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2년


  어제는 박근혜가 국민의 선택인지? 개표기의 농간인지로 대선에서 문재인을 간발의 차이로 누르고 이긴(당선이 아님)날입니다.


  공교롭게도 2년이 지난 어제 헌법재판소는 통진당 해산을 결정했습니다.

  그 과정의 옳고 그름은 펜치장이 출신인 제가 왈가불가 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통진당을 해산하기로 박근혜가 마음을 먹은 시발점이 지난 대선 TV 2차토론 시 이정희가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박근혜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에 힘을 있는 대로 넣어 “다까끼 마시오”를 5천만 앞에 외쳤을 때 그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순간 박근혜의 심정이 어땠겠습니까?

  박근혜가 그때 이정희를 어떻게 하고 싶었을지 그 심정은 글로 표현하지 않겠으니 각자가 상상하십시오!


  그리고 2년 뒤 어제 그 결과가 헌법재판관을 통하여 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뜻 깊은 날을 그냥 넘길 수가 없어 온 천지가 얼어붙고 칼바람이 몰아치는 어제 시청광장 프라자호텔 앞 쪽에서 참여연대와 몇 개의 시민단체 주관으로 저녁 7시부터 박근혜독재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약 2천여 명의 시민들은 매서운 날씨와 바닥이 어름판임에도 불구하고 집회에 함몰되었습니다.

  필자는 무릎관절 때문에 집회에 나가도 평지에는 앉기가 불편하여 서서 서성이며 군중들의 표정을 들러보며 배회하는 것이 버릇입니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자꾸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았습니다.

  통진당 해산이 억울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 쟁취한 민주주의인데 겨우 10년 반짝하고 한 겨울에 또 이래야 하는 지 너무 억울하고 기가 막혀서 그랬습니다.


  연단의 무대 뒤에는 큰 하얀 천이 쳐졌고 그 오른쪽 위로 45도 엇비슷하게 <박근혜 2년 / 못살겠다. / 다모여라!>라는 구호가 씌어져 있었습니다.

  참여연댄가가 집회를 할 때는 항상 단골로 사회를 보는 얼굴이 예쁘장하고 말을 잘 하는 아가씨(이름은 모름)를 아실 것입니다.

  역시 그 아가씨가 사회를 보았습니다.


  집회 시작과 동시 국민의례가 끝나고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구호를 크게 세 번 외치고 연사들의 발언이 이어지는 게 대부분의 집회 모습입니다.

  사회자가 먼저 외치고 시민들이 따라 외쳤습니다.


  “박근혜 2년, 못 살겠다. 다 모여라!”


  시민들의 복창이 끝나자 사회자 아가씨가 “구호의 첫 구절이 마음에 드십니까?”하면서 다시 한 번 선창을 하고 시민들이 복창을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니 참으로 절묘한 구호인 것 같았습니다.

  첫 연사가 연설을 시작하자 필자가 무대 뒤로 갔습니다.

  그 사회자 아가씨를 보고 사회를 썩 잘 보는데 아까 구호를 선창하는 것은 영 잘못하고 있다고 했더니 “어떻게 해야 돼요?” 하고 물어왔다.


  “박근혜 2 녀-어-언”하고 “녀-어-언”에 힘을 있는 대로 주어서 선창을 해야 하지, 그냥 평범하게 “박근혜 2년”하면 안 되지!”하고 돌아나와 시민들 속에 섞였다.


  십상시 난을 포함하여 난마와 같이 얽힌 것이 많지만 통진당의 해산이 어떤 결과를 불러 오려나?

  박정희는 김영삼 야당총재의 의원직을 박탈하고, 끝내는 야당당수직까지 빼앗아 어릿광대에게 야당당수직을 던져주는 것이 시발점이 되어 부마항쟁이 일어났고 끝내는 김재규에 의해 18년 독재가 마감됐는데!


  박정희와 박근혜와 관련된 햇수는 어쩌면 이렇게 절묘한 햇수로만 기록되는가?


  박정희 독재 18년

  박근혜 독재 2년

  내년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내년은 “박근혜 3년”

  여기까지만 씁니다.

  내년은 어디에 어떻게 악센트를 넣어 소리쳐야 할지 각자가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