.
입원부터 치료, 사망까지 겨우 삼개월이였죠. 예후가 좋지않아서 관해가 전혀 안되는데도
저랑 골수가 일치해서 어떻게든 이식을 하려고 1차 2차 3차 항암을 밀어붙였어요.
젊은 나이고 (당시 27살) 저랑 골수가 완전히 일치해서 담당교수님도 신약까지 써가면서
애쓰셨구요.
당시 엄마랑 같이 간호를 했는데 엄마가 너무 심적으로 체력적으로 힘들어 하셔서
제가 한달가량 병원 생활을 했어요.
보통 항암을 하면 구토 증세가 와서 환자가 식사를 잘 못하잖아요.
2인실을 썼는데 옆 환자 식사하는 냄새에도 너무 괴로워했어요. 정말 한끼 한끼 먹는걸
전투 치르듯이 마음을 단단히 먹고 해야했죠.
그런 오빠 옆에서 제가 뭘 먹는다는게 너무 미안하고 죄스럽고 해서..
저도 식사를 잘 못했어요. 혹시라도 나한테 음식 냄새가 날까 ..
오빠는 못먹고 있는데 음식이 잘 넘어가지도 않았구요.
주변에 간병 오래하신 어머님들이 저한테 간병하려면 본인이 잘 먹어야한다고
휴게실로 손 잡고 이끄셔서 손수 음식 가지고 오신거 먹으라고 챙겨주실 정도였어요.
그래도 전 죄책감에 우유같은거 간단한 과일로 허기를 채웠고.
너무 배고파서 참지 못할 지경이면 지하 간이 식당에 가서 우동이나 만두를 3분만에 먹고
급하게 올라왔어요. 너무 아파하고 힘들어해서 한시라도 자리를 못비웠거든요.
그러는 과정에서 살은 7킬로 가량 빠지고.. 저는 굶주려있지만 애써 식욕을 참아야했어요.
오빠는 끔찍한 고통속에서 서서히 스러져갔고 저는 장례식 후에 이틀간 골아떨어지고
일어나서 서서히 정상생활을 하는듯 했지만.
이상증세를 보였어요. 남들 앞에서는 음식을 못먹었어요. 그리고 혼자가 되면 허겁지겁 먹었죠.
뭐에 씌인듯 음식을 인터넷으로 사다 나르기 시작했어요. 책장위 구석에 대용량 소스나 캔음식을
쟁여놓고 .. 결국 우울증 치료를 받으면서 이상식이증세는 좀 잠잠해졌지만 (우울증치료할땐
식욕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어요)
십년이 지난 지금도 음식에 대한 충동적인 감정을 억제하기 어려워요.
의사선생님 조언대로 운동같은 신체적인 활동으로 그 감정을 해소하라고 해서 꾸준히 운동도 하고
하지만 저한테 음식이란 뭐랄까 .. 극과 극을 달리는 대상이 되어버렸어요.
트라우마 증상을 치료해보신 경험이 있으신분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